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벼운 듯 뼈 있는 삶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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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 내 편과 네 편, 흑과 백을 분명히 가르면 세상사는 편해질 것 같지만 그 경계는 언제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면 그 사이의 무언가가 삐져나와 '정말 그게 맞아?'라고 물으며 판을 흔들곤 하는데, 저자는 이런 판을 흔드는 말을 '드립'이라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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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 내 편과 네 편, 흑과 백을 분명히 가르면 세상사는 편해질 것 같지만 그 경계는 언제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면 그 사이의 무언가가 삐져나와 ‘정말 그게 맞아?’라고 물으며 판을 흔들곤 하는데, 저자는 이런 판을 흔드는 말을 ‘드립’이라고 규정한다. 드립은 인터넷에서 흔히 헛소리나 딴소리 같지만, 뼈가 있는 말을 의미하는 데 사용됐던 용어다. 저자는 이런 드립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서문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인생이 농담은 아니다. 누구나 넘어지면 아프고, 살갗이 찢어지면 피가 난다.…생존에 관한 한 인간은 맷돌처럼 진지하다. 그러나 인간은 끝내 진지하기만 할 수는 없다.…삶은 종종 부조리와 경이를 간직한 모호한 현상이므로, 때로는 구름을 술잔에 담듯 삶을 담아야 한다. 드립은 바로 언어로 된 그 술잔이다.”
서문이 끝나면 저자가 일기, 메모, 웹사이트를 통해 남겼던 짧은 글들이 펼쳐진다. 약 1500개가 넘는 문장을 365편으로 추리고 1부 ‘마음이 머문 곳’, 2부 ‘머리가 머문 곳’, 3부 ‘감각이 머문 곳’으로 나눴다. 각각 인생, 배움, 예술에 대한 문장들이다.
그 문장들은 “잘 먹고 플랭크를 하니 배로 가던 살들이 길을 잃고 온몸에서 방황하는 것 같다”며 피식 웃음을 짓게 하다가도, “인간은 필멸자다. 인생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라 우아한 패배다”라며 삶의 깊은 곳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어릴 적 글짓기 숙제,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던 아끼던 제자가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며 마지막 연락을 전해 온 이야기, 북토크를 하며 느낀 감정 등 일상 속 단상도 있다. 만화 ‘슬램덩크’, 영화 ‘패터슨’이나 살바도르 달리, 카라바조,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생각도 담았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문장들은 맷돌 같은 진지함과 구름 같은 허무함을 오가는 기술인 듯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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