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예쁘기만 한 여성이 아닌, 권력 욕망하는 ‘삼국지의 새 주인공’으로

황지윤 기자 2024. 7. 1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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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폐월; 초선전

박서련 장편소설 | 은행나무 | 244쪽 | 1만6800원

소설가 박서련이 그의 장기를 충분히 발휘했다. 남성 영웅 서사로 가득한 ‘삼국지연의’를 비틀어 보인다. 한나라 대신 왕윤의 수양딸로 등장해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질한 것으로 유명한 절세미인 ‘초선’이 주인공이다. ‘그녀의 얼굴이 아름다워 달마저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는 일화에서 ‘폐월(閉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서련은 2015년 단편 ‘미키마우스 클럽’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18년 출간한 첫 장편 ‘체공녀 강주룡’은 1930년대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도한 강주룡의 일생을 그린 전기소설. 올해 3월에 낸 장편 ‘카카듀’도 1928년 경성 시대 끽다점(찻집)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이번엔 시간을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간다.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는 터져버릴 것이다’ 박연빈 은행나무 편집자는 뮤리엘 루카이저의 시를 인용해 책을 소개한다. 그만큼 강렬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뜻. ‘나’ 초선은 치열하게 욕망하며, 악착같이 버틴다. 그녀는 다양한 결의 욕망을 내비치면서 성장해나간다. 소설 속 초선은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미모, 지식, 자신의 위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힘 있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래서 초선은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는다.

남성 서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여성 캐릭터에게 목소리를 부여한 점이 이 소설의 중요한 의의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그저 단순히 재미있다는 점이 소설로서는 가장 큰 매력일 테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 터너(page turner)’가 절실한 무더운 여름날에 즐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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