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까칠한 축구]홍명보의 '부정출발'은 성공 못 한다, 성공해서도 안 된다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어른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인생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살아가라는 의미다. 최선을 다했고, 올바른 과정을 거쳤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것은 '괜찮다고' 가르친다. 반칙하고, 규칙을 깨고, 뒤틀린 과정에 속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 하는 것이 '더 잘못된 일'이라고도 가르친다.
깨끗한 세상, 따뜻한 세상,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결과보다는 과정을 강조하는 것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욱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이라 교육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거꾸로' 가고 있다. 홍 감독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그렇게 말하고 있다. 분명히.
비정상적인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행정의 구멍. 그 틈으로 뻔뻔하게 입성했다. 자신이 만든 대표팀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전력강화위원회의 사실상 해체 속에서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절차를 무시하고 대표팀 감독이 됐다. 면접 없이.
대표팀에 가지 않겠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를 만나지 않겠다고 말한 지 10시간 만에 바뀐 말과 태도. 한국 축구를 위해서라는 거대 담론을 제기했지만, 전형적인 개인 이기주의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말을 바꾸었고, 원칙을 파괴했으며, 과정을 무시했다. 그것도 남을 밟고 쟁취한 자리다. K리그를 무시했고, 울산 HD를 조롱했으며, 울산 팬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명백한 '부정출발'이다. 뒤틀린 과정의 연속, 정당성이 없다. 누가 그를 대표팀 감독으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 홍 감독 선임 시나리오에 동조한 몇몇 세력들을 제외하고는 없다.
홍 감독은 이렇게 추측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지만, 결과를 내고, 성과를 내면 다시 영웅 대접을 해줄 거라고. 박주영 군 문제 등 숱한 논란과 불공정 속에서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땄을 때처럼. 그래서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당하게 과정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만 내면 그만이니까.
스포츠는 가장 공정해야 하는 분야다. 물론 결과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올바른 과정에서 나온 올바른 결과만이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편법과 꼼수로 인해 얻은 결과는 오히려 가치를 떨어뜨린다. 공정한 스포츠에서 제거해야 하는 부분이다.
국민 역시 올바른 과정 속의 결과를 원한다. 올바른 과정 속에서만 올바른 권한이 주어진다. 그 올바른 권한 만이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다. 대표팀은 홍 감독의 원맨팀이 아니다. 개인팀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국가의 팀이다. 한국 축구 팬들의 팀이다.
과정이 좋았다면 좋지 않은 결과에도 기꺼이 박수 칠 수 있다. 아름다운 실패에도 감동을 느낀다. 하지만 과정이 나빴다면, 좋지 않은 결과는 파멸이다. 그리고 좋은 결과에도 결코 박수 받지 못한다.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대표팀을 지지해도 모자랄 판에, 분열되고 있다. 홍 감독의 이름만 나와도 혼란이 일어난다. 불공정, 비합리, 말 바꾸기, 뒤통수가 대표팀을 휘감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만 중시하는 풍토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가르치고 있는 꼴이다.
한국 대표팀을 지켜볼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월드컵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차라리 홍 감독이 처음부터 대표팀 감독을 하고 싶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면 지도자의 '소신'이라고 가르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결과를 위한 '집착'일 뿐이다. 개인 명예 회복을 위한 '탐욕'일 뿐이다. 원칙을 깨는 법, 절차를 무시하는 법,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법, 뒤통수 치는 법, 남을 밟고 올라가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는 없지 않은가. 대표팀을 보고 꿈과 희망을 가지는 아이들에게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부정출발'은 성공할 수 없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 지휘봉을 잡은 후 17일 만에 올림픽 대표팀으로 간 박성화 감독.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조별리그 탈락했다. 전북 현대의 전설 최강희 감독이 소방수로 나섰던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 월드컵 본선에는 가까스로 진출했지만, 최 감독은 만신창이가 돼 전북으로 돌아갔다. 최 감독은 전북에 뒤통수를 치고 나오지는 않았기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렇듯 역사는 '부정출발'을 용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부정출발'은 성공해서도 안 된다. '악례'를 남기는 것이다. 커다란 '오점'을 찍는 것이다. 만약 성공해서, 다시 한국 축구의 신화가 된다? 한국 사회와 한국 축구가 다시 영웅 대접을 해준다?
그렇게 된다면, 이를 보고 배운 수많은 이들이 원칙을 깨고, 절차를 무시하고, 뒤통수를 치고, 올바른 과정을 뒤로한 채 오직 결과만을 보고 무리수를 둘 것이다. 성공을 위해 기회가 된다면 불공정을 당당하게 추구할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홍명보는 했는데 나는 왜 못하나? 이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 면접 없이 대표팀 감독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체계가 망가졌다. 약속이 깨졌다. 신뢰가 무너졌다. 박지성의 우려대로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때문에 홍 감독의 대표팀은 성공해서 안 된다. 한국 축구의 근간을 지켜야 한다. 공정하고 정당한 대표팀을 만들기 위해, 모든 팬들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대표팀의 등장을 위해, 미래의 세대들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라도 홍 감독의 대표팀은 성공해서는 안 된다.
홍 감독의 대표팀은 매 순간 혼란이 일어날 것이고, 분열이 일어날 것이고, 잡음이 일어날 것이다. 분명하다. 이런 순간을 모두 버텨냈다고 하자. 귀를 틀어 막고 기적적으로 견뎌냈다고 하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 본선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다고 치자.
그래도 홍 감독의 성과는 박수를 받을 수 없다. 박수 쳐줄 수도 없다. '부정출발'을 인정하면 정의가 무너진다. '부정출발'은 바로 실격 처리하는 것이 정의다. 정의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만 한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 설사 홍 감독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다고 해도, 한국 축구 역사는 '흑역사'로 기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대표팀에서 뛰어야 하는 선수들은 무슨 죄인가. 축구 선배로서 후배들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팀에서 뛰게 해야겠는가. 이 죄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죄가 없는 선수들,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해 뛰는 태극전사들, 월드컵의 꿈을 꾸고 있는 국가대표들,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결정은 내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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