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보는 ‘웃는’ 사진[신문 1면 사진들]

강윤중 기자 2024. 7. 13.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7월 8일

<국회 개원식 무기한 연기에 철거되는 현수막>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에 설치된 제22대 국회 개원 현수막이 7일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 개원식이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7월5일로 예정됐던 개원식은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없던 일이 됐습니다. 지난 4일 채 상병 특검법 관련 필리버스터의 강제 종료와 특검법 강행 처리를 이유로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을 규탄하며 개원식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아울러 윤 대통령에게도 불참을 요청했지요.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진행해 왔습니다. 원(院) 구성 문제로 충돌하며 시작했던 22대 국회는 여야 대치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표결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8일자 1면 사진은 국회 본청 외벽에 걸린 개원식 현수막이 철거되는 모습입니다.

■7월 9일

<토사에 파묻힌 집...전국 곳곳에 폭우 피해> 8일 전국 곳곳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 금학리의 한 집이 무너져 내린 토사에 파묻혀 있다.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언젠가부터 규모와 집중도가 달라진 비에 바짝 긴장하게 됩니다.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 부서라 더 그렇습니다. 충청과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집중되면서 산사태가 나 집들이 토사에 묻히고, 강이 불어 마을이 침수됐습니다. 이날 충북 옥천에서 1명이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흔히 피해의 규모를 사망자 수로 파악하기도 합니다만, 쉽게 숫자로 바뀌고마는 피해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1이라는 숫자는 한 사람의 삶을 설명하지 못하지요. 고인의 사망으로 슬퍼하는 수많은 이들을 떠올립니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는 지난해 오송지하차도 참사와 해병대 채 상병의 사망을 떠올리게 해 마음이 더 무거워집니다.

■7월 10일

<“팀 코리아 기대하세요”...파리올림픽 선수단 결단식> 대한민국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이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은 22개 종목에서 144명의 선수들이 메달에 도전한다. 권도현 기자

한 주에 한 번쯤은 1면에 사고나 갈등이 아닌 밝고 흐뭇한 사진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회의시간까지 가장 유력했던 1면 사진후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 청문회 실시 계획을 의결하는 사진이었습니다. 여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채로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주요한 뉴스지만 너무 자주 보는 장면들이어서 ‘다른 게 없나’ 했습니다. 다행히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결단식 사진이 회의시간 지나서야 마감됐습니다. 사진 속 사람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팀 코리아’의 멋진 도전을 응원합니다.

■7월 11일

<탈출> 밤사이 내린 강한 비로 대구 금호강 일대가 범람해 시민들이 고립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10일 침수된 대구 동구 금강동에서 한 주민이 대피하기 위해 짐을 싸들고 물에 잠긴 도로를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폭우 피해를 기록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전에는 큰비가 예상되는 지역에 전날 미리 가서 비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예보와 다른 경우가 많아 뻘쭘해져 복귀하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밤사이 전북과 충청 일대에 기습폭우가 내렸습니다. 군산에는 시간당 146mm로 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기습’과 ‘사상 최대’라는 단어는 인간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를 품은 듯합니다. 자연 앞에 겸허해집니다. 전국의 폭우 피해사진이 통신사 사진으로 들어왔습니다. 1면 사진은 조금 더 앵글(美)적으로 돋보이는 사진을 골랐습니다. 피해현장의 사진을 보기 좋은 사진으로 고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7월 12일

<“이겼다”>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인 원심 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한 11일 해고노동자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5년 해고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지 9년 만에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조태형 기자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를 했습니다. 2005년 노동자들이 싸움에 나선 지 9년 만에 불법파견이 인정됐고 복직의 길이 열렸습니다. 이날 기뻐하는 노동자들이 헹가래를 치는 사진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 리셉션에 참석한 사진이 1면 자리를 놓고 경합을 했습니다. 최고의 권력자와 해고노동자들의 사진 중에서 매번 마음이 기우는 건 노동자 쪽입니다. 더듬어보면 9년 전쯤 청와대 인근을 지날 때마다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을 봤습니다. 잊고 있었던 이 노동자들의 존재를 대법원 판결로 다시 새기게 됐습니다. ‘9년 세월’이라고 쉽게 쓰지만, 서럽고 힘든 싸움을 한 노동자들에겐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이었을 테지요. 지면에 쓰지는 못했지만 대법원 판결 뒤 열린 기자회견 끝에 찍은 기념사진이 뭉클했습니다. 9년을 함께 연대하고 함께 싸워준 이들과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