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극전사가 간다 ⑬ 사이클 김유로
항저우에선 아쉬운 은메달…올림픽 직전 아시아도로선수권 우승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그간 한국 사이클의 최전선에는 여자 선수들이 있었다. 특히 나아름(은퇴)과 이혜진(서울시청)의 '투톱 체제'가 공고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금메달 6개 모두 여자 선수들이 따왔다.
나아름 혼자 가장 많은 4개를 목에 걸었고, 이주미(국민체육진흥공단)와 김유리(서울시청)도 개인·단체 종목에서 금메달을 보탰다.
이혜진은 2020년 3월 세계트랙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최초로 은메달을 따며 국제사이클연맹(UCI) 여자 경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사이클을 대표한 나아름과 이혜진은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 차례로 출전했다.
이 가운데 둘의 기량이 동시에 올라온 도쿄 대회 당시 한국 사이클은 첫 올림픽 메달을 꿈꿨으나 아쉽게 숙원을 이루지 못했다.
2024 파리 올림픽은 2008 베이징 대회 이후 처음으로 두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대회다.
대신 도로사이클 남자부에 김유로(한국국토정보공사), 여자부에 송민지(삼양사)가 출전한다.
한국 사이클은 1999년생으로 20대 중반의 '젊은 남자 선수' 김유로의 성장이 반갑다.
김유로가 두각을 드러낸 분야는 본래 도로가 아닌 트랙이었다.
2017년 전국체전 4관왕, 투르 드 DMZ 국제청소년도로사이클대회 우승, 2019년 일본 트랙컵 매디슨 우승 등을 달성한 김유로는 2020 아시아트랙사이클선수권대회 매디슨과 포인트레이스에 출전, 금메달을 따내며 성인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트랙 중·장거리와 도로 종목을 병행한 김유로는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 번 더 도약했다.
신동인(강진군청)과 짝을 이룬 김유로는 매디슨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내용을 보면 아쉬운 은메달이었다.
둘은 마지막 구간을 앞두고 48점을 쌓았다. 그때 일본의 점수는 44점이었다.
그런데 이변이 벌어졌다. 최종 구간을 통과한 직후 두 팀의 점수가 나란히 54점이 됐다.
마지막인 20번째 구간에서 일본 팀이 10점, 우리가 6점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마지막 구간이 기존 점수의 2배가 걸린 '특별 레이스'라서 그렇다.
극적으로 동점이 된 상황에서 마지막 결승선을 먼저 통과한 일본이 최종 승자가 됐다.
간발의 차로 금메달을 놓친 이때의 아픔을 기억한 김유로는 다음 주요 대회인 올림픽을 앞두고는 도로 종목에서 성과를 냈다.
2024 아시아도로사이클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사이클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개인도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58㎞ 구간을 3시간 21분 4초 만에 주파했다. 특히 결승선을 앞에 두고 여러 선수가 경합하는 상황에서 트랙 경기로 단련한 스프린트 솜씨를 뽐내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리나라 남자 선수가 이 대회 개인도로 종목에서 우승한 건 2017년 박상홍(한국국토정보공사) 이후 7년 만이었다.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곳곳의 선수들과 경쟁하게 된 김유로도 아시아와 유럽의 격차를 안다.
세계 사이클의 중심은 유럽이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는 '변방'으로 여겨진다.
김유로는 지난달 14일 연합뉴스와 만나 "아시아와 세계의 격차는 크다. 한 계단씩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올림픽을) 잘 준비하려 한다"며 도전자의 자세로 올림픽에 임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올림픽 출전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만큼 이번에 내 올림픽 출전이 한국 사이클이 발전하고,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로 종목도 자신 있다는 김유로에게도 역대 가장 긴 273㎞의 코스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하는 선수들은 13곳의 산악 지형을 넘어 결승선이 설치된 파리로 돌아온다. 유명 관광지인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몽마르트르 지구를 지나 결승선을 통과하게 된다.
김유로는 "사이클 선수가 느끼기에도 부담스러운 거리지만 그만큼 충실히 준비하고 훈련에 매진해서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는 게 국가대표 선수로서 의무"라며 선전을 예고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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