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은 다 운전자 실수?…기술로 막을 방법 진짜 없나 [신정은의 모빌리티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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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이달 초 발생한 역주행 교통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 A씨(68)가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면서 과거 유사한 사건 사고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대부분 페달 오조작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특히 작년 11월 서울 용산구 주택가에서 발생한 급발진 주장 사고 관련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이런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당시 운전자 B씨(65)는 브레이크 페달을 여러차례 밟았다고 했지만, 페달 블랙박스에선 B씨가 당황해 가속 페달(액셀러레이터 페달)을 6번이나 밟는 장면이 포착됐다.
급발진은 정말 페달 오조작일까. 그렇다면 자율주행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재 페달 오조작을 기술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을지 함께 진단해보자.
급발진 인정 사례 없어
페달 오조작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착각하는 걸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정지상태와 주행상태에서 모두 발생한다. 물론 주행상태에서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더 심각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따르면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 감정 건수는 지난 2021년 56건, 2022년 76건, 2023년 117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10년 6개월간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급발진 주장 사고 신고 건수는 총 456건이다.
신고자 연령별로 보면 60대가 122건(30.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50대 108건(27.3%), 40대 80건(20.2%), 70대 46건(11.6%) 순이다. 30대 30건(7.6%)과 20대 7건(1.8%), 80대 3건(0.8%)도 적게나마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많은 교통사고 중 대법원이 급발진을 인정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대신 조사 기관은 급발진 추정 사례가 대부분 페달 오작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국과수는 지난 2019년 과거 6년간(2013~2018년) 발생한 급발진 추정 사고 269건을 분석한 결과 203건(75%)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원인인 것으로 판정됐다. 나머지는 사고 차량 미제시 또는 심각한 파손으로 감정 불가 등이었다.
해외도 비슷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는 1980년대 후반부터 3차례(1987∼1989년, 2010∼2012년, 2020∼2021년) 걸쳐 조사했으나 원인을 운전자 가속페달 오조작 등으로 결론 내렸다. 일본은 차량의 기계적 결함 가능성을 1987∼1990년까지 진행했고,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 이후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령 운전자 등의 페달 오조작 예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 장치 주목
만약 급발진 주장 사고의 원인이 페달 오조작이라면 기술적으로 방지할 방법은 없을까.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 장치(PMPD)가 대표적이다. 이는 장애물을 인식한 상태에서 운전자가 급격한 페달 조작을 하면 모터 토크를 제한하고 전력(연료) 공급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 등 신차에는 이와 유사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 기능이 적용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의무화 여부다. 한 기술을 의무화하려면 기준을 마련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외에서는 페달 오조작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PMSA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령화 사회에 일찍 진입한 일본은 가장 선진적인 곳으로 꼽힌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르면 내년 6월부터 모든 신차에 PMPD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끔 하는 방안을 도입할 전망이다.
유럽 신차평가 프로그램 유로엔캡은 2026년부터 정지된 시나리오에서 페달 오조작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가속(SUA)에 대한 안전도 평가를 도입할 계획이다. 자동차 국제기준제정기구(UN WP29) 산하 페달 오조작(ACPE) 전문가기술그룹은 내년 발효를 목표로 가속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작년 12월부터 페달 오조작 사고방지 및 평가 기술 개발 기획 연구에 들어갔고, 올해 8월 이를 끝낸다는 목표다.
차량 내 페달 블랙박스 설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2년부터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법을 통해 차량 제조사의 사고기록장치(EDR) 기록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의혹이 많은 만큼 페달 블랙박스를 부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필요한 장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책적 차원에서 여러 규제의 문제가 있기에 자발적으로 유도해 나가는 게 우선 옳은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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