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가 좋았던 문과생이 음성인식 기술 전문가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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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음성인식 기술이 발전하며 자동차에서 음성 비서와 이같은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이 익숙해졌다.
네덜란드에 소재 기업 '실앤디(SiLnD)'는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기술적 자문을 해주는 음성인식 기술 기업이다.
포르투갈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언어개발팀에서 한국어와 불어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기술자문 외에도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과 언어학자 사이의 의사소통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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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온도를 23도로 맞춰 줘." "네, 알겠습니다. 또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근처에 가장 가까운 주유소가 어디야?"
최근 음성인식 기술이 발전하며 자동차에서 음성 비서와 이같은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이 익숙해졌다. 네덜란드에 소재 기업 '실앤디(SiLnD)'는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기술적 자문을 해주는 음성인식 기술 기업이다. 9일 '제2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조형실 SiLnD 대표를 만났다.
조 대표는 재유럽여성한인과학기술협회장이다. 엄연한 과학자이지만 사실 그의 학사, 석사 전공은 불문학이고 박사 전공은 음성학이다. 조 대표는 "불어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공부가 나를 과학기술자의 길로 이끌었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언어학과 과학기술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학창시절부터 조 대표는 '말소리'에 큰 관심을 가졌다. 지역별로 말소리가 다르다는 점이 재밌어 사투리를 따라하는 것이 취미였다. 언어별로 억양과 어조가 다른 점이 신기했다. 특히 재밌는 불어 말소리에 푹 빠져 프랑스로 떠나 박사학위를 따고 벨기에 다국적 음성합성 기술 개발 기업인 L&H에서 1년간 일했다.
2009년 네덜란드인과 결혼하며 정착한 네덜란드에서 음성인식 분야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포르투갈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언어개발팀에서 한국어와 불어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일했다.
언어학 지식에 기반해 컴퓨터가 음성을 인식하게 하는 세부 규칙을 만들고 음성인식 기술의 오류를 발견하는 등의 업무를 맡았다. 잘못된 발음은 바꿔줬다. 컴퓨터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코딩, 신호처리학 등을 스스로 공부했다. 조 대표는 "제 인생의 테마는 '말소리'로, 한결같았지만 접근 방식이 달라진 것"이라고 했다.
일에 큰 보람을 느끼던 조 대표는 2016년 SiLnD을 창업했다. 기술자문 외에도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과 언어학자 사이의 의사소통을 맡기도 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사이시옷 발음 규칙을 알려 줘'라고 요청하면 조 대표가 언어학자로부터 관련 규칙을 받은 다음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규칙으로 변환해 기업에 제공하는 식이다. 폭스바겐, 아우디 등 기업과 협업하기도 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음성인식 기술 분야에서 컴퓨터에 가르칠 것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어의 경우 'www.dongascience.com'에서 '.'은 '점'이라고 읽어야 하지만 '.'이 문장 끝에 있을 때는 읽지 말아야 한다고 알려줘야 한다. 사용자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고 말하면 컴퓨터가 맥락을 이해하고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시는지' 혹은 '아버지가 가방에 들어가시는지'를 파악하도록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조 대표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습득한 읽고 말하기 기술은 컴퓨터 입장에선 굉장히 낯설다"라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되며 컴퓨터가 스스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언어 분야에서는 인간이 세세하게 규칙을 컴퓨터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할 때 사람의 말소리를 전부 따라하지는 않는다. 조 대표는 "음성이 지나치게 구어체에 가까우면 신뢰감이 떨어진다"면서 "아이폰 '시리' 목소리가 부자연스러워서 놀림을 당하곤 하지만 신뢰를 주는 목소리이기 때문에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행하는 말이라고 해서 전부 컴퓨터에 인식시키지도 않는다. 신조어 중 어떤 단어를 넣고 뺄 것인지 제품의 소비자에 맞게 목록을 정리하는 것도 조 대표의 일이다.
조 대표는 음성인식 기술의 목표는 "결국 사람간의 소통을 돕기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을 하지 못했던 사람도 기술을 이용해 말할 수 있어요. 고령층이나 장애인들이 음성 기술의 도움을 받아 기기를 원활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하는 거예요. 정보는 궁극적으로 사람에 대한 정보예요.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되니 소통도 늘어납니다."(조 대표)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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