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3중 양극화…'평균의 함정' 빠져선 안 돼

2024. 7. 13.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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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대구 서구 일대의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요즘 부동산시장의 키워드는 ‘극과 극’이다. 지역과 상품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는 ‘탈(脫)동조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오르고 있지만, 지방은 떨어진다. 침체의 늪에 빠진 빌라, 다세대주택 같은 비(非)아파트와 아파트 간 온도 차도 크다. 특정 시장에만 초점을 맞추면 전체시장이 그런 것처럼 오해하기 딱 좋다. 부동산시장의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는 각각 1.65%, 1.18% 각각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지방은 되레 0.43% 떨어졌다. 아파트값은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등락 폭의 차이는 있을 뿐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요즘은 역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1월 혹은 2월부터 대부분 지역 아파트값이 반등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만 각각 9.9%, 6.6% 올랐을 뿐 지방은 제자리(0.4%)에 머물렀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3.6%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부로 느끼는 실질가격 하락 폭은 상당했을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시장 회복은 거래량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4990건으로, 2021년 5월(5045건)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역대 월평균 거래량 6000여 건에 비하면 낮지만, 고금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것이다. 이달 말까지 집계되는 6월 거래량(12일 현재 5957건)은 6000~7000건에 이를 전망이다. 경기도 역시 5월 아파트 거래량이 1만206건으로 2021년 8월(1만3479건) 이후 최고치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수도권 아파트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연 2%대까지 대출금리 하락, 전세가격 상승, 분양가 인플레이션,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아파트 거래량의 50~60%가 30~40대 젊은 층이다. 이 같은 반등추세는 좀 더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선행지수 격인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지수(5월)가 각각 0.76%, 0.2%로 오름세를 보여서다.

하지만 지방은 시차를 두고 서울과 수도권을 따라갈 수 있겠지만 예년보다 늦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 5월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지수는 -0.36%로 내림세다. 지방은 전체 미분양의 80%에 육박하는 데다 핵심 수요층인 젊은 세대의 유출, 지역 경제 침체 등이 겹쳤다.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속에서도 가격 하락 폭이 수도권에 비해 작았던 것도 회복이 더딘 이유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방은 바닥을 다지며 매물 소화 과정을 더 거칠 전망이다.

아파트시장은 반등하고 있지만, 연립·다세대주택은 찬 바람이 분다. 서울,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내림세를 보인다.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든, 매매든 수요자들이 기피한 결과다. 한국부동산에 따르면 4월 연립·다세대주택 실거래가격은 인천을 제외하곤 일제히 내림세를 기록했다. 경기(-2.07%) 하락세가 두드러졌고 서울(-0.06%)도 약보합세를 보였다. 거래량도 뚝 끊겼다.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실수요자들이 대체재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에 관심을 보일 수 있으나 본격 회복으로 이어지긴 이르다.

연립·다세대주택 수요의 한 축인 전세시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기본적으로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격 하락은 수급의 불일치에 기인한다.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서라도 전세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세입자는 깡통전세가 두려워 월세를 찾는다. 특히 기존 세입자가 많은 다가구·다세대주택의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깜깜이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점도 세입자의 전세 기피 요인이다. 매매와 전세시장이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 아파트시장의 조정양상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거래는 급매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 아파트시장을 두루뭉술하게 바라봐선 안 된다. 지역 여건에 따라 울퉁불퉁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울산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달대비 0.4% 올랐다. 4월 상승분을 포함하면 올해 들어 0.7% 정도 오른 것이다. 울산은 지난해에도 2.6% 상승했다. 대전도 지난해 4.3%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 4월까지 누계로 강보합세(0.08%)다. 하지만 부산, 대구, 광주는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제주도는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 올해 들어 4월까지 2.3% 올랐다. 전북도 같은 기간 1.3% 올랐지만, 전남은 1% 남짓 떨어졌다. 경남, 충남 등 나머지 지역은 바닥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차별화 현상은 지방만이 아니다. 행정구역으로 같은 서울이지만 강남과 강북 외곽 아파트 간 차이가 심해지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양극화되는 것은 부동산이 투자 자산화하고 지역 경제 여건도 차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둘러싼 금융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현재 광의통화인 M2는 4010조원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7% 늘어났다. 협의통화인 M1은 1241조원으로 같은 기간 4% 정도 늘어났다. 최근 통화량이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과거 초저금리 시절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M2 증가율은 연평균 10%에 달했다.

지금은 대출금리가 많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기준금리가 높아 시중 자금이 부동산시장에 무차별적 유입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러니 투자 유망한 곳이나 젊은 층이 선호하는 지역과 상품으로만 쏠린다. 이런 상황에선 산술적인 평균수치만 가지고 접근하기는 어렵다. ‘평균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부동산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선 ‘밀착형 돋보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평론가적 담론보다는 실수요자 마인드로 접근하길 권한다. 동네나 상품마다 들쭉날쭉하니 타이밍을 재기보다는 개별물건의 가격 메리트를 보고 접근하는 게 더 낫다. 서울은 고점(2021년 10월) 대비 15~25%, 수도권과 지방은 20~30% 이상 떨어진 매물을 눈여겨보는 게 좋을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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