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20년 새 자살률 절반 뚝…'내 편이 있다' 느끼게 정책 펼친 덕 [위험수위 다다른 국민 정신건강]

2024. 7. 1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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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중앙SUNDAY·한국심리학회 공동 기획<하>
국민 정신건강 문제는 일찍이 해외에서도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돼 왔으며 이에 따라 각국 정부도 범국가적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부심해 왔다. 이후 몇몇 국가가 보여준 실제 성공 사례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참고 모델로 적극 활용되기도 했다. 핀란드가 대표적이다. 세계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던 북유럽 국가 핀란드는 2년간의 사전 준비 끝에 1986년 자살 예방 10년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겼다.

우선 전문가 5만 명을 투입해 자살자에 대한 철저한 심리 조사를 벌인 결과 자살의 80%가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살 시도와 관련된 행동 양태를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했고 자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우울증의 조기 식별과 맞춤형 치료에도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오늘날 핀란드 자살률은 2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자살 공화국’이란 오명도 벗을 수 있게 됐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핀란드 정책의 또 다른 성공 포인트는 예방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갔다는 점이었다. 특히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사회와의 접촉 경험을 꾸준히 늘려주며 ‘내 편이 있다’고 느끼게 해준 게 큰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핀란드 언론도 파급력이 큰 유명인 자살 보도 등을 자제하며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영국은 톱다운 방식으로 추진됐다는 게 특징이다. 2009년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가 국민 정신건강 정책이 생산성 증대와 연결된다는 주장에 적극 동조하고 이를 공식 정책으로 채택하면서다. 이후 근거 기반 치료에 기반한 ‘Talking Therapies’ 정책을 통해 연간 1600만 명에게 꾸준히 상담·치료 서비스를 지원한 결과 경증 우울증 환자의 40% 이상이 회복세를 보였고 17%는 직장에도 성공적으로 복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비스를 받은 뒤 회복률도 51%에 달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엔 앱을 활용한 디지털 지원 체계를 구축해 서비스 접근성을 크게 늘리는 동시에 비용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는 정책을 시도 중이다. 영국의 이 같은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지역사회 심리 서비스 모델로 평가받으면서 노르웨이·호주·캐나다 등 다수의 국가도 이를 적극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자살률을 보이던 일본도 2012년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수립하면서 범국가적 차원에서 국민 정신건강 챙기기에 발 벗고 나섰다. 이후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담당 기관이나 방식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갔다. 또 지역 단위 실천에 주안점을 둔 전문 인력 배치, 취약층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 조치 등에 주력한 결과 자살률을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이들 세 나라의 성공 사례는 잘 준비된 전문 인력, 지역사회 차원의 접근, 사회 각계의 적극적인 참여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 정책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힘든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일관성과 방향성을 유지하는 게 필수조건이란 점에서 우리에게도 적잖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정경미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한국심리학회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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