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가리지 않고 발의 '요일제 공휴일'···안되는 이유 있었다
국회도 입법 추진···임기종료 폐기 반복
정부, 2011년·2016년 추진'재탕'논란도
요일 관련단체 반발·경영계도 반기지 않아
정부가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추진하기로 한 요일제 공휴일제도가 그동안 국회에서 매번 발의됐지만 통과가 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요일제 공휴일은 특정 날짜를 지정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예를 들어 10월 3일 개천절을 10월 둘째주 월요일 방식 등과 같이 요일로 지정해 운영하는 것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취지로 내수 활성화 등을 노린 정부 정책인데 국회에서 매번 좌초된 만큼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당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법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홍 전 의원과 신용현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발의했지만 법안은 제대로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채 임기만료로 역시 폐기됐다.
요일제공휴일이 정착되면 연휴를 미리 예상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도 같은 이유에서 공휴일을 특정 날짜가 아닌, ‘몇 월 몇 번째 무슨 요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요일제 공휴일을 도입하고 있어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일본은 2000년부터 ‘해피먼데이’ 제도를 통해 공휴일의 일부를 월요일로 지정하고 있다. △성인의 날(1월 2번째주 월요일) △바다의 날(7월 3번째주 월요일) △경로의 날(9월 3번째주 월요일) △체육의 날(10월 2번째주 월요일) 등 특정 날짜의 의미가 크지 않은 날로 지정을 하고 있다.
앞서 홍 전 의원도 같은 목표에서 지정된 날짜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크지 않은 어린이날과 현충일, 한글날 등 3개 기념일을 요일제 휴일로 지정하자고 제정안을 냈다. 일본은 음력 5월5일 단오절에 남자 어린이의 건강을 기원하던 풍습을 메이지유신 이후 양력 5월5일에 대입해 어린이날로 정했고, 태국은 1월 둘째 주 토요일을 어린이날로 지정했다. 각국마다 제각각이어서 5월5일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였다.
현충일도 고려와 조선 시기 24절기 중 하나인 망종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추모했던 관습에 따라 1956년 당시 망종이었던 6월6일이 현충일로 정해졌을 뿐이며 한글날도 훈민정음 창제일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1928년 음력으로 지정했던 것을 일제 시기 양력 10월29일로 변경하고 광복 후에는 양력 10월9일로 재변경하는 등 날짜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 다는 게 중론이다. 기재부 역시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똑같이 요일제공휴일 도입을 포함시켜 연구용역까지 발주했다.
문제는 제도 도입에 반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2016년 정부 발표 이후 공휴일과 관련된 단체들이 기념일 제정의 의미가 반감된다며 반대에 나섰다. 경영계도 대체로 반대해왔다. 법정 연차휴가를 포함한 연간 휴일·휴가일 수가 한국은 135~145일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등 선진 6개국 평균(131.8~133.5일)보다 많다는 주장이다. 요일제 공휴일을 지정하면 그만큼 휴일만 늘리는 셈이라는 것이다.
특히 공휴일을 의무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도입된 대체공휴일제 역시 대기업 근로자 중심으로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셈이 돼 양극화만 가중시켰다는 시각이다. 요일제 공휴일을 도입하면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결과적으로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반발에 각 기념일의 직·간접 당사자인 관련 단체들까지 가세하면서 국회 발의된 입법은 번번이 무산됐다.
정부는 2011년에도 개천절 등 일부 공휴일에 요일지정제 도입을 검토했다가 비슷한 이유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 같은 국회 입법 난항과 정부의 노력에도 도입이 어려웠던 요일제 공휴일을 다시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재탕’만 반복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휴일제도 뿐만 아니라 휴게시간 선택권까지 높여 일터에서 실속 없이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 근무환경을 개선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라며 “근로자의 선택권을 높이고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세종=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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