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야수들 돈벌이 놀이터로… 쯔양 사건서 드러난 민낯
구독자 1010만을 보유한 ‘먹방 여신’ 유튜버 쯔양을 협박하기로 모의한 사건으로 유튜브 세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폭로 영상으로 조회수를 올리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들은 쯔양이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과 협박당했다는 사실을 약점으로 잡아 거액을 편취하려고 했다. 한국인들이 월 평균 40시간 이상 이용하고 있는 유튜브가 ‘야수들의 돈벌이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조회수를 올리려고 가짜 콘텐츠와 폭로성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얻는 범죄 혐의 행위를 벌이는데도 유튜브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스포츠 스타·연예인·정치인 등의 치부를 들춰내거나 이를 영상으로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뜯어낸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월 범죄 의혹 등을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유명 유튜버 엄태웅(30)씨를 구속 기소했다. 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구독자 29만명을 가진 엄씨는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모씨의 고등학교 선배인 A씨에게서 신씨와의 친분이나 A씨의 별도 범죄 의혹을 방송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3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유튜버들의 폭로성 콘텐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유튜버 ‘잼미’는 일부 유튜브에 의해 극단적 페미니스트 성향이라는 지목을 받은 뒤 인터넷상에서의 ‘사이버 불링’으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2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일부 유튜버를 강력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사흘 만에 10만명 넘게 동의를 받았다.
◇수익 올리려고 조작 영상까지 제작
가로세로연구소가 공개한 ‘쯔양 협박 모의’ 녹취에는 구제역, 전국진, 카라큘라 등 3명의 유튜버가 등장한다. 이들의 총 구독자 수는 12일 기준 16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이들의 월 추정 수익은 약 3000만원에 달한다. 이번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최소 연 3억6000만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유튜브는 10분 분량 유튜브 영상에 광고가 붙고 200만뷰를 얻으면 200만원 정도의 이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선정적인 영상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2020년 12월 유튜버 A씨는 또 다른 유튜버 B씨가 지하철 역사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영상을 촬영했는데, 이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 소속 역무원이 시위를 저지하며 자신들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후 인근 지구대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폭행을 당했으며, 역무원을 강력히 처벌하기 원한다”는 내용으로 신고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폭행은 없었으며 시위를 벌이면서 단속 나온 역무원의 폭행을 고의로 유도하는 것까지 모두 사전에 모의된 것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10월 유튜버 A·B씨에게 무고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6월 구독자 2만여 명의 한 유튜브 해외 토픽 채널에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 축구 선수 킬리안 음바페의 한글 자막 인터뷰 영상이 올라왔다. 일본 기자가 “이강인이라는 한국 선수가 (PSG에) 오는 것은 마케팅을 위한 영입이라고 생각하는가”라며 이강인 선수를 평가절하하는 질문을 던졌고, 음바페는 고개를 저으며 “(이강인을) 신뢰하고 있다. 재능을 가졌기에 여기에 올 수 있는 것이다”로 답변한다. 이 영상은 ‘반일(反日) 코드’와 결합해 1100만명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음바페가 2021년 ‘유로 2020′ 기자회견에 참석해 답변한 영상 앞부분에 일본 기자 음성을 만들어 넣은 조작된 영상이었다.
◇‘정의’로 포장해 기부금 챙기고 약점 잡아 돈 갈취
이들은 ‘우리 사회 정의 구현’이란 슬로건을 가지고 사람들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늘어난 조회수와 광고로 수입을 얻는다. 수의대생 유튜버 박모(30)씨는 유기 동물을 거둬 기르는 ‘천사 콘셉트’로 유튜브를 운영하다 거짓말이 폭로되며 사기 등 혐의로 기소당했다. 펫숍에서 구매한 동물들을 유기·파양 동물인 것처럼 유튜브 콘텐츠를 조작해 기부금을 챙긴 혐의다. 그는 사죄 영상을 통해 “(구조했다고 한) 레이, 노루, 절구가 펫숍에서 왔다는 보도는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관심이 좋아 더 큰 채널을 바라게 됐고 그러면서 거짓 영상을 찍게 됐다”고 고백했다.
유튜버들의 공갈 및 협박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탁재훈 사생활 폭로’ 등 수많은 연예인의 사생활 의혹을 제기하며 ‘시민들의 알 권리’를 주장하던 유튜버 김용호씨는 지난 2022년 8월 가수 김건모 전 아내 장모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박수홍 허위 사실 유포, 강요 미수, 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후 김씨는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투신해 숨졌다. 그의 소식을 접한 다수의 커뮤니티에서는 “이게 사이버 레커의 말로”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만들고 무사할 줄 알았나” 등의 비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법적 처벌 받아도 계속 영상 만들어 올려
법적 처벌도 이들에겐 무용지물이다. 과거 130만 구독자를 보유했던 유튜버 송모(31)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배달 음식이 도착했는데 배달 내용물을 누가 빼 먹었다’는 영상을 올렸다. 당시는 배달원이 음식을 몰래 빼 먹는다는 이른바 ‘배달 거지’가 이슈가 된 상황. 송씨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영상을 제작했다. 하지만 이는 송씨가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일부러 음식을 빼 먹은 뒤, 지인과 미리 짜인 각본에 따라 통화를 나누고 마치 점주가 부적절한 응대를 한 것처럼 조작한 영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송씨는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2022년 10월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송씨는 현재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복귀해 구독자 1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쯔양 협박 모의에 연루된 구제역도 허위 사실 폭로 등으로 이미 재판 4건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 부산지방법원에서 손해배상 2000만원, 2022년 7월에는 수원지방법원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세연 녹취에서 구제역이 “고소당해 봤자 끽해야 벌금 몇백 나오고 끝난다”고 했던 발언으로 볼 때 그가 상습적으로 송사에 휘말려 왔음을 알 수 있다. 구제역은 이번 사태로 또다시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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