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범죄 씨앗 된 마음의 병… 벌 받으면 고칠 수 있을까

김소민 기자 2024. 7. 13.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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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대서특필된 범죄자 가운데 10년이 지나 그 뒷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일단 범인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교정시설에 수용되면 "그걸로 해결됐다"고 여기고 금세 잊어버린다.

저자는 이들에 대해 교도소 수감으로 그치지 말고, 사전 예방 및 사후 교정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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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서 근무 日 정신과 의사… 섭식장애 앓다 절도범 된 소녀 등
다양한 사례로 치료 중요성 강조… 간병-치매 관련 고령 범죄 늘어
복지 등 제도적 해결 방안 절실… 우리 사회도 고민 필요한 문제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노무라 도시아키 지음·송경원 옮김/272쪽·1만6800원·지금이책
20년 넘게 여러 교정시설에서 정신건강과 의사로 일한 저자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책을 펴냈다. 교도소 담장 안 세상을 살피며 저자는 일부 범죄자에게는 훈계나 형벌이 아닌, 시간을 들인 치료와 상담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달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언론에 대서특필된 범죄자 가운데 10년이 지나 그 뒷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일단 범인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교정시설에 수용되면 “그걸로 해결됐다”고 여기고 금세 잊어버린다. 하지만 범죄자 상당수는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 뒤 사회로 복귀한다. 그렇다면 처벌 못지않게 담장 안 교정시설의 운영 행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맞지 않을까.

일본 니혼의과대 명예교수였던 저자는 20년 넘게 여러 교정시설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했다. 그는 2020년 의대 의료심리학교실 교수로 정년퇴직한 후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펴낸 뒤 별세했다.

극한의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섭식장애가 절도로 이어진 소녀, 좀도둑질을 반복하며 교도소와 바깥세상을 수시로 오가는 노인, 중증 정신질환으로 대화를 할 수 없어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구치소에 구금된 남성 등 저자는 교정시설에서 온갖 인생들을 만났다.

담장 안 세상을 살피며 저자는 일부 범죄자에게는 훈계나 형벌이 아닌, 시간을 들인 치료와 상담이 필요하다는 점을 뚜렷하게 깨닫는다. 가령 약물 의존은 형벌을 가하거나 나쁜 짓이라고 가르치고 몸에 나쁘다고 겁을 주는 방법만으로는 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대신 알코올 의존과 마찬가지로 병을 치료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로 20년을 근무한 이유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가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균형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 그에게 ‘범죄자를 치료하는 것에 갈등을 느끼지는 않느냐’라고 질문한 적도 있단다. 그는 “소년원이나 교도소에 수용돼 있는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피해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것과 가해자에 대한 지원과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모순되고 대립되는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노노(老老) 간병’이라는 시급한 화두도 던진다. 아픈 배우자를 수십 년간 돌보다가 더는 여력이 없어 이들을 죽이고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치거나, 치매를 앓고 인지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대표적이다. 평생 범법 행위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나이 들어 처음 중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대부분 오랜 간병 끝에 가족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빈곤에 따른 노인 범죄 검거자와 수감자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들에 대해 교도소 수감으로 그치지 말고, 사전 예방 및 사후 교정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노노 간병’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간병 지원 등 복지, 의료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 또 가족 구조 변화로 부양 책임을 질 수 있는 보호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서 범법자의 재범을 막고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정신질환 치료 및 관리 대책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어느새 ‘간병 지옥’, ‘간병 파산’이란 말이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리게 됐다. “의료나 복지로부터도 ‘밀려난 사람들’이 교도소 같은 교정시설을 자신이 있을 곳으로 여긴다면, 누가 이 사회를 살기 좋고 풍요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저자의 지적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과 복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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