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84만 '역대 최대', 조직선거 빈자리 여론전이 채워
국민의힘 전대 경선 분석
종반을 향해가는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선에선 이 모든 변수가 뒤엉키고 있다. 여론 지형만 보면 한동훈 후보가 앞서가고, 원희룡·나경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쫓아가고 윤상현 후보가 조금 떨어져서 뛰는 양상이다. 이른바 1강-2중-1약이다. 실제론 어떨까.
국민의힘 경선은 당심 80%, 민심 20%로 치러진다. 당심은 선거권을 가진 84만 명의 당원이 결정하고, 민심은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이 정한다.
당심은 민심과는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돌풍을 일으키던 2021년 6월 전대가 한 예로, 이준석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며 당 대표로 선출됐다. 여론조사 상 20%포인트 정도 앞섰다. 당심에선 그러나 나경원 후보가 40.9%로 3.5%포인트 우위였다.
지난해 3월 전대도 민심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 무렵 여론조사에선 안철수 후보가 김기현 후보를 10%포인트 정도 앞섰다. 친윤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김 후보가 1차 투표에서 52.9%를 얻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다만 100% 당원투표로 경선 룰이 변경되고 나경원 후보가 불출마하는 과정(초선 의원들의 ‘연판장’)에서 대통령의 의중이 분명하게 드러났음에도 김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당원도 47.1%였다.
이번 전대에서도 당심은 민심과 다를 것이다. 다만 과거만큼 다를 것인가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앞선 두 전대와 조건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2021년 전대에서 이준석 후보는 갑작스럽게 부각된 인물이라 당원들과 사전 교감할 기회가 없었다. 이번엔 그렇지 않다. 상대적으로 국민의힘과 인연이 짧은 한동훈 후보도 총선을 지휘했다.
이런 가운데 ‘김건희 여사 문자’ 파동에서 드러나듯, 윤 대통령의 특정 후보에 대한 비토가 이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줄 세우기’가 벌어지고 이로 인한 잡음도 나온다. 일부 원외 위원장들이 한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려다 무산된 일도 있었다. “이제 집권 3년 차인데 대통령과 무난하게 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 당원들도 안정을 중시할 것”(수도권 초선), “친윤계가 한동훈 배신자 프레임과 총선 책임론 굳히기에 들어갔다가 되치기를 당하는 모양새”(김영우 전 의원)란 목소리가 뒤섞여 나온다. 다만 대부분 의원이나 위원장은 대통령과 차기 권력이 충돌이라 로우키 행보를 하고 있다.
역대 최대규모인 선거인단도 미지수다. 과거엔 현역 의원 또는 원외 위원장의 입장을 보면 대충 방향을 알았지만, 선거인단 수가 급증하면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그래픽 참조〉 당 관계자는 “(민심과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2021년 선거인단보다 51만 명이나 늘었다”며 “이 정도면 조직 선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선거인단은 50명, 많아야 100명”이라며 “나머진 사실상 국민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전 광주시당위원장을 지낸 주기환 대통령민생특보의 발언권이 강한 호남 합동연설회에서 ‘반(反)한동훈 세’가 강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론 100여 명 선에 불과했다.
당 안팎에선 조직 선거가 어려워져 결국 고공전(여론전)을 할 수밖에 없다 보니, 네거티브가 극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6차례 열리는 TV토론회가 후보 간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지난 총선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뛰었던 오진영 작가는 소셜미디어에 “토론회는 하면 할수록 앙금만 남고 서로 상처만 되는 듯하다. 어제(11일) 토론회를 보니 첫 번 토론보다 훨씬 험악하고 살벌하다”고 썼다.
고정애 기자, 대구=윤지원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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