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서 ‘노예다’로 보낸 전성기..추락하는 마에다, 브레이크가 없다[슬로우볼]

안형준 2024. 7.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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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마에다의 전성기는 끝난 것일까. 추락에는 브레이크가 없는 듯하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7월 12일(한국시간)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활용해 선발 로테이션을 정비하겠다는 것. 디트로이트 A.J. 힌치 감독은 선발투수 중 가장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한 마에다 겐타를 불펜으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강등이다. 마에다는 올시즌 최악의 성적을 쓰고 있었다. 16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단 65.2이닝을 투구하는데 그쳤다. 2승 5패, 평균자책점 7.26, 50탈삼진. 피안타율은 무려 0.305였고 WHIP(이닝 당 출루허용율)도 1.58이었다. 모든 면에서 최악이었다.

디트로이트는 '선발 마에다'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전반기 최고의 투수인 태릭 스쿠발(18G 10-3, ERA 2.37), 완벽한 반전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잭 플래허티(16G 6-5, ERA 3.13), 영건 리즈 올슨(18G 4-8, ERA 3.30) 등이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12일까지 45승 49패(승률 0.479)를 기록한 디트로이트는 전력으로나 현재 성적으로나 당장 포스트시즌에 필사적으로 도전할 입장은 아니다. 다른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이다.

디트로이트 입장에서는 속이 쓰리지만 어쩔 수 없다. 디트로이트는 올시즌에 앞서 마에다와 2년 2,400만 달러 FA 계약을 맺었다. 대단한 활약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젊은 선수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로 가득한 마운드를 베테랑 마에다가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마에다는 지난해까지 빅리그에서 통산 190경기에 등판해 866.1이닝을 투구하며 65승 49패,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한 베테랑. 하지만 마에다는 전혀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올시즌 성적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마에다는 강타 허용율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지표에서 리그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물론 평균자책점 7.26이 기대 평균자책점(4.95)보다 훨씬 높은 것은 다소의 운이 따르지 않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다른 지표들은 마에다의 부진이 기량의 저하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마에다는 허용 타구속도(평균 시속 89마일), 기대 피안타율(0.279), 기대 피장타율(0.464), 허용 기대가중출루율(0.346), 삼진율(17.1%), 배럴타구 허용율(9.2%), 헛스윙 유도율(22%), S존 내 컨택율(86.6%)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개인 통산 기록보다 한참 좋지 못한 것은 물론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평균 구속 역시도 개인 역대 최저다. 공의 속도도 위력도 모두 최악으로 떨어진 것이다.

1988년생인 마에다는 이제 36세. 노쇠화가 찾아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그리고 이미 기량 하락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다.

원래 공이 아주 빠른 투수가 아닌 마에다는 2019년 빅리그 데뷔 후 가장 빠른 평균 시속 92.1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2017-2020시즌에는 꾸준히 시속 91마일 이상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유지했다. 하지만 단축시즌 이후 구속이 떨어졌고 올해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90.3마일에 그치고 있다.

2할3푼 이하의 기대 피안타율, 0.380 미만의 기대 피장타율을 기록하던 것도 2021시즌부터 더 나빠졌다. 시속 87.5마일 미만을 유지하던 평균 허용 타구속도도 이제는 한참 빨라졌다. 줄곧 0.290 미만이던 허용 기대가중출루율(xwOBA)도 2021시즌부터 높아져 이제는 0.346까지 올랐다. 3.50 미만이던 기대 평균자책점도 2021시즌부터는 3.70 이상으로 올라 올해는 4.95가 됐다. 토미존 수술로 2022시즌 1년을 모두 쉬기도 한 마에다는 이제 전성기의 기량을 완전히 잃었다고 볼 수 있다.

마에다의 전성기는 빅리그 데뷔 초인 LA 다저스 시절이었다. 2016년 일본 무대를 떠나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마에다는 2019년까지 4시즌 동안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137경기(589이닝)에 등판해 47승 35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저스를 떠난 첫 시즌인 2020년 단축시즌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11경기 66.2이닝, 6승 1패,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2위(3위 류현진)에 올랐다. 2020년까지의 마에다는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공이 빠르지는 않지만 강한 타구, 빠른 타구를 허용하지 않는 투수였고 탈삼진 능력도 빼어났다.

하지만 다저스에서의 마에다는 돋보이지 못했다. 다저스가 즐겨 사용한 '퀵후크' 전략 탓에 많은 데뷔시즌 이후로는 규정이닝도 채우지 못했고 불펜을 오간 시즌도 있었다. 다저스는 부상자 명단 등록 기간이 15일에서 10일로 줄어든 것을 악용해 선발 로테이션을 변칙적으로 운영했고 마에다는 그런 팀 전략에 희생된 선수 중 하나였다. 보장 금액은 작고 인센티브가 굉장히 큰 계약을 맺은 탓에 많은 연봉을 받지도 못했다.

물론 다저스의 그런 기용법이 마에다의 성적을 '관리'해준 효과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마에다가 크게 돋보이지 못하고 전성기를 보낸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크다. 통상적으로 거액의 연봉을 받고 빅리그에 진출하는 일본 프로야구 에이스들과 달리 보장 연봉이 채 400만 달러도 되지 않았던 마에다를 두고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은 '노예다(노예+마에다)'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다저스를 벗어난 마에다는 2020년 비록 단축시즌이지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다만 그렇게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이 지난 마에다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기량의 하락이 시작됐고 이제는 성적도 완전히 하락했다. 36세인 마에다가 갑자기 기량의 반전을 이뤄내는 것은 냉정히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쩌면 이제 마운드 위에서 화려하게 활약하는 마에다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쉬운 계약과 아쉬운 대우로 전성기를 보낸 마에다는 이제 세월이라는 최강의 적과 싸우고 있다. 과연 불펜으로 이동한 마에다가 재정비에 성공하며 디트로이트가 바란 든든한 베테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마에다 겐타)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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