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콜→3루타 번복' 이승엽 항의 후 퇴장 '벌써 3번째', 심판진 "주자 재배치권 항의로 퇴장" [잠실 현장]

잠실=안호근 기자 2024. 7. 13.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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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오른쪽)이 12일 삼성 라이온즈전 8회말 비디오판독 이후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또 퇴장을 당했다. 시즌 3번째 퇴장이자 모두 비디오판독 이후 항의 과정에서 나온 결과였다. 이승엽(48) 두산 베어스 감독은 대체 왜 또 예고된 결말에도 벤치를 박차고 나섰을까.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시즌 10차전. 팀이 4-8로 끌려가던 8회말 문제의 장면이 연출됐다.

선두 타자 양석환이 김재윤의 속구를 강하게 타격했고 타구는 중앙 담장을 향해 뻗어나갔다. 삼성 중견수 이성규가 쫓아갔으나 타구는 담장 어딘가를 맞고 튀어나왔다. 그러나 심판은 홈런 시그널을 보냈다.

삼성 수비진이 멈춰섰지만 그럼에도 양석환은 전력 질주를 해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었다.

삼성으로선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타구가 담장 노란 폴대를 맞고 튀어나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봉을 맞고 담장을 넘어갈 경우 홈런으로 기록되지만 튀어 나올 경우엔 인플레이가 된다. 다만 이 봉이 아닌 더 안쪽의 다른 구조물을 맞고 튀어나왔다면 결과는 홈런이 된다.

비디오판독 결과 타구는 홈런이 아닌 3루타로 번복됐다. 이와 함께 이승엽 두산 감독이 벤치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대로 퇴장. 규정상 비디오판독 결과에 항의를 할 경우 퇴장 조치를 받게 돼있고 이 감독은 이에 따라 벤치를 떠나게 됐다.

감독 2년차인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 한 차례 퇴장을 당했지만 올 시즌엔 벌써 3번째 퇴장을 당했다. 그것도 모두 비디오판독에 의한 것이었다. 억울한 점도 있었다.

이승엽 감독에게 퇴장 조치를 내리는 심판진. /사진=김진경 대기자
지난달 4일 창원 NC전에선 2루 도루를 하던 이유찬이 주루방해로 세이프 판정을 받았는데 NC 측에서 비디오판독을 해 아웃으로 번복 판정을 받았다. 이승엽 감독은 항의를 했다. 2루 베이스를 완전히 막고 있었던 게 어떻게 주루방해가 아니냐는 요지였지만 결과적으론 심판진의 실수가 맞았다. 주루방해는 비디오판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논란이 됐고 KBO는 전일수, 이용혁 두 심판에 대해 "비디오 판독 대상 플레이를 잘못 적용해 혼란을 초래했다"며 규정 벌칙 내규에 의거해 각각 50만원의 벌금 및 경고 조치했다. 더불어 KBO는 이후 실행위원회를 통해 주루방해 또한 비디오판독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다음날 또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이번엔 3피트 아웃과 관련된 상황이었다. 조수행이 내야땅볼 타구를 치고 1루에 도달한 시점 1루수가 공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는데 3피트 라인 안으로 달리며 수비를 방해했다고 판단해 아웃 판정이 유지된 것이다.

이 감독은 다시 한 번 항의를 했고 결과적으로 판정도 바뀌지 않았을 뿐아니라 비디오판독 결과에 대한 항의로 인해 연이틀 퇴장 명령을 받았다. 사령탑이 2경기 연속 퇴장을 당한 건 KBO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또한 모두 비디오판독과 관련한 것이어서 더 화제가 됐다.

또한 묘한 상황도 있었다. 지난달 18일 NC와 잠실 홈경기 7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김형준의 2루수 방면 땅볼 타구 장면이었다. 김형준이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고 이후 두산 1루수 양석환이 2루에 송구를 했다. 1루 주자 김휘집이 슬라이딩을 했고 태그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세이프가 선언됐다. 이에 두산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는데 심판진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양석환(오른쪽)이 다시 3루를 밟고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이 감독이 다시 나와 항의를 했다. 비디오판독 결과에 대한 항의로 퇴장 명령을 받아야 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애초에 심판진의 오심이었기 때문이다. 타자주자가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기에 2루 상황은 포스 플레이가 적용돼야 했다. 그렇기에 태그와 상관없이 아웃 여부를 판단해야 했지만 심판진이 착각을 한 것이다. 결국 심판진은 이승엽 감독의 항의를 받아들여 아웃으로 판정을 번복했다.

이날은 앞선 2연속 퇴장 때와 비교하면 이승엽 감독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심판진과 대화를 나눴다. 지난번처럼 충분히 어필을 해볼 수 있는 상황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심판진은 퇴장 명령을 내렸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끝까지 플레이를 했기에 홈런이 아니냐는 어필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비슷한 장면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26일 잠실 롯데전에서 9회말 헛스윙을 했고 공이 뒤로 빠져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판단해 1루로 뛰어나가려 했다. 하지만 주심의 파울 콜이 나왔고 자리에 멈춰섰는데 롯데에서 1루로 송구를 해 아웃 선언을 받았던 것이다. 이후 두산은 어떤 상황이 나오더라도 끝까지 플레이를 하자고 약속했고 이대로 행동을 한 것이다.

다만 삼성으로서도 플레이를 이어가지 않은 이유는 분명했다. 타구를 쫓았던 중견수 이성규는 스타뉴스와 만나 "나는 당시 정확히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다만 2루심의 홈런 시그널이 나와 플레이를 이어가지 않았고 팀에서 비디오판독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심판진의 설명도 같았다. 경기 후 스타뉴스와 만난 심판진은 "삼성으로선 이미 2루심의 홈런 사인이 나온 후였기에 플레이를 이어갈 의무가 없었다"며 "처음부터 정확히 판정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심판들 또한 당시 상황에 대한 확실한 콜을 내야하는 의무가 있다. 이후 판독 요청이 있을 경우 비디오판독을 통해 정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판진이 이승엽 감독에게 퇴장 조치를 내리고 있다./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승엽 감독이 격하게 항의를 한 건 아니었다. 홈런 콜이 나오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홈런이 아니었기에 플레이를 이어간 양석환의 득점이 인정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퇴장의 이유는 명확했다. 이미 심판의 콜이 나와 양석환의 홈런이 인정된 상황이다. 양석환으로서도 굳이 빠르게 뛸 이유가 없었고 그 상황에선 이성규가 중계 플레이를 해 양석환을 태그 아웃시켰어도 홈런이라는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후 삼성의 비디오판독 요청이 있었고 확인 결과 번복이 됐다. 심판진은 "비디오판독 결과 홈런이 아닌 것으로 결과가 바뀌었기에 주자 재배치 권한이 생겼고 재량에 따라 3루까지 충분히 진출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며 주자 양석환이 2루가 아닌 3루에 재배치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이승엽 감독의 '홈런이 아니냐'는 항의가 결국 '주자 재배치권'에 대한 것으로 분류되고, 이는 결국 규정상 금지된 '비디오판독 결과(재배치권)'에 대한 항의로, 퇴장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승엽 감독으로선 또 다시 비디오판독과의 악연에 고개를 떨궜다. 지난해 7월 2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홈충돌 관련 비디오판독 관련 항의를 했다가 감독 커리어 첫 퇴장을 당했던 이 감독이다. 감독으로서 당한 4번의 퇴장이 모두 비디오판독 이후 항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더불어 올 시즌 삼성과 치른 10경기에서 1승 9패로 지독한 약세를 떨쳐내지 못해 더욱 씁쓸함이 남은 밤이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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