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의 강력한 메시지에도 메울 수 없는 것…체력 저하+경험 부족, 다잡았던 경기 놓친 롯데의 9위 추락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다잡았던 경기를 놓쳤다. 동점까지는 허용할 수 있지만, 9회 수비와 공격은 대혼란 그 자체였다.
롯데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팀 간 시즌 9차전 맞대결에서 4-5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패배로 롯데는 9위로 주저 앉았다.
12일 경기에 앞서 김태형 감독은 선수단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발단은 지난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맞대결이었다. 3회말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안타성 타구에 중견수 황성빈이 낙구 지점에 대한 실수를 범했다. 물론 경기를 치르면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문제는 후속 플레이였다. 황성빈이 에레디아의 타구를 빠뜨린 후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실수를 범한 것에 대한 창피함이 있을 수 있지만, 빠뜨린 공을 전력질주를 통해 추가 진루를 막아낼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사령탑의 눈에는 황성빈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고, 결국 실책을 범한 뒤 김동혁으로 교체됐다. 이에 사령탑은 12일 경기에 앞서 "어제 2군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코치들이 말렸다"고 밝혔다.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어쩌면 가장 강력한 멘트였다.
이어 김태형 감독은 "외야수들이 뛰어 들어오려다가 공을 빠뜨리는 경우는 꽤 있다. 그러면 전력으로 공을 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보통 외야수들이 실수를 하면 이후 (공을 쫓는 과정에서) 전력으로 뛰는 선수가 거의 없다. 뭐가 창피하다는 것인가. 그것 때문이었다. 실수는 실수고, 미친듯이 뛰어가야 할 것 아닌가. 20살 선수든, 40살 선수든 똑같이 열심히 뛰어야 한다. 창피하다고 그렇게 할 거면 야구를 어떻게 하나. 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후에 안일한 플레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미 지나간 경기는 어쩔 수 없는 법. 그런데 12일 경기에서 또다시 집중력이 떨어진 듯한 모습이 나왔다. 롯데는 1회 만루 찬스에서 윤동희의 날카로운 타구가 KT 3루수 황재균의 호수비에 걸리며 무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2회 다시 한번 만루 찬스를 손에 쥔 후 고승민이 선제 2타점 2루타를 폭발시키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리고 4회 황성빈-고승민-전준우-빅터 레이예스의 4연속 안타를 바탕으로 4-0까지 격차를 벌렸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7회부터 경기의 흐름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6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친 박세웅이 김민혁에게 땅볼을 유도했는데, 이때 1루수 나승엽이 포구 실책을 범해 선두타자가 출루했다. 이후 박세웅은 황재균에게 볼넷을 헌납하며 급격하게 흔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령탑은 박세웅이 이닝을 매듭지을 수 있도록 신뢰했는데, 후속타자 문상철의 땅볼 타구를 박세웅이 잡아내지 못하면서, 병살타가 아닌 타자 주자만 잡아내는 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어지는 1사 2, 3루에서 박세웅이 김상수에게 좌익수 방면에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4-2로 추격을 당했다. 그래도 장타를 허용한 것은 아니었던 만큼 롯데 벤치는 다시 한번 박세웅에게 신뢰를 표했다. 결과론이지만, 이 선택은 치명적이었다. 박세웅이 후속타자 배정대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다시 2, 3루 위기에 처하게 된 것. 발등에 불이 떨어진 롯데는 구승민을 투입했지만,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동점 적시타를 내주면서 4-4로 균형이 맞췄다.
역전을 허용한 것은 아니었던 만큼 경기 후반 다시 기회를 노려볼 만했는데, 9회초가 문제였다. 8회 2사부터 마운드에 올랐던 김상수가 선두타자 신본기에게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맞았다. 이에 KT는 후속타자 김상수에게 보내기 번트 작전을 지시했다. 물론 작전은 앤드 런으로 충분히 변할 수 있는 상황. 실제로 작전이 변했다. 김상수가 번트가 아닌 방망이를 휘둘렀고, 1루 주자가 2루 베이스를 향해 뛰었다. 여기서 롯데 포수 손성빈의 송구가 정확히 2루 베이스를 향해 뻗어나갔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손성빈의 '택배 송구'를 유격수 박승욱이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공만 잡아냈다면, 자연스럽게 주자를 지우며 아웃카운트를 쌓을 수 있는 순간에서 공을 잡지 못하면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롯데 김상수는 KT 김상수를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실점 위기는 이어졌다. 여기서 김상수는 후속타자 배정대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는데, 이번에도 박승욱이 땅볼 타구를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롯데는 1, 3루에 놓였고,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 4-5로 역전을 허용했다.
패색이 짙어졌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롯데는 9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레이예스가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후속타자 나승엽이 KT '마무리' 박영현을 상대로 볼넷으로 출루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줄곧 침묵하던 윤동희가 좌익수 방면에 큼지막한 타구를 때려냈다. 그런데 이때 또다시 치명적인 플레이가 나왔다. 대주자 이학주가 홈까지 파고들기에는 어려운 타구였는데, 3루 고영민 코치가 팔을 돌렸다. 이에 KT 로하스-김상수-장성우로 이어지는 완벽한 중계플레이를 선보였고, 이학주를 홈에서 잡아냈다.
결국 롯데는 이학주가 홈에서 아웃되면서 천금같은 기회를 날리게 됐고, 이어지는 2사 3루 찬스에서 노진혁이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4-5로 KT에게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그 결과 롯데는 한화 이글스에게 8위 자리를 내주고 9위로 주저앉게 됐다.
주루 코치의 시그널에 따라 홈을 향해 내달린 이학주를 탓할 순 없었다. 정말 치명적인 상황을 고르자면 9회초 공격에서 손성빈의 도루 저지 송구를 받아내지 못한 박승욱의 실수가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배정대의 평범한 땅볼 타구에 험블을 했던 것이 결정타였다.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롯데에겐 올 시즌 정말 큰 리스크가 있다. 바로 주전 라인업 대부분의 선수들이 포스트시즌 경험은 물론 풀타임 시즌도 치르지 못한 선수가 많다는 점이다. 경험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 그 문제들이 12일 경기를 통해 드러났다. '롯데 킬러'를 두 경기 연속으로 무너뜨리고도 승리를 수확하지 못한 것은 분명 뼈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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