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싣던 탱크로리에 식용유 운송" 중국서 경악한 사건, 주가도 폭삭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의 '자오자오 차이나' 시리즈에서 찾아드립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동안 공장에서 탱크의 세척 여부를 확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유조차 기사도 현지 매체에 "운임이 내려가며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태연하게 답해, 업계 전반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은 곧바로 중국 전역의 식용유 기업으로 번졌다.
중국 최대 식용유 기업인 진롱위도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해당 유조차가 진롱위 공장을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확인되진 않았지만, 업계 선두 기업인만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사측은 곧바로 "잘 관리하고 있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12일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진롱위(金龍魚, SZ300999) 주가는 전일 대비 0.31위안(1.16%) 내린 26.30위안(약 4977원)에 마감했다. 주가는 식용유 운송차 논란에 불이 붙은 지난 10일 장중 8.15% 내리며 역대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튿날엔 소폭 회복세였으나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진롱위는 주로 식용유 정제 및 판매, 밀, 옥수수, 대두 가공 및 식품 원료와 보조 재료 개발 등 산업을 영위하는 업체다. 직원만 3만명 이상이고 중국 전역에 70여개 이상의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2020년 10월에는 선전 증시에 상장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고, '식용유 대장주'로서 자리를 굳혔다.
주가는 상장 직후 날개를 달았다. 상장 첫날에만 하루에 119% 급등했고 이후로도 3개월간 3배 가까이 올랐다. 상장 첫해 실적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모회사 귀속 순이익이 60억100만위안(약 1조1360억원)에 이르렀다. 이듬해 1월11일에는 주가가 장중 145.62위안(약 2만756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 이후로는 주가도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진롱위의 순이익과 매출총이익률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줄었다. 지난해 진롱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2% 줄어든 2515억2400만위안(약 47조6160억원), 모회사 귀속 순이익은 5.43% 줄어든 28억4800만위안(약 5391억원)이었다. 모회사 귀속 순이익은 2020년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대두 등의 원재료 부담이 커진데다 내수시장 소비가 부진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단기차입금 비중이 매년 상승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져 실적과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악재가 겹치면서 현주가는 역대 최고가와 비교하면 81.93% 내렸다.
현지 매체에서는 식용유 운송차 논란이 주가를 끌어내린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면서도 약세는 펀더멘털의 영향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진롱위의 주가는 이전부터 하락세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중국 선전종합지수는 5%대 내렸지만, 진롱위 주가는 19%대 내리면서 지수보다 훨씬 큰 폭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현지에서는 식용유 유조차 논란이 불거지며 당분간 진롱위를 포함한 식용유 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이라고 봤다. 현지 관계 당국이 조사에 나섰지만, 식용유의 식품안전을 둘러싼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아서다. 각 기업의 대처에 따라 기업 이미지와 주가 향방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업계 선두를 지키는 진롱위의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궈신증권은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하며 "진롱위는 식품업계의 선두 주자로서 발전이 기대되는 회사"라며 "기후 변화, 전염병 등은 투자 위험 요소이지만 경기 회복이 수요 개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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