IT/과학

기후위기가 가져온 나비효과…홍수·가뭄이 지진 일으킨다

김미래 기자 2024. 7.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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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AI를 활용해 강한 지진이 발생한 마을의 전경을 상상한 그림. DALL·E 제공

2024년 1월 1일 일본 노토 반도에는 규모 약 7.6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 지진으로 200여 개의 건물이 무너지고 약 15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유례없던 강력한 지진에 과학자들은 여러 가설을 제시해왔는데요. 폭우와 폭설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5월 8일 국제학술지에 발표됐습니다. 

2024년 1월 1일 발생한 노토 지진은 2011년에 발생한 관동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일본 내륙에 발생한 7.5 이상의 강진이었습니다. 땅이 갈라지며 건물들은 폭삭 주저앉고 전봇대는 힘없이 쓰러져 전쟁통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었죠.

지진에 대한 전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노토 지역은 1년 전에도 규모 6.5의 지진이 있었고 이전부터 하루에 수백 건의 '군발지진'이 발생하던 곳이었습니다. 군발지진은 좁은 지역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입니다.

윌리엄 프랭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지구·대기 및 행성과학부 교수와 히로세 다카시 도호쿠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2020년 말부터 노토 반도에서 10배가량 증가한 지진이 단순히 지진 간 상호작용이 아니라 특정 요인에 의해 유발됐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노토반도의 군발지진이 일반적인 지진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지진은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거대한 판들이 충돌하거나 미끄러지며 발생합니다. 지구 내부의 열 때문에 대류가 발생해 지각판이 힘을 받고 이 과정에서 압력과 응력이 쌓이다가 에너지가 방출되는 순간이 지진이 일어나는 거죠.

그래서 지진은 보통 판의 경계에서 일어납니다. 하지만 노토 반도에서 일어난 군발지진의 경우 지진이 최초로 발생한 '진원'이 판의 경계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진원은 지하 약 15km 지점에서 점점 지표면 쪽으로 올라오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 폭우와 폭설 땅속 압력을 높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지진 활동이 '공극압'의 계절적 변동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공극압이란 지하의 암석이나 토양 내부 작은 공간에 차 있는 유체가 만드는 압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비나 눈이 내리면 지층에 물이 차면서 공극압이 높아지고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마르면 다시 공극압이 낮아집니다. 연구팀은 이런 공극압의 변화가 지각에 응력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구팀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지하 속 공극압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강우, 눈, 기압, 해수면 변동을 고려해 시간에 따른 지하의 공극압 값과 공극압의 위치 변화를 계산할 수 있는 3차원 수리 역학 모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델이 예측한 공극압의 변화가 실제와 같은지 확인하기 위해 2012년부터 2023년까지 노토 반도에서 관측된 지진파 속도와 비교했습니다. 시뮬레이션 값이 실제와 같다면 지하 틈새에 유체가 채워져 공극압이 높을 땐 지진파의 속도가 느려지고 유체가 적어 공극압이 낮을 땐 지진파의 속도가 빨라질 테니 말이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시뮬레이션한 값은 정확하게 지진파 속도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공극압 수치가 높은 구역은 지하 약 25km에서 10km 지점으로 경도는 137.3도에서 점차 137.1도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는 2024년 1월 노토 반도에서 발생한 큰 지진의 진원 위치와 거의 일치했죠.

연구팀은 "2020년 말부터 시작된 군발지진은 2024년까지 지속적으로지각의 스트레스 상태를 변화시켰고 이는 큰 지진이 발생할가능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토 반도는 강수량이 특히 많은 지역입니다. 일본의 연평균 강수량은 약 1600mm인데 비해 노토 반도의 강수량은 약 2500mm에 달합니다. 노토 지역에 내린 많은 비와 눈은 지층의 공극압을 높이고 이 공극압이 지각에 지속적인 힘을 가했습니다. 그리고 지각의 스트레스는 군발지진의 증가로 군발지진은 다시 7.6 규모의 대지진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노토 반도의 사례로 연구가 이어졌지만 눈과 비의 영향을 받는 건 전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라며 "강수가 야기하는 지진이 앞으로 더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는 2024년 5월 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습니다.(doi: 10.1126/sciadv.ado1469)

농사를 짓기 위해 지하수를 과다하게 뽑아 쓰면서 지반이 침하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호아킨 계곡 주변. 기둥의 1925년, 1955년, 1977년 표식은 당시 지반의 높이를 나타낸다. 지반 침하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이기 위해 1977년 기둥을 설치했다. USGS 제공

● 심각한 가뭄도 지진 유발할 수 있어 

우리는 보통 지진의 원인을 땅속 깊숙한 곳에서 찾습니다. 판의 움직임, 화산 폭발, 단층 활동 등 지각 변동으로 인한 응력 변화를 주요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노토 반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지층에 스트레스를 가하는 모든 요인은 지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사례가 보고돼 왔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노토 반도와 정반대의 상황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물이 너무 줄어드는 바람에 지진이 일어난 겁니다. 2014년 콜린 아모스 미국 웨스턴워싱턴대 지질학과 교수팀은 캘리포니아주 샌 호아킨 계곡의 지하수 고갈이 지반의 융기와 침강 반복을 일으켜 지진 활동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doi: 10.1038/nature13275)

샌 호아킨 계곡 부근은 농사에 필요한 물을 지하수에서 끌어 쓰면서 지반 침하가 심각한 곳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지하수 고갈과 관련 있다고 추측하고 남서부 미국 전역에 걸친 GPS 네트워크를 사용해 지각 운동을 3차원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지하수 저장량의 변화에 따른 반응을 시뮬레이션한 값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가뭄과 지하수 과다 사용으로 지하수가 부족한 시기인 여름에는 지반이 솟아오르고 지하수가 다시 차오르는 겨울엔 지반이 낮아지기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지반이 솟아올라 구부러진 여름 기간에 지진이 발생할 위험성이 더 높아져 지진 발생 횟수가 증가한 것이죠.

연구에 참여한 롤랜드 뷔르그만 미국 버클리 지진학 연구소 연구원은 "물의 변화가 궁극적으로 지구 더 깊은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코이나 댐. 1964년 댐에 물을 저장하기 시작한 이후로 지진이 발생했다. 특히 1967년 12월에는 규모 6.6의 강진이 발생했다. 바바라 타일렌 윌리지 독일 베를린공대 응용지질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지리정보시스템 데이터를 사용해 댐 건설이 지진을 촉발했음을 밝혔다.  iStock 제공

● 저수지, 지열 발전… 인간이 초래한 지진 

지진이 자연적으로만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인간이 지각의 응력이나 변형력에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 인공지진도 있거든요. 인공지진은 '유발 지진'으로도 불리며 주로 강도가 미미하지만 그 힘이 쌓이면 규모 6.0 정도의 엄청난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967년 12월 인도의 마하라슈트라주에선 6.6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22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인근 코이나 댐에 물을 채워 발생한 인공지진이었습니다. 오클라호마주에서는 2011년 규모 5.6, 2016년 규모 5.8의 지진이 기록됐습니다. 미국 국립지질연구소는 이 지진이 폐수 주입으로 인한 인공지진임을 확인했습니다.

영국 듀햄대와 뉴캐슬대에서 지원하는 인공지진 데이터베이스(inducedearthquakes.org) 자료는 인간이 지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보여줍니다. 데이터에 의하면 지금까지 1303건의 지진이 인간의 영향으로 발생했습니다. 수압파쇄, 광업, 지열발전, 핵실험 등 수많은 이유로 말이죠. 앞으론 여기에 기후위기도 추가할 수 있겠습니다.

 

인공지진이 발생하는 이유 - 영국 듀햄대와 뉴캐슬대에서 지원하는 인공지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인공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수압 파쇄다. 수압 파쇄는 지하에 매장된 자원을 추출할 때 쓰는 기술로 고압의 액체로 땅을 파는 방식이다. Nature, inducedearthquakes 제공

인공지진의 위험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한반도 내 관측 사상 역대 두 번째로 강한 규모였고 피해 규모로는 역사상 가장 큰 지진이었습니다. 이 지진으로 건물 외벽이 무너지고 그해 수능이 연기되기까지 했습니다.

포항 지진이 발생한 초기에는 2016년 발생한 경주 지진과 유사하게 양산 단층에서 발생한 일반적인 지진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 포항 지진은 지열 발전소가 촉발한 지진임이 밝혀졌습니다. (doi: 10.1126/science.aax1878)

한국과 스위스, 미국, 중국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진원이 지열 발전소의 주입정 약 150m 아래에 위치한 것을 토대로 지열 발전소가 지하 암반에 물을 주입해 인공적인 틈을 만드는 과정에서 물이 단층대로 흘러 들어가 자극을 준 것이라 파악했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모델로 물을 주입할 때 지각 내 공극압의 변화를 예측하고 실제와 비교해 물 주입으로 인한 촉발 지진임을 밝혔습니다.

촉발 지진은 자연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던 지진에 인간의 자극이 기폭제처럼 가해져 발생하는 지진으로 유발 지진과는 구분됩니다. 장 교수는 "포항 지진은 아주 적은 양의 물을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지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댐, 저수지처럼 큰 규모의 힘이 유발 지진을 일으킨다는 생각과 달리 인간의 작은 영향이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17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약 100명의 시민이 부상을 입고 수능까지 연기됐다. 포항 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소 개발에 따른 인공지진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

● 인공지진 앞으로 더 많아질까

과거 지진은 판과 판 사이의 충돌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 중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인간에겐 별다른 책임이 없어 보였지만 노토 반도 지진의 원인을 규명한 연구팀이 던진 메시지를 보면 인간이 더 이상 지진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진 못한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가 몰고 온 이상 기후가 큰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였으니까요. 캘리포니아주에서 지하수 변동으로 발생하는 지진 역시 폭염 등의 이상 기후가 계속되면 위험도가 더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직접 땅에 변화를 가하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23년 한 해는 국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한 해로 기록됐습니다. 그런데 기상청에 따르면 2024년은 작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예측됩니다. 우리에게 남은 인생 중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인류에게 닥친 기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토네이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나비효과. 인간의 활동은 지구 온도 상승, 이상 기후를 거쳐 지진이라는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오늘 우리의 작은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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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7월호, 공포의 나비효과 기후위기가 땅을 흔들다

[김미래 기자 futurekim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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