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았다, 야구 인생에 이런 경기 두 번 다시는…" LG 병살만 5번, 문동주는 왜 승리에도 웃지 않았나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파이어볼러 문동주(21)가 1군 복귀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병살타 3개 포함 무려 5개의 더블 플레이가 이끌어내먀 LG 트윈스 타선을 잠재웠다.
문동주는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러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8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한화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구단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시즌 6번째 홈구장 직관에 승리를 선물한 한화는 9위에서 8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지난달 26일 대전 두산전을 마친 뒤 2군에 내려갔던 문동주는 다시 한 번 재조정을 거쳐 이날 16일 만에 1군에 돌아왔다. 복귀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부활을 알리며 5월28일 대전 롯데전 이후 45일 만에 승리를 따냈다. 개인 4연패를 끊고 시즌 4승(6패). 평균자책점도 6.92에서 6.26으로 낮췄다.
1회부터 5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가 계속됐지만 문동주는 무너지지 않았다. 1회초 1사 1루에서 오스틴 딘을 2루 땅볼로 유도하며 4-6-3 병살타로 이닝이 끝났다. 2회초 1사 1,2루에서도 안익훈을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6-4-3 병살타로 이닝 종료.
3회초 1사 1,3루에선 문성주의 잘 맞은 직선 타구를 2루수 황영묵이 왼팔을 쭉 뻗어 낚아챘다. 풀카운트에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 홍창기를 태그 아웃하며 더블 플레이로 또 한 번 이닝 마감.
4회초에도 무사 1루에서 문보경의 2루 땅볼이 4-6-3 병살타로 이어졌다. 4이닝 연속 병살타 및 더블 플레이로 수비 도움을 받은 문동주는 7회초 무사 1루에서도 더블 플레이로 고비를 넘겼다. 안익훈의 3루 직선타 때 2루로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 신민재까지 포스 아웃되면서 한 경기에 5번의 더블 플레이, 병살이 나왔다.
경기 후 문동주는 “내가 가장 좋아져야 할 부분이 직구 구위인데 1회부터 스피드가 잘 나왔고, 컨디션이 좋아 많이 던졌다. 올해 직구가 가장 좋았던 날이었던 것 같고, 운도 가장 좋았던 날이었다”며 땅볼로 만들어진 병살타(Grounded Into Double Play) 3개에 직선타에 의한 더블 플레이 2개를 더해 무려 5개의 병살을 엮어낸 수비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문동주는 “운이 좋았다. (황)영묵이형이 던지고 치고 해서 이겼다”며 2루수 황영묵에게 특히 고마워했다. 황영묵은 1~4회 4이닝 연속 더블 플레이에 관여했다. 뿐만 아니라 4회초 2사 1루에서 신민재의 좌월 2루타 때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 커트맨으로 나서 3루에서 오버런한 1루 주자 오지환을 태그 아웃시키며 이닝을 끝내기도 했다. 타석에서도 2번타자로 나서 4타수 3안타 1볼넷 4출루로 활약으로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수비 도움이 컸지만 문동주의 공 자체도 충분히 좋았다. 5개의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낸 공은 전부 직구로 힘이 있었기에 잘 맞은 타구들도 야수에게 잡혔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60km, 평균 156km 직구(59개) 중심으로 커브(28개), 슬라이더(13개), 체인지업(1개)을 구사했다. 2군에 내려가기 전처럼 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이 많지 않았다. 직구 스피드나 구위가 좋았고, 변화구 제구도 괜찮게 이뤄졌다. 5개의 삼진 중 3개를 변화구(슬라이더 2개, 커브 1개)를 결정구 삼아 잡은 것이었다.
황영묵도 “(문)동주 볼이 워낙 좋아서 수비수들도 최대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긴장하고 집중했다. 수비수들이 도와준 것도 있지만 동주가 잘한 것이다. 다음에도 동주가 올라간 날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두 번이나 부진을 이유로 2군에 다녀왔던 문동주라 이날 승리에도 크게 들뜨지 않은 표정이었다. 냉정하게 보면 운이 따른 경기였다는 걸 알고 있다. 그는 “내가 잘한 것보다는 양상문 투수코치님, 이재원 선배님 등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코치님은 투수들에게 다 편지도 써줬는데 그 내용이 힘이 됐다. 마운드에서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문동주는 “오늘 같은 (운이 따르는) 경기를 매번 바랄 순 없다. 오늘 같은 날은 야구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오늘 경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꾸준하게 잘하고 싶다. 후반기 시작을 잘 끊었으니 앞으로 남은 경기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문동주가 정말 좋은 피칭을 해줬다. 7이닝 동안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줬다”고 칭찬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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