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 달째 내수 회복 기대…엇갈리는 전망·현실은 온도차
정부가 석 달 연속 내수 회복 기대감을 내비쳤다. 소비심리 개선 등을 고려한 진단이다. 2%대 물가상승률 안정, 9개월째 수출 호조 속에서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시각은 더욱 짙어졌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최근 경제동향 7월호'(그린북)를 발표하고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5월부터 내수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그 근거는 소비자심리지수 등 개선이다. 이번 달만 해도 100.9로 전월 대비 2.5포인트(p)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을 경우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낙관적인 심리가 형성된 것으로 본다.
수출·고용은 견조한 흐름이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5.1% 증가한 570억7000만달러다. 9개월째 증가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반기 수출은 3348억달러(전년동기비 9.1% 증가)다. 같은 달 수입은 전년동월 대비 7.5% 감소한 490억7000만달러다.
6월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 대비 9만6000명 증가했다. 두 달 연속 10만명을 밑돌았지만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2.4%로 2%대에서 지속 안정세다. 근원물가의 경우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2.2%,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2.0% 등으로 나타났다. 체감물가는 높은 편이다. 생활물가지수는 2.8% 상승했다.
다만 5월 생산·소매판매·투자 등 산업활동 지표는 다소 부진하다. △전산업생산은 -0.7% △소매판매는 -0.2% △설비투자 -4.1% 등으로 전월 대비 모두 줄었다. 건설경기도 상황이 좋지 않다. 5월 건설투자는 전월 대비 4.6% 줄었다.
기재부는 "글로벌 경제는 제조업 경기 및 교역 개선 등으로 전반적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지역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중동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국 간 무역규제 강화 등 불확실성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속한 물가안정 기조 안착,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내수 보강 등 민생안정을 위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주요 정책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국민 삶의 질 제고와 우리 경제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역동경제 로드맵 추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내수 흐름을 보는 정부의 고민이 크다. 최근 수출 호조, 고금리·고물가 완화 기대는 긍정적 요인이다. 반면 소매판매 등 지표들은 여전히 부진하다. 시장의 체감도 역시 낮다. 장마·폭염 등 날씨 영향도 변수다.
기획재정부는 12일 '7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하고 내수 회복 기대감을 나타냈다. 3개월 연속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는 비슷한 표현을 썼다.
기재부는 그 근거로 △수출 호조 △고금리·고물가 완화 △일부 소비지표 개선 등을 제시했다.
김귀범 경제분석과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상품수출이 1%포인트(p) 증가하면 민간소비는 1분기 후에야 최대 0.07%p 상승한 후 약 3분기 후까지 그 영향이 파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로 갈수록 고금리·고물가 등 내수 제약 요인이 완화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소비자심리도 장기 평균을 상회하고 있는 모습이고 기업 심리도 4개월 연속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한 관광객이나 국내 카드 승인액은 연초부터 좋은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부 지표들을 뜯어보면 온도 차가 크다. 5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3.1% 감소했다. 전월(-2.2%)보다 감소폭을 키웠다. 전월대비 소매판매는 △3월 1.1% △4월 -0.8% △5월 -0.2% 등으로 일관되지 않게 등락했다.
5월 서비스업 생산도 0.5% 줄었다. 지난달 기준 백화점 카드 승인액(전년동월 대비 -1.5%), 할인점 매출액(-1.9%) 등의 감소도 부정적이다.
전망도 갈린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미약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소비회복에 대한 체감도 역시 낮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 7월 경기동향 전망(BSI)은 57.9로 전월 대비 9.5p 하락했다. 3개월 연속 하락이다. 이들은 경기를 비관한 이유로 '소비심리 위축(45.1%)'을 가장 많이 꼽았다. '날씨·계절성 요인(18.0%)'이 그 뒤를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폭염·장마 등 날씨는 소비의 변수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발표한 '민간소비 회복 모멘텀(동력)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코로나19(COVID-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했는데도 7월에 비가 많이 내린 탓에 의복을 포함해 음식·숙박·여행 등 서비스 소비가 위축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평가는 내수 회복을 장담하기보단 '기대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수출 증가하면 소득이 늘어 명절 등 특정 시점부터 소비가 늘 수 있고 날씨 영향으로 대면 소비는 줄더라도 온라인 부분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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