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9패' 지독한 삼성 공포증, 두산 에이스도 무너졌다... 사자군단 못 넘으면 가을 미래도 없다
이승엽(48) 두산 베어스 감독은 외로운 에이스의 역할을 맡고 있는 곽빈(25)을 향한 무한한 신뢰를 나타냈다.
그러나 두산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길목에서 삼성에 덜미를 잡혔다. 그것도 선발진에서 가장 믿었던 에이스가 무너져 더욱 뼈아팠다.
곽빈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동안 77구를 던져 5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2탈삼진 6실점(5자책)한 뒤 강판됐다.
올 시즌 5회도 채우지 못한 건 2번째. 4회도 채우지 못했던 건 이날이 유일했다. 전반기를 마치고 지난 4일 롯데 자이언츠전(6이닝 무실점 승리) 이후 7일을 쉰 이후 나온 결과라 더욱 아쉬움이 컸다.
두산은 후반기에 맞춰 정예 선발진을 가동하지 않았다. 올 시즌 1승 8패로 약했던 삼성과 주말 3연전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승엽 감독은 "사실 의도한 건 아니다. 시라카와도 어제(11일)가 가장 빠른 날이었지만 첫날부터 바로 등판하는 건 조금 서먹서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발라조빅도 일요일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브랜든 와델의 부상, 라울 알칸타라의 부진으로 새 외인 2명과 계약을 한 두산인데, 이들의 정식 등판은 13일과 14일로 예정돼 있다. 삼성에 1승 8패로 약했기에 주말 시리즈에 더 힘을 줬는데 앞선 2경기 선발이 모두 3이닝도 채우지 못했고 많은 불펜진을 소모해야 했다.
이 감독은 "선발 투수들이 빨리 내려갔고 맞는 게 아니고 자꾸 걸어서 나가게 하니까 그 부분이 안 좋았다"고 답답함을 나타냈다. 다만 이날부터 곽빈-시라카와 케이쇼-조던 발라조빅-최원준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을 가동할 수 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아쉬웠다. 1회초 볼넷으로 내보낸 선두 타자 김지찬은 2루 도루에 이어 2사에서 김영웅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고 2회 선두 타자 박병호도 볼넷으로 걸어나가 도루 성공, 2사에서 안주형의 적시타 때 득점했다. 3회엔 안타를 허용한 류지혁이 도루에 실패하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으나 김영웅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이후 이성규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맞았다. 4회에도 선두 타자 윤정빈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이병헌에게 안타, 안주형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위기에서 이병헌에게 공을 넘기고 물러났다. 이후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고 곽빈의 자책점은 5점까지 불어났다.
빠른 공의 힘이 떨어졌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최고 시속 153㎞, 평균 150㎞의 빠른 공을 37구 던졌고 슬라이더(평균 139㎞) 21구, 체인지업(평균 134㎞) 15구, 커브(평균 121㎞) 4구를 섞었다.
시즌 7패(7승)째를 떠안으며 ERA도 3.59에서 3.92로 치솟았다. 두산이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9패를 당하는 동안 거둔 유일한 1승을 책임진 곽빈이지만 삼성전 3경기 1승 2패로 ERA도 6.14로 높아졌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오늘부터 (곽)빈이도 7일 쉬고 후반기 첫 등판을 하고 외국인 시라카와, 발라조빅도 들어오기 때문에 분위기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는데 믿었던 곽빈이 힘없이 쓰러지며 첫발부터 스텝이 꼬인 두산이다.
이제 시라카와-발라조빅에게 공이 넘어갔다. SSG에서 대체 선수로 뛰며 5경기에서 2승 2패 ERA 5.09를 기록한 시라카와는 아직 삼성전 등판 경험이 없지만 지난달 롯데전 1⅓이닝 8실점(7자책)으로 무너졌던 경기를 제외하면 ERA는 2.49까지 떨어질 만큼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시라카와는 지난달 27일까지도 경기에 나섰던 투수다. 보름 이상의 휴식을 취한 뒤 이날 두산 데뷔전을 치른다. 후반기 3연승을 달리며 타선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에이스 원태인과 맞대결을 벌인다.
발라조빅은 올 2016년 메이저리그(MLB) 신인드래프트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의 5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그는 올 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24경기(1선발)에 등판해 35⅓이닝을 소화하며 5승 4패 3홀드, ERA 5.60을 기록했다.
올 시즌 대부분을 불펜 투수로 뛰었고 한국 무대에서 나서는 첫 경기인 만큼 시라카와에 비해 조금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본인과 이야기했을 때는 60구 정도까지는 충분히 구위가 초반과 다르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 이상은 벤치에서 판단해달라고 했다"며 "60구를 던지면서 그 후에 혹시라도 힘이 떨어지거나 스스로도 힘이 떨어진다거나 공이 자꾸 빠진다거나 하면 사인을 보내달라고 했다. 서로 협의할 것이다. 첫 경기부터 무리시킬 생각은 없다. 본인은 60구에서 80구 정도까지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니 지켜보려고 한다. 4이닝에서 많으면 5이닝도 소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등판할 발라조빅은 이승현과 선발 맞대결을 벌인다. 올 시즌 선발로 변신한 이승현은 6승 3패 ERA 3.28로 원태인 못지 않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남은 2경기에서 모두 패한다면 4위 LG 트윈스와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기에 승리가 더욱 간절하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대이기에 공포증을 넘어서지 않고는 정규리그 최종 순위에서도, 나아가 가을야구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키 어렵다. 첫 경기를 내줬지만 새로운 외국인 투수들을 앞세워 '삼성 포비아'에서 탈출하는 게 급선무인 두산이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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