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제왕패업을 이루려면
“달리 무엇 때문이겠소. 제왕(帝王)의 패업(霸業)을 이루기 위해서지.”
중국 작가 메이위저(44)의 장편소설 ‘제왕업(帝王業)’(쌤앤파커스)에서 읽은 말입니다. 황제의 조카딸인 주인공 왕현은 한미한 가문 출신 전쟁영웅인 예장왕과 정략결혼을 합니다. 황좌 다툼의 소용돌이에 말려든 그가 남편에게 “무엇 때문에 태자를 폐해야 하고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해야 하죠?”라 묻자 돌아온 대답이지요. 왕현은 탄식합니다. ‘예로부터 얼마나 많은 영웅이 이 제왕 패업이라는 네 글자 앞에 무너졌던가!’
‘제왕업’은 웹소설로 연재됐을 때 온라인 조회 수 10억뷰를 넘어섰고, 2007년 종이책으로 출간돼 5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입니다. 장쯔이 주연의 드라마 ‘상양부(上陽賦)’로 제작돼 2021년 방영되기도 했었지요. 장쯔이의 첫 드라마 출연작, 5년이라는 긴 제작 기간, 1200억원 가까운 제작비, 촬영 당시 30대 후반이었던 장쯔이가 극 초반에 15세 소녀를 연기했다는 점 등 여러모로 화제가 되었지요. ‘상양부’라는 제목은 왕현의 칭호가 ‘상양군주(上陽郡主)’인 데서 유래합니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와 티빙 등 OTT를 통해 감상 가능하고요.
역성혁명(易姓革命)을 주제로 한 원작과는 달리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황실에 충성을 바칩니다. 중국 정책상 역성혁명은 드라마에서 다룰 수 없는 주제이기 때문이랍니다. 검열의 벽에 부딪혔음에도 만듦새가 좋고,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지만 원작 소설 팬들의 불만을 잠재우진 못했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제왕패업을 이룬 권력자 치하에선 허구의 제왕업조차 불온한 것을. 소설 속 예장왕은 제왕업의 속성을 이렇게 말합니다. “일단 이 길에 들어선 이상 승자가 아니면 패자가 될 때까지 계속 나아가는 수밖에, 되돌아갈 방법은 없소.” /곽아람 Books 팀장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자봉지·음료 빨대까지...친환경 시대 캐시카우로 떠오른 ‘썩는 플라스틱’
- 남양유업, 3분기 영업익∙당기순익 ‘흑자전환’ 성공
- [속보] 삼성전자, 1614일 만에 ‘4만전자’... 시총도 300조 붕괴
- 욕망 자극하는 쇼핑 대신, 정신적 위로·공감은 어떨까
- ‘개미’는 모여봤자 ‘개미’일 뿐이라고?...대세의 힘은 강하다
- ‘불닭’ 업은 삼양식품, 영업이익 전년 대비 101%↑... 해외 매출이 78%
- ‘양자컴퓨팅과 노화’ 2024 대성해강사이언스포럼 열려
- 美 대선 끝나고 금값이 뚝뚝 떨어지는 이유는
- 전공의 “올 게 왔다”...국방부, 사직 전공의 3480명에 ‘입영 희망 시기’ 조사
- ‘희소성 전략’ 페라리...괴물 수퍼카 ‘F80′ 799대만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