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인 축협의 홍명보 선임, 이러다 잊혀지겠지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4. 7.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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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대표팀을 하려면 나 자신을 지키지 않고 버려야 했다. 이제 '홍명보'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만 남았다."

홍명보(55) 울산 HD 감독이 5개월간 공석으로 있었던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게 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1무2패의 실패로 사임한 이후 10년 만에 복귀.

홍명보 감독은 "나를 버렸다"며 비장한 의지를 다졌지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을 남기며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에 대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말았다.

시작도 전에 난파선으로 출발한 홍명보호는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질 여론에 기대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연합뉴스

▶왜 홍명보인가

대표팀 장악 실패와 성적부진의 책임으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한 축구협회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감독 선임 작업을 시작했다. 당장 3월 A매치는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게 맡겼고 6월 A매치는 김도훈 감독으로 버텼다.

한국을 거절하고 캐나다로 부임해 코파 아메리카 4강까지 이끈 제시 마치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전력강화위는 6월말 다시 최종후보로 외인 2명과 홍명보 감독을 설정했다. 그사이 내분으로 정해성 위원장이 사퇴하며 이임생 총괄이사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이 총괄이사는 유럽에서 외인 2명 면접 후 결국 홍 감독으로 확정한 뒤 지난 5일 홍 감독의 집 앞에서 만나 설득에 성공했다.

이임생 위원장은 "최종 후보 2인은 한국 축구의 철학과 맞지 않았다"며 "홍명보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설정한 빌드업-지배 축구를 K리그에서 시행중인 감독"이라는 이유로 홍 감독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광주FC와의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였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며 "이임생 이사로부터 철학 얘기를 듣고 해당 부분은 동의했지만 바로 결정하지 않고 밤새 고민했다. 솔직히 불확실성을 가진 것에 도전하는 것이 두려웠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니 결과적으로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왔다. 두려움,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등이었다. 10년 전 실패를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도전하고 싶다는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강한 대표팀을 만들어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수락 배경을 밝혔다.

ⓒ연합뉴스

▶'논란 투성' 감독 선임 과정

감독 선임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이 야기됐다. 먼저 감독을 선임하는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강위)가 유명무실했다는 점. 최종 후보 3인으로 좁혀졌을 때 전강위는 내분으로 인해 정해성 위원장 사퇴와 함께 절반에 가까운 위원들도 사퇴하는 일을 겪었다. 그런데도 다시 전강위를 꾸리기보다 이임생 이사가 남은 전강위 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외인 면접 후 회의도 없이 홍명보 감독으로 선택했다. 외인은 면접을 하는데 홍명보 감독은 면접이 아닌 '부탁'으로 선임된 것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한국축구 철학에 맞는 감독들 중에 누가 나은 지를 평가해 후보군을 설정했어야하는 전강위 역시 최종후보로 올린 외인들이 결국 '한국 축구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답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든 것도 황당하다. 기본조건조차 고려치 않은 최종후보 설정이었던 셈.

시즌 절반이 넘어간 K리그 진행 중에 울산 HD 감독을 빼간 것은 K리그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점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오만함이 방증된다. 우승 후보팀인 울산이 혼란에 빠지고 홍 감독 후임으로 K리그 다른 팀 감독을 데려온다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2024 K리그다.

또한 홍명보 감독 역시 지속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지 않겠다"고 말해왔으나 결국 말바꾸기가 된 것에 많은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10일 광주 경기에서는 울산에 K리그 우승을 두 번이나 안긴 홍 감독임에도 울산 팬들은 비난의 걸개와 거친 야유 그리고 욕설까지 퍼부었다.

감독 발표 이후 유럽에서 뛰고 국가대표로 활약한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감독선임과정에 대해 밝힌 것 역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 영상을 통해 박주호는 전강위의 아쉬운 부분과 축구협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는데 대한축구협회는 영상공개 다음날 공식적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해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

▶시작도 전에 난파선된 2기 홍명보호

당장 축구대표팀은 9월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을 시작한다. 1차전인 9월5일 팔레스타인과의 홈경기부터 시작인데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출발해도 모자랄 판에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에 대한 여론은 최악인 상황. 시작도 전에 난파선이 되어버린 2기 홍명보호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승부조작범 사면 검토, 클린스만 감독 선임, 천안축구센터 건립이 늦어져 머물 곳 없이 떠도는 대표팀, 잼버리 사태에 따른 일방적 FA컵 일정 변경, 아시안컵 실패와 손흥민-이강인 내부 갈등, 40년만에 올림픽 진출 실패, 7월 A매치 여자축구 홀대와 콜린 벨 감독과 조기 계약 종료에 이어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불공정함과 잡음 등 1년 반 사이 수많은 논란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 속에서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대한체육회의 비호아래 올해 종료되는 임기를 넘어 4선을 꿈꾸고 있다.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서 보여준 수많은 잘못마저 '늘 축구협회가 만드는 논란'으로 치부될까. 대한축구협회는 A매치만 되면 '티켓 전쟁'이 펼쳐지는 현 상황에 전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9월 역시 아이돌이 되어버린 손흥민과 이강인을 보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가득차고, 피파랭킹 96위인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승리한 후 기쁨에 도취해 이런 논란들이 '찻잔 속의 소용돌이' 정도로 끝나진 않을까.

ⓒ연합뉴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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