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해저케이블 미스터리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2024. 7. 1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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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Tech Powers]'배터리 전쟁'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고정 칼럼
<11>얽히고설킨 해저케이블 미스터리


바다 깊은 곳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의 새로운 전선이 시작된다.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 네트워크를 위한 배관 시스템인 전 세계 정보 '슈퍼 하이웨이'를 장악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저 광케이블은 정원용 호스와 두께가 큰 차이 없다. 실제로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정보를 전달하는 단일 광케이블의 직경은 머리카락보다 굵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인프라가 전 세계에 걸쳐 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 통신의 대부분이 인공위성을 통해 이루어진다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3% 미만이다. 해저케이블은 정보 중심의 글로벌화된 세계의 기반이다.

세계 최초 해저 케이블은 1850년 프랑스 칼레와 영국 제도 사이에 만들어 졌다. 8년 후 최초의 대서양 횡단 케이블을 통해 유럽과 북미 간 전신통신이 가능 해졌다. 정말 획기적인 일이었다. 전보로는 평균 한 달 이상 걸렸던 정보 교환 시간이 거의 즉각적으로 가능 해졌다. 최초의 해저 케이블은 정보화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이 초기의 케이블들은 광섬유 케이블이 아닌 구리 케이블이었다. 광섬유 기술은 1970년대에야 등장했다. 당시에는 분당 몇 단어만 전송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단일 케이블이 초당 수백 테라바이트를 전송한다. 그러나 설치 절차는 처음부터 거의 변하지 않았다. 케이블을 거대한 원통형 드럼에 감아 특수 선박에 실은 다음, 지진이 발생하기 쉽거나 큰 어선이 자주 다니는 위험한 지점을 피해, 자동차가 1단 기어로 움직이는 속도로 해저에 조심스럽게 놓인다.

케이블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 단열재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고무는 당연한 선택처럼 보였지만 유기 물질인 고무는 물에 스며드는 단점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연 층 내부에 구타 페르차(Gutta percha)를 적용했다. 구타 페르차는 말레이시아에서 자라는 페르차 나무의 유기 재료로, 신경치료 후 치아를 메우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재료이기도 하다. 현대의 광섬유 케이블은 플라스틱과 방수 고무로 덮인 구리 튜브에 스테인리스 스틸 튜브를 감싼 것이다. 섬유들은 스테인리스 스틸 튜브가 가득 찬 물질 안에 배치된다. 이것을 기본으로 해 위험 요소의 깊이와 수에 따라 아스팔트, 외장 및 아연 도금 강철 층이 추가 보호 층으로 포함된다.

해저케이블 네트워크의 밀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매년 새로 설치되는 케이블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걸쳐 500개가 넘는 해저 케이블이 설치돼 있다. 흑해 아래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을 연결하는 300km의 케이블부터 버지니아와 빌바오를 연결하는 6600km의 케이블까지 다양하다. 이 수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정보기관과 군대에서만 사용하는 비밀 케이블이 있기 때문이다.

2022년 태평양 통가 섬 근처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은 해저케이블 네트워크의 취약성을 부각시켰다. 화산 폭발로 인해 쓰나미와 섬의 침수가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섬의 유일한 해저케이블이 절단돼 정보 정전이 발생했다. 자연재해 당시 주민들은 5주 동안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었다. 케이블을 복구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전 세계에는 약 70척의 전문 케이블 수리 선박이 대기하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평균 3일에 한 번씩 끊어지는 등 단절이 꽤 잦다. 해저케이블은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지만, 현재 전 세계에 걸쳐 150만km가 넘는 광케이블이 설치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고장 빈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통가 재해 당시 가장 가까운 케이블 수리 선박은 4700km 이상 떨어진 파푸아뉴기니에 있었다. 피해 현장에 도착하는 데만 열흘의 항해가 필요했다.

이중화(장애를 막기 위해 예비 케이블 시스템을 운영) 된 케이블의 부족은 다수의 고립된 섬과 가난한 국가에 영향을 미친다. 통신사가 해저케이블을 설치해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복잡하다. 케이블을 소유한 통신사가 인터넷 제공업체, 대형 기술 회사 또는 다른 통신사에 대역폭을 판매하는 게 포함된다. 때로는 설치 업체가 직접 케이블을 통해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기술 회사나 금융 회사는 연결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랜딩 사이트(육지와 연결되는 지점)에서 케이블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비용을 지불한다. 통가처럼 인구가 적고 연결 개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대규모 기술이나 금융 산업이 없는 국가의 경우 이러한 추가 수익원이 미미하다. 케이블 설치와 유지보수를 위해 정부가 지불하는 수수료 밖에 없다.

인구가 많고 첨단 기술과 금융 산업이 발달한 싱가포르와 대만 같은 섬은 많은 케이블을 통해 외부 세계와 연결돼 있다. 심지어 싱가포르는 해저케이블의 허브가 됐다. 인도, 걸프 국가들, 호주, 동남아시아의 케이블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25개의 해저케이블 네트워크가 연결된다. 진정한 글로벌 데이터 연결 허브다. 2023년 싱가포르 정부는 향후 10년간 연결 수를 두 배로 늘리고, 사업자에게 새로운 지정 착륙장 및 기타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저케이블 제조 및 설치 시장은 미국 서브콤, 일본 NEC 코퍼레이션, 프랑스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워크, 중국 HMN 테크 등 4개 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메타, 구글, 아마존과 같은 대형 기술 기업도 중요한 플레이어다. 예를 들어 메타와 구글은 미국과 싱가포르 간 최초의 직결 해저케이블을 완공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싱가포르까지 1만6000km가 넘는 거리를 연결하는 케이블이다.

아마존은 2016년 해저케이블 투자를 시작했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는 이 회사는 호주와 뉴질랜드 사용자의 연결 속도를 향상하기 위해 하와이 해저케이블 건설에 재정을 투입해 이들 국가와 미국을 연결하고자 했다. 아마존은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도록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자금을 조달 및 제공했다고 알려졌다.

해저케이블에 대한 논의는 데이터의 프라이버시와 지정학적 영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광대한 해저 인프라가 감시 없이 방치되면 악의적인 민간 플레이어와 정부 관계자들이 도청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남태평양은 중요한 무역로가 통과하기 때문에 영유권, 광물 및 어업권 분쟁이 세계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 중 하나다. 해저 정보 고속도로를 둘러싼 경쟁은 기존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뿐이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하는 전략 포럼 쿼드(Quad)는 2023년 회의에서 인도 태평양 지역의 케이블 인프라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케이블 연결 및 복원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한편 2022년 중국은 남태평양 도서국 10개국과 통신망 개선 및 확장을 위한 대출을 제공하는 협상을 시작했다. 보안 문제로 인해 많은 서방 국가의 인프라 개발에 참여가 금지된 중국 통신 대기업 화웨이의 참여가 이러한 맥락에서 언급됐다.

이러한 상황을 소규모 국가나 개발도상국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흥미롭다. 글로벌 정보 고속도로로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미국, 중국, 프랑스 기업들 중 한 곳과 협력하는 걸 선택해야 한다. 국가나 지역에 따라 스스로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거나 무언가를 제공함으로써 투자를 유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때로는 글로벌 강대국들이 계약을 따내기 위해 가장 유리한 제안을 내놓으며 경쟁하기도 한다.

해저케이블 네트워크 개발의 정치·경제적 영향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브렌든 캐논 교수는 케이블 안보화 과정이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 경고한다. 그는 악의적인 공격이 증가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이 입증된 적 없고, 지금까지 케이블이 대부분 국가가 아닌 민간 기업의 영역이었다고 지적하며 안보화 수사(rhetoric)를 중단하라고 촉구한다.

작은 국가들은 '코끼리 두 마리가 싸우면 죽어나는 건 바닥의 풀'이라는 속담처럼, 안보화와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효율적이고 현대적인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아무런 조건 없이 번영을 누리는 것이다.

*이 칼럼에서 표현된 견해와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것이며 소속회사의 것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필자와는 Twitter에서 @LithiumResearch를 팔로우하거나 hitechcolumn@gmail.com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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