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궁정가수’ 연광철 ”바그너 음악 매력은 지루함"[문화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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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음악의 매력은 지루함이죠."
'바그너 전문 가수'의 말이니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바그너 음악에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는 '바그너의 성지'로 알려진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150회가 넘는 공연 기록을 세웠고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10년 간 전속가수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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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바그너 음악의 매력은 지루함이죠."
'현존 최고 베이스' 연광철이 의외의 말에 집중됐다. "특히 2부 마지막 세 곡은 굉장히 지루할 수 있다"면서 "바그너의 오페라는 길고 지루하다”고 강조했다.
'바그너 전문 가수'의 말이니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바그너 음악에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는 '바그너의 성지'로 알려진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150회가 넘는 공연 기록을 세웠고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10년 간 전속가수로 활동했다. 2018년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캄머쟁어· Kammersänger) 칭호도 받았다.
오는 26일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보컬 마스터 시리즈' 공연에 앞서 만난 그는 국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바그너 아리아를 노래하기로 했다"면서 "우리가 바그너를 들을 때 꼭 한 번씩은 들어봐야 하는 곡”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더 이상 날지 못하리’ 등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아리아로 시작해 ‘돈 카를로’ 중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 등 베르디 아리아와 ‘파르지팔’ 중 ‘티투렐, 신앙심 깊은 영웅’ 등 바그너 오페라 아리아 네 곡으로 꾸민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컸다. "우리나라 관객은 사랑과 열정이 강조되는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투란도트'나 '나비부인' 같은 이탈리아 오페라가 인기가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네순도르마(Nessun dorma,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예로 들면 관객들이 어느 순간에 '빈체로(Vincero)'가 나올걸 예상하지만 바그너는 그렇지 않거든요."
"관객의 취향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정할지, 제가 정말 외국 무대에서 서는 모습을 보여드릴지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며 "관객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를 만한 요소도 있지만 그런 요소들까지도 결국 제가 무대에서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연광철은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크게 주목 받기 시작했다. 화려한 경력 이면에는 뿌리 깊은 차별의 시선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현지인이 보기에 단신의 동양인을 본인들 역사에 등장하는 왕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워 하는데 우리가 춘향전의 변사또를 외국인이 한다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과 같은 것이죠."
그는 "모든 사람들이 젠틀하지는 않으니 '왜 동양의 왕이 여기 있느냐'며 비아냥거리는 동료들도 있었지만 이를 타파할 방법은 노래밖에 없다"는 것을 실천했다.
"청각이 시각을 지배하도록, 눈을 감으면 정말 독일 사람이 노래하는 것처럼 들리도록 하자고 생각하고 그 길을 걸어왔왔어요. 그 덕분이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 '당신 키가 굉장히 큰 줄 알았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죠."
공연을 앞둔 그는 국내 클래식 시장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 음악계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데, 관객이 기대하는 수준인가는 고민을 해 봐야 한다"며 "돈을 받고 티켓을 팔려면 성악가들이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 관객들도 좋은 가수들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 좋은 가수가 살아남는다"고 지적했다.
관객들에 오페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팁을 전했다. "사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데 직장인들은 오후 6~7시까지 일하는 생활 패턴으로는 음악회를 가기 어렵다는 점이 안타까워요. 스포츠 경기를 볼 때 룰을 알아야 재미있는 것처럼 공연에 앞서 어떤 내용인지 무엇을 감상하는지 알고 가면 더 좋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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