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100㎜ 쏟아지는데… 너무 느린 기상 특보

김윤주 기자 2024. 7. 13.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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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상기구 “10분 강우량 필요”
더운 건 못 참아 -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은 12일 오후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어린이가 물놀이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일 새벽 전북 군산에는 1시간 동안 131.7㎜의 비가 내렸다. 국내 기상관측 사상 1시간 동안 내린 비 중 가장 많았다. 이런 시간당 100㎜ 이상의 기록적인 비가 최근 거의 매년 내리고 있다. 빗물이 빠져나갈 시간도 없이 민가 등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 같은 극한 호우에 대비해 “앞으로는 ‘10분당 강우량’을 고려한 경고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日 호우 특보, 1시간 강수 기준

현재 우리 기상청은 3시간과 12시간 누적 강우량을 호우 특보 기준으로 삼고 있다. ‘3시간 누적 강우량이 60㎜ 이상 예상되거나 12시간 누적 강우량이 110㎜ 이상 예상될 때’ 호우주의보를, ‘3시간 누적 강우량이 90㎜ 이상 예상되거나 12시간 누적 강우량이 180㎜ 이상 예상될 때 호우경보를 발표한다.

3시간 또는 12시간 단위 강우량은 지속적으로 쌓이는 호우에 대비하는 데 유리하다. 주변 지역과 상황을 비교 평가하는 데도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후로 좁은 지역에 비가 집중적으로 오는 게 문제다. 지난 9일 밤 100㎜ 넘는 ‘물 폭탄’을 맞은 군산에서 80㎞ 떨어진 전북 부안군에선 시간당 3㎜의 비만 내렸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1시간당 강우량을 호우 특보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일본은 1시간당 30㎜ 이상 강수가 계속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토양이 빗물을 많이 머금고 있다고 판단되면, 위험도에 따라 ‘주의’ ‘경고’ ‘긴급 경고’ 세 단계로 호우 특보를 낸다. 독일은 호우 특보 기준에 1시간 내 강우량과 6시간 내 강우량 2가지를 적용해 네 단계로 위험도를 알린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1시간 강우량을 기준으로 삼으면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너무 잦은 호우 특보로 피로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기상청은 다만 지난 10일 충청·전라권처럼 시간당 100㎜ 이상 비가 내릴 때는 더 각별히 대비할 수 있도록 예보 내용에 예상되는 시간당 강우량을 따로 알리고 있다.

◇WMO “10분 강우량도 활용해야”

인명, 재산 피해를 막는 데 단기 강우량이 점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WMO는 재난 대응을 맡는 지방자치단체가 짧게는 ‘10분당 강우량’까지도 고려해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내일 오후에는 10분당 3㎜의 강수가 예상돼 배수 시스템의 범람이 있을 수 있음’ 식으로 알려보라는 것이다. 10분당 3㎜가 3시간 동안 계속 오면 54㎜로 호우주의보 기준(60㎜)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지역마다 기반 시설이 다르기 때문에 이보다 적은 양의 비로도 침수가 일어날 수 있다.

WMO는 이동량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기존 기준보다 더 적은 강우량에도 경고 문자를 보내는 식으로 차등을 둘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도 10분당 강우량 예보를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기상청 관계자는 “아직은 기술적 한계로 정확도가 떨어져 재난 경고에 활용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호우 특보를 내릴 때 실제 비가 생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은 예보관이 예보를 토대로 가정과 기업이 당할 홍수 피해 가능성, 도로·교통 상황에 미칠 영향, 인명 또는 건물 피해 우려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 4단계로 대응 수준을 결정한다.

한편 기상청도 짧은 시간 내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리는 상황에 대비해 ‘호우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한다. 작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호우 긴급 재난 문자는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이면서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에 이르는 매우 많은 비가 관측되거나,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에 이르는 매우 강한 비가 관측됐을 때 기상청이 발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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