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알약만 먹으면 살 뺄 수 있나”...만들면 노다지 신약, 화이자 재도전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4. 7. 1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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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회 주사’ 비만치료제 위고비·젭바운드 인기에
하루1회 입으로 먹는 ‘다누글리프론’ 임상 재개
작년 임상서 하루 2회 투약시 부작용 발생해 중단 전적
팬데믹 후 ‘코로나19 백신’매출 급감에 주가 ‘반토막’
일라이릴리와 노보 노디스크가 주도하는 전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에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도전장을 냈다. 하루 한 번 ‘먹는 비만치료제’를 개발해 본격적인 추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쟁사 제품들이 피하주사 형태인 반면,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11일(현지시간) 화이자는 자사의 먹는 비만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다누글리프론’의 개발을 다시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다누글리프론은 화이자가 개발 중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수용체(GLP-1) 기반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들 중 하나다.

이 물질은 GLP-1 작용제로 인슐린 분비량을 늘려 음식 소화 속도를 늦추고 식사 후 포만감을 증가시켜 적정 혈당 수준을 유지하고 체중 감량을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날 화이자는 다누글리프론에 관해 진행 중인 초기 단계 연구를 통해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가장 이상적인 프로필”을 가진 제형을 찾아냈다고 밝히면서 하루 1회 간편하게 복용하는 알약 형태로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카엘 돌스텐 화이자 R&D 최고과학책임자는 “다누글리프론은 이미 1일 2회 제형에서 우수한 효능을 입증했고 1일 1회 제형이 경구 비만치료제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돌스텐은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개발을 이끈 인물이다.

최근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도 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올해 초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젭바운드는 매출액이 7000억원을 넘어섰고, 위고비는 올해 1분기 1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은 올해 780억달러 규모에서 오는 2030년경 1000억달러(약 137조원) 이상으로 연평균 6~8%대 고속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발빠르게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지만, 그 사이 비만치료제 등 다른 의약품 경쟁에서는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에 밀렸다.

이미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위고비의 판매승인을 받았고, 일라이릴리도 지난해 11월 미 FDA로부터 젭바운드 판매승인을 받았다.

이에 화이자는 피하주사 형태의 비만치료제 개발을 건너뛰고 바로 경구형 개발로 추격에 나섰지만 지금까진 실패를 거듭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먹는 알약 형태로 개발하던 또 다른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인 로티글리프론 개발을 중단했다. 같은 해 12월에도 다누글리프론을 1일 2회 복용하도록 임상 2상을 진행했지만 부작용이 발견되어 접어야 했다. 다만 다누글리프론은 당시 임상에 참여했던 성인 600여 명이 32주간 200mg 복용 후 체중이 6.9~11.7%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며 비만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는 평가다.

화이자는 하반기에 다누글리프론에 대한 다양한 용량을 시험해 최적화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돌스텐은 “비만은 화이저의 핵심 치료제 분야로 우리는 3가지 임상 후보물질과 여러 개의 전임상 단계의 후보로 이뤄진 강한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 1400명 이상의 임상시험 참여자 중에서 간 효소 상승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월가의 시각은 아직 보수적이다. 지난 2021년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 백신 매출과 이익이 급증했던 화이자는 앤데믹 이후 코로나 백신 관련 매출이 급감하며 주가도 가파르게 떨어졌다.

화이자의 올해 1분기 매출에서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매출은 20억4000만달러, 코로나 백신 ‘코미나티’의 매출은 3억5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 88% 줄었다.

화이자의 시가총액은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1년 무렵 약 3500억달러에 달했지만, 최근 시가총액은 1624억달러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주가도 팬데믹 당시 고점 대비 절반 수준인 27~29달러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10월 코로나 백신 부문을 포함한 직원 수백명을 해고하는 등 10억달러를 절감했고, 올해 최소 25억달러를 아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CNBC방송은 “화이자는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여러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부 후보물질에 대해선 구체적인 비만치료제 작용 원리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쟁사들도 알약 형태의 신제품을 개발중이라는 점도 화이자의 미래를 낙관하기만은 할 수 없는 이유다. 노보 노디스크는 연내 새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세마글루타이드의 알약 제형의 판매 승인 신청에 나설 예정이고, 일라이릴리도 내년쯤 알약 형태의 새 비만치료제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카터 굴드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하루 1회 복용 비만치료제가 화이자의 전략에 대한 희망을 어느 정도 살려줄 순 있겠지만 시장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기업 인수 등 외부 자산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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