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OECD 8위로… ‘고용감소 부메랑’ 될 가능성
지난달 서울 종로구의 한 일식당. 그릇을 정리하던 아르바이트생 박모씨는 “이제 옆집 도와주고 와도 되죠”라고 사장에게 물었다. 사장 김모씨는 “30분 뒤엔 와 줘”라고 답했다. 기자가 김씨에게 사정을 묻자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근처 가게 3곳과 돈을 거둬 사람을 쓰는 ‘알바 품앗이’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장은 “일하는 이들이 옮겨 다니다 보니 비효율적인 면도 있지만, 수입 70% 이상이 인건비로 빠지니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했다. 알바생들은 점심 등 바쁠 땐 20~30분 단위로 옮겨 다니며 서빙이나 그릇 치우기를 돕는다고 한다.
이런 변종 고용 방식이 생긴 건 최저임금의 절대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제도 도입 37년 만에 1만원 시대를 맞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실업급여 등 법령 26건과 연계돼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경제 수준에 비해 가파르게 오르면 물가 상승 등 연쇄적 시장 파괴 효과를 낸다는 위험도 있다. 학계에선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으면 일자리가 최소 2만8000개에서 최다 6만9000개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의 높은 최저임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OECD는 나라별 소득 수준, 물가, 통화 가치 등이 다르기 때문에 ‘중위 임금(전체 근로자 임금 순서에서 중간 지점) 대비 최저임금 비율’을 최저임금 비교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60.9%다. 중위 임금이 100만원일 때 최저임금은 60만9000원이란 뜻이다. 이는 일본(45.6%), 독일(52.6%), 호주(53.6%) 영국(58%) 등과 비교해 크게 높은 수준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하는 주요 30국 중 8위에 해당한다.
실제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부담이 커져 사람 쓰기를 포기하는 일이 늘고 있다. 알바 품앗이뿐 아니라 사람을 쓰는 대신 키오스크나 태블릿을 설치하고, 서빙 로봇을 늘리며 무인 매장으로 영업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김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임모씨는 “최저임금만 주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테이블마다 주문용 태블릿을 설치했다”며 “서빙 로봇 도입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편의점은 낮에는 사람이,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매장이 매해 늘어 전국에 3700곳가량 된다. 카페, 아이스크림 매장에 이어 반려견 놀이터, 운동 시설, 꽃집 등에 무인 점포가 등장하는 것도 최저임금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고용 없이 혼자 일하는 1인 자영업자는 지난해 기준 426만9000명이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는 “임금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며 “신규 고용은 시도하기조차 어렵고, 고용 유지까지 고심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대출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연체하는 자영업자 비율이 4.2%로 2013년 1분기(4.37%)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1분기 폐업한 외식 점포는 5922곳으로 2년 전(3911곳)보다 51.4% 급증했다.
이 때문에 올해 논의에선 부결됐지만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경영계에선 규모가 영세하고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음식점, 편의점, 택시 운송업 등에 구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주요 41국 중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등 22곳이다. 일본은 지역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한다. 철강, 석유 등 중화학공업 비율이 높은 와카야마현은 철강업 최저임금(1050엔·약 9133원)이 다른 업종(929엔)보다 높게 책정되는 식이다. 미국은 연방정부의 최저임금 기준이 있지만 주별로 달리 적용할 수 있다. 가장 높은 워싱턴주는 16.28달러인가 하면 제조 업체가 많은 조지아주 등은 연방정부가 정한 7.25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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