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달러 중 394만 달러만 인정된 대북송금…왜?

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2024. 7. 1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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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김성태,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징역 2년 6월
이화영 이어 김성태도 대북송금 유죄
檢 기소 800만 달러 중 394만 달러만 '유죄'
밀반출 처벌 핵심은 '직접 들고 나갔나'
'환치기' 통한 406만 달러는 반출 인정 안돼
환치기 업자 통해 해외서 돈 수령 가능
입장 밝히는 김성태. 연합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에 이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재판에서도 '대북송금'이 유죄로 인정됐다. 그런데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800만 달러 중 절반가량인 394만 달러만 북한에 전달할 목적으로 밀반출 됐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406만 달러는 인정하지 않은 것인데, 해당 자금이 국내에 있다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화영 이어 김성태도 '대북송금' 유죄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김 전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뇌물공여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 6월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4월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스마트팜 조성 지원비용 500만 달러, 같은해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을 위한 거마비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대납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의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제공하고,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등 정치자금 3억 3400만원과 이 중 뇌물 2억 5900만원을 공여한 혐의도 받았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한 판결과 같은 취지로 김 전 회장에게도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쌍방울 임직원들을 동원해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 비용을 북한에 대납할 목적으로 164만 달러를,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으로 230만 달러를 각각 밀반출 했다고 판시했다.

당초 검찰이 기소한 800만 달러 중에서 394만 달러만 불법 대북송금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406만 달러는 무죄로 본 것이다.

'환치기' 통한 406만 달러는 반출 인정 안 돼

연합뉴스

재판부가 판단 근거로 삼은 법 조항은 외국환거래법 17조. 자본의 불법 유출 등을 방지하기 위해 1만 달러를 초과하는 돈을 휴대해 국외로 나가는 국민은 지급수단을 관할 세관에 신고 하도록 정하고 있다.

방점은 '휴대'에 찍혀 있다. 한도 이상의 돈을 직접 소지해 외국으로 나갈 경우에는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유죄로 판결한 이 전 부지사의 뇌물·외국환거래법 위반 판결문에도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이 담겨 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요청을 받은 김 전 회장이 2019년 1월 쌍방울 임직원 수십명을 동원해 미화 150만 달러를 책이나 화장품 케이스에 숨겨 중국 심양으로 출국한 사실 등을 유죄로 봤다.

그러나 이른바 '환치기' 방식을 통해 밀반출 된 나머지 406만 달러에 대해선 무죄로 봤다. 외국환거래법 제17조에서 규정한 '지급수단(돈)의 수출' 행위, 즉 직접 돈을 휴대해 밀반출하는 상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환치기는 국내에서 현금이나 계좌이체 방식으로 업자에게 돈을 전달한 뒤 외국으로 나가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전달받는 행위로, 출국할 때 직접 돈을 들고 나갈 필요가 없다.

이 전 부지사는 UN과 미국의 대북제재로 자신이 김성혜 조선아태위 실장에게 지급하기로 한 500만 달러를 주지 못하게 되자 김 전 회장과 공모해 2019년 1월 180만 위안을, 같은해 4월에는 300만 달러를 환치기 방식으로 마카오로 밀반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9년 7월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비용 300만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이 중 70만 달러를 환치기 방식으로 필리핀으로 밀반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해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환치기는 (외국환거래법 17조에서 정하는) 지급수단 수출행위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없다"라며 "환치기를 통해 해외에 이미 존재하는 외화를 전달받는 것도 충분히 상정 가능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외국환거래법 제16조 제4호 등을 언급하며 환치기를 통한 외화 전달 행위의 처벌 규정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이날 김 전 회장의 선고 공판에서도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상 지급수단은 직접 휴대하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해당 환치기 수법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기재된) 외국환거래법 조항으로는 처벌할 수 없어 무죄로 판단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800만 달러 중 北전달은 경기지사 방북용 200만 달러"

연합뉴스

재판부는 북한에 전달할 목적으로 밀반출 된 금액 394만 달러 중, 실제로 북한에 전달된 비용으로는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200만 달러만을 인정했다.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은 북측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가 금융제재 대상인 조선노동당에 지급됐는지는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다만 경기지사의 방북비용에 대해선 피고인은 관련 사건과 증인신문 과정에서 북측 인사와 나눈 대화 등 구체적인 진술을 했다"라고 인정했다.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의 선고 결과를 보면 당초 검찰은 총 800만 달러가 북한에 전달됐다고 공소를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절반 수준인 394만 달러만 해외로 밀반출 됐다고 인정했다. 이 중에서 실제로 북측에 전달됐다고 인정한 금액은 200만 달러뿐이다.

다만 재판부는 금액만 축소해 판단했을 뿐 대북송금 자체는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또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대부분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이 끝난 뒤 김 전 회장은 "착잡하다. (향후 재판을) 열심히 받아봐야겠다"라고 말했다. 항소 여부에 대해선 "변호인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현재 횡령 및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쌍방울 뇌물, 대북송금 사건 선고(6월 7일) 일정을 고려해 김 전 회장의 뇌물 및 대북송금 사건을 분리, 이날 먼저 선고했다. 횡령 등 기업 관련 사건 재판은 추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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