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혈투' 원희룡 "문자 읽씹 아니면 이재명 이겼다"[터치다운the300]
"고의란 건 '미필적 고의'도 있는 거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사건에 대해) 사과해서 (총선 결과를) 반전시킬 수 있는 천군만마의 유일한 기회가 왔는데. 대통령과 주변에서 다 반대한들 당사자가 사과할 의사를 최소한 반은 갖고 있는데, 이걸 성사시켜 선거를 이길 기회를 만들었어야 저도 이재명(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이겼다."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11일 서울 중구 MBN(매경미디어센터) 인근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한동훈 후보가 총선을 고의로 졌다는 주장은 좀 나간 게 아닌가'란 질문에 "나가도 너무 나간 건 한동훈 후보다. 저도 피해자"라며 이같이 답했다. 원 후보는 4·10 총선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 전 대표와 대결했으나 패했다.
원 후보는 "'고의로 졌다'는 게 아니라 '그런 의심까지 든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으니 전체가 다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했다. '문자에 답했으면 야당이 국정농단 프레임을 제기했을 것'이란 한 후보의 주장에도 "해괴한 궤변을 펼치면서 빠져나가는 데 대해 분노한다"고 밝혔다.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 채널 '채널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당권 도전장을 낸 이유에 대해 "총선 이후 당이 구심점을 잃고 무기력했다. 오래 뜻을 같이 한 동료들이 '당이 망하는 걸 두고 볼 거냐. 책임을 다하라'고 해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원 후보는 "한동훈 후보는 차기 대권을 노리고 윤석열 대통령과 거리두는 것을 넘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그 증거가 채상병 특검법 찬성"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에서 한 후보가 제시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 발의를 검토하는 데 대해 "한동훈 대표가 되면 반대할 명분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목적은 오직 탄핵이다. 제3자 추천이든 아니든 갈 길은 뻔하다"며 "(한 후보가) 그걸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부터 정치 초보자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한동훈 후보를 막는 게 당을 살리고 윤 대통령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원 후보는 또 "(임성근 전) 사단장은 수중수색이 아니라 수변수색을 지시했다. 왜 열심히 안 하냐, 빨리 못 찾냐고 질책한 것은 과실이나 직권남용이라 볼 수 없다"며 "특검은 국정조사와 달리 위법성이 있을 때 할 수 있으므로 특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 후보는 이날 인터뷰 직전 가진 2차 TV토론에서 한 후보와 격렬한 설전을 벌인 데 대해 "1차 토론은 비전과 능력 경쟁을 해달라는 권고를 충실히 따르려 했는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 아닌가. 좋다, 그러면 검증의 시간이다 싶어 치열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원 후보는 "비전과 능력 경쟁을 하려면 좀 져주기도 하고 겸손한 모드로 가면서 함께 공유점을 찾는 토론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냥 공격해갖고 밟으려고 나오기 때문에 방어는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한 후보의 가족이 총선 비례대표 공천에 개입했다는 사천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선 "이미 CBS 보도에 다 나와있다"며 "일단 공개된 사람에 대해 얘기한 거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선 제가 가급적 보호를 해드리려 한다. 지금 밝히면 당이 혼란 속으로 빨려들어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즉각 사천의 근거가 뭔지 공개하라고 했으나 원 후보는 당무감찰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공천 과정에 대해 아무런 제시를 안 하면서 제가 미행하면서 그걸 녹음하고 녹화한 게 아니잖나"라고 했다.
이어 "나름대로 확인해봤을 때 통상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가 없는 것이 매겨져 있기 때문에 당무감찰을 통해 밝히면서 제가 갖고 있는 자료, 이야기를 같이 놓잔 거다. 제 얘기만 덜렁 하면 (한 후보가) 부인하면서 증거 또 대보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공천의 전권이 있었기 때문에 정보 비대칭이 있다는 것이다.
원 후보는 "(TV토론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며 "나경원, 윤상현 후보가 잘했다. 한동훈 후보의 정책 역량이 부족하단 게 여실히 드러난 토론회였다"고 했다.
원 후보는 거야의 폭주를 이겨낼 전략에 대해 "우선 특검을 빌미로 탄핵의 울 안으로 대통령 부부를 집어넣으려는 데 대해 단호히 차단해야 된다"며 "우리 당이 여당이라는 장점을 이용해 국민들의 민생, 밀려 있는 갈등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숫자로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당이 똘똘 뭉쳐야 하고 당정관계를 공고히 해야 그나마 이겨낼 가능성이 있다. 당이 분열되거나 당정 갈등 시 모든 게 끝날 것"이라며 "신뢰에 기반해 당정관계 회복시킬 사람은 원희룡뿐"이라고 강조했다.
원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강점인 정책 비전이 보이지 않는단 지적에 "계속 발표하고 있는데 보도가 안 될 뿐"이라며 "토론도 정책 비전 경쟁을 하려 했는데 협조가 잘 안 된다"고 했다.
전직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집값 안정 대책을 묻자 "수요가 많은 도심, 신도시 위주로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주택건설사업 여건 개선도 시급하다"며 "건설업계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고 사업 여건을 개선해야 다"고 밝혔다.
김 여사 문자 논란이 판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정상적인 정치인이라면 즉시 후보 사퇴했을 것"이라며 "온갖 궤변으로 당원들을 속이고 있다. 오래 못 간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대세론'이 이어지는 데 대해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대반전이 있을 것"이라며 "당원들께서 현명한 선택을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는 "결선투표까지 갈 것으로 본다. 당원들은 결선에서 날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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