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님 회사?” ‘이 종목’ 토론방 흔드는 ‘축협’ 걱정…“서울 부동산 수혜주” 증권가 호평, 왜? [신동윤의 나우,스톡]

2024. 7. 1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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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왼쪽 첫 번째부터 시계 방향으로) 대한축구협회 회장, 홍명보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내정자, 위르겐 클린스만 전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이사. [연합, 뉴시스, HDC현대산업개발, 대한축구협회]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최근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두 상장사의 주식 종목토론실은 ‘축구’ 이야기로 시끌시끌합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한다면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와 축협의 수장인 정몽규 축협 회장, 그리고 대한민국 남자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한 비판의 내용들이 담긴 게시물입니다.

이런 내용의 게시물들이 종목토론실에 올라온 대표적인 두 회사는 HDC 그룹의 지주사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입니다.

‘축협 회장님 회사’ 종목토론실로 모인 축협 비판

정몽규 축협 회장은 현재 HDC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HDC는 HDC그룹의 지주사로서 정몽규 회장은 이 회사 33.7%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입니다. 여기에 정몽규 회장이 100% 지분을 들고 있는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HDC의 지분 6.1%를 들고 있는 2대 주주죠. 최대주주인 정몽규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HDC 주식은 전체 주식의 총 42%에 이릅니다.

HDC그룹의 핵심 사업체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회장이 최대주주인 HDC가 41.5%의 지분을 들고 있는 최대주주죠.

이런 이유 때문에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축협 회장님 회사’로 불리기까지 합니다. 그만큼 축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식 종목토론실에까지도 축협과 관련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헤럴드경제는 지난 11일 오후 5시 기준으로 네이버 주식 페이지 내 HDC, HDC현대산업개발 종목토론실 게시물을 살펴봤습니다. 7월 들어 9거래일 간 HDC 종목토론실에 51건, HDC현대산업개발 종목토론실엔 총 53건의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2023년 10월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 4-0으로 승리한 대한민국 클린스만 감독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그중 ‘축구’ 또는 ‘축협’ 등의 단어가 들어가거나, 이임생 축협 기술총괄이사 등 축협 내 주요 인사, 축구 뉴스 관련 링크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만 숫자를 세어봤는데요. HDC에선 15개, HDC현대산업개발에선 17개로 각각 전체 게시물의 29.4%, 32.1% 수준이었습니다. 게시물 10개 중 3개 꼴로 HDC나 HDC현대산업개발의 사업적 측면이나 주가 이슈 등과 관련 없는 ‘축구’ 이야기가 올라왔다는 것이죠.

물론, 정몽규 회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다수의 비판글까지 카운팅했다면 그 비율은 더 높아졌겠죠.

돌고 돌아 홍명보

이른바 ‘회장님 회사’ 종목토론실에서 이처럼 축구 이야기가 가득하게 된 이유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경질된 이후 무려 5개월 만에 이뤄진 감독 선임 과정 속에서 불거진 각종 잡음 때문입니다.

앞서 아시안컵 4강 탈락 후 경질된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클린스만 전 감독과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던 정몽규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단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협회 시스템과 무관하게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축구계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상당했었죠.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을 뽑기 위해 100명 안팎의 외국인 후보를 따져본 축협이 결국 프로축구 K리그 울산 HD의 홍명보 감독을 차기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앉히면서 잠재됐던 축구팬과 전직 축구 선수, 축구 관련 종사자 다수의 불만이 폭발했는데요.

내년 준공 예정인 천안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공사 비용이 늘어나 300억원 가량 대출을 받은 축협의 좋지 않은 재정 상황에선 이미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 명문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로 채워진 한국을 이끌만한 역량이 있고,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출 만한 외국인 후보를 최종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반대로 몸값을 감당할 만한 외국인 지도자는 축협의 성에 차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근 축구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전직 국가대표 선수 박주호 씨가 유튜브 등에 나와 선임 과정에 대해 밝히고, 이후 유명 축구 기자들과 해설자들이 후속 취재를 통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실상 리즈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을 지휘했던 제시 마쉬 감독과 협상이 어그러진 이후엔 외국인 감독 선임 작업은 난관에 빠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임생 이사가 최근 유럽 출장길에서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잉글랜드) 감독과 면담 겸 면접을 봤던 것에 비해, 홍명보 신임 감독 내정자에 대해선 ‘면접’ 대신 ‘간청’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절차적 정의’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죠.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축구협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한 것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이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 등에 전권을 위임한 채 나서지 않았던 정몽규 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죠. 지난 1일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정몽규 회장은 축구인들에게 책임만 지우고 회장 명예의 어떠한 입장 표명도 들을 수 없었다”면서 “정몽규 회장이 더 이상 본인의 치적과 (축협 회장) 4선 연임을 위해 축구인을 들러리나 소모품으로 활용하고 폐기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까지 했죠.

사실 지난 5일 충남 천안축구종합센터에서 열린 2024 대한축구협회(KFA) 한마음 축구대회에 참석한 정몽규 회장이 축구 팬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고충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한 말은 사실 축구팬의 부정적 여론을 더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감독을) 누구로 뽑더라도 여론은 45% 대 55%로 갈릴 것 같다. 누가 맡든지 반대하는 여론이 55%일 것이다. 50%의 지지를 받으며 감독을 시작하는 경우도 거의 없는 것 같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감독이 한국 감독으로 오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지난 5일 2024 대한축구협회(KFA) 한마음 축구대회에서
‘서울을 사자. HDC현산을 사자’

홍명보 신임 남자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임됐지만 쉽사리 가라 앉지 않는 논란 탓에 한동안 HDC, HDC현대산업개발 주식 종목토론실 역시도 ‘축구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듯 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축협 관련 사태들로 인해서 HDC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 그리고 HDC현대산업개발의 대표적인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I PARK)’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냔 우려도 나옵니다.

종목토론실 내에서도 주주들을 중심으론 유사한 내용의 걱정이 담긴 글도 있었죠.

다만, 증권가에선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서 만큼은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최근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서울을 사자. HDC현산을 사자’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HDC현대산업개발을 서울 부동산의 차별적 가격 강세 현상의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기업이라고 짚었는데요.

[KB증권]

장문준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의 목표주가를 2만8000원으로 제시했고, 투자의견 역시 ‘매수’로 내놓았죠.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서울 부동산의 차별적인 가격 상승이 수도권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라며 “이러한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경우 가장 큰 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기업이 바로 HDC현대산업개발”이라고 말했습니다.

장문준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10조원 이상의 자체사업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서울 부동산의 차별적 가격 강세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기업 ▷광운대 역세권 사업의 건축심의 통과(4월 복합용지 통과, 6월 상업용지 통과)로 9월 착공 및 분양 가시성이 높아져 자체 수주잔고의 본격적인 매출화가 목전에 두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2014~2015년에 나타난 (옛) 현대산업개발의 가파른 주가상승은 부동산 시장 회복, 특히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과 궤를 같이했다”면서 “도급 및 정비사업에 집중하는 일반 종합건설사와 달리 자체 사업 비중이 높은 (옛)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의 직접적 수혜를 기대할 수 있었다는 점이 회사의 주가와 아파트 매매가격 동조화의 주요한 원인이었을 것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고요.

[KB증권]

하이투자증권도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목표주가를 2만3000원, 투자의견도 ‘매수’로 유지했습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광운대 개발 사업은 복합 부지, 상업 부지 모두 건축 심의를 획득했으며, 주거 시설은 9월 착공해 10월 분양이 예정돼 있다”면서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과 청약 경쟁률을 감안할 때 높은 초기 분양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죠.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은 내년 높은 영업이익 성장이 예상된다고도 했고요. 그 수준은 올해 대비 59%나 증가하는 정도입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에 대해서도 4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61.1%나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다만, 이는 시장 컨센서스를 24% 하회하는 수준이긴 하죠.

[하나증권]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을 통해 내년 3200억원, 2026년 48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봤습니다. 김승준 연구원은 “주택주(株) 주가수익비율(PER)이 5배 정도로, 시총이 1조5000억~2조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배당성향도 20% 이상(공시)으로, 시가배당수익률로 5.5~8.3%(2025~2026년 배당금 추정, 현 시총 기준)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지난 11일 종가까지 19.73%(1만4600→1만7480원) 올랐습니다. 지주사인 HDC의 주가도 같은 기간 16.84%(6890→8050원) 상승했고요.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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