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게 아니다
[아무튼, 레터]
밤 10시에 가게를 정리하는데 소셜미디어로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이날 처음 다녀갔다는 손님이 보낸 항의 문자였다. 큰 기대를 하고 방문했는데 거스름돈 500엔(당시 약 5000원)을 받지 못했다는 것. 사장 오오야마는 매출부터 확인했다. 손님 말이 맞았다.
곧장 연락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당장 500엔을 돌려드리고 싶은데, 실례지만 찾아갈 주소를 좀 알려주십시오.” “밤도 늦었고 괜찮아요. 실망감을 전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500엔을 댁 우체통에 넣고 올 테니 좀 부탁드립니다.” 그 고객은 차로 90분이나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밤길에 서둘러 차를 몰았다. 우체통에 500엔과 메모를 넣고 돌아서는데 그 고객이 나왔다. 봉투 가득 음료와 과자를 담아 건네는 것이었다. 500엔이 훌쩍 넘는 양. “사장님, 이렇게까지 하실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아닙니다. 저희 불찰인걸요. 불쾌하게 해 정말 죄송합니다.”
후르츠산도(통과일 샌드위치) 개발자 오오야마 고오키가 쓴 ‘오늘부터 제가 사장입니다’(황소자리)에서 읽은 일화다. 몇몇 대목에선 무릎을 탁 치면서 이 청년 기업인을 우러러보게 된다. 실수했을 때의 태도가 고객과의 관계를 좌우한다. 미루다 사태를 키우지 말고 즉시 전력을 다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의 고객은 이제 단골이 됐다.
최근에 일본 도쿄에서 만난 오오야마는 “당장 해야 할 일을 방치하면 과일처럼 썩는다”며 “실수에 대응하는 속도가 실력”이라고 했다. 고작 500엔이 아니다. 실망은 소문으로 퍼지고 발길을 끊게 만든다. 그런 고객이 늘어나면 가게는 망한다. “가게를 지속하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해요.”
접객에서 비장의 무기는 ‘말 걸기’다. 어떻게 하면 손님이 즐거워 할까를 늘 생각한다.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고, 이야기하며 관계를 맺고, ‘단골이 새 단골을 창출한다’는 다단계(?)를 신봉한다. 손님이 들어오는데 멀뚱히 있거나 건조하게 인사하는 가게는 성공할 수 없다.
이번에 커버스토리로 쓴 강남 최고(最古) 초밥집 ‘김수사’에서 같은 철학을 만났다. 좋은 재료로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가게는 안 된다. 김수사는 저렴하고 문턱이 낮아 늘 북적인다. 접객에 충실한 박리다매. 최인호 소설 ‘상도’에서 조선의 거상 임상옥도 말했다.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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