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김호중 수법’…도주하면 실익 있을까? [법잇슈]
교통사고를 낸 후 도주한 사건에서 음주 의심 정황이 나오는 모습이 이어지자 일각에선 음주 측정을 피하기 위해 우선 도주하는 ‘김호중 수법’이 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씨가 도주한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진행한 음주 감지기 테스트에서 이씨의 음주 반응이 나왔으나 본인은 음주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를 의뢰하기 위해 채혈을 진행했다.
전날 대전서 일어난 충돌사고에서는 운전자가 사고 직후 차를 버리고 달아나 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운전자의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대전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대전 중구 산성동 한 교차로 황색 점멸신호에서 승용차와 1t 화물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사고 직후 화물차에 타고 있던 남성 운전자 A씨와 여성 동승자가 차를 버리고 그대로 달아났다.
경찰의 자진출석 요구로 조사받은 A씨는 “술을 조금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검출되지 않았다. 혈액 측정은 A씨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도주한 이유에 대해서는 “무서워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김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0.03% 이상 0.08% 미만)이었다고 보고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으로는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경찰이 적용한 음주운전 혐의는 검찰 기소 단계에서 제외됐다.
◆위드마크 피해도 CCTV·블랙박스 분석으로 음주 혐의 적용 가능
하지만 김호중 수법으로 항상 음주 혐의를 피할 수는 없다. 사고 당시 음주 측정을 피하더라도 간접증거 등을 통해 음주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대전에서 차량 7대를 들이받고 도주한 뒤 38시간 뒤에 나타나 음주운전을 부인한 운전자가 결국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로 넘겨졌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지난 3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 방조 혐의로 B(50대·여)씨와 동승자인 C(50대·남)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사고 발생 38시간 만인 다음 날 오후 4시쯤 경찰에 출석해 음주운전을 부인했다. 경찰에 출석했을 당시 이들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검출되지 않아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할 수 있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황상 두 사람이 만취 상태였다고 추정한 경찰은 이들 일행이 2차 장소로 들른 치킨집에서 B씨가 맥주 500cc 2잔을 마시는 장면이 담긴 CCTV를 확보했고, B씨는 그제야 “맥주 2잔만 마셨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직접 증거 외에도 영수증,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이들의 대화 내용 등 간접증거들을 모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에 분석을 의뢰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으로 확인돼야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에는 혀가 꼬여 부정확하게 발음하거나 음주운전을 의심할만한 대화 내용들이 녹화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는 사고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최소 면허정지 수준(0.03% 이상 0.08% 미만) 이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회신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B씨에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한 경찰은 C씨도 중간에 100m가량 운전한 사실을 파악하고 C씨에게도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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