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하러 해변으로 가요
전국에 몸집 키우는 오션뷰 야외 헬스장
노는 물이 달라졌다.
강원도 강릉 강문해변은 지금 전국에서 모인 ‘근육쟁이’들로 붐빈다. 지난해 8월 조성된 ‘머슬 비치(Muscle Beach)’ 때문이다. 비치 위에 1억원어치의 여러 고급 헬스 기구가 비치돼 있다. 맨몸 운동과 기계체조를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철봉존까지. 헉헉, 바닷바람 맞으며 온몸을 쇠질로 단련하는 ‘오션뷰’ 야외 헬스장. 여기선 훌렁훌렁 상반신 탈의가 기본이다. 바닷가니까. 더우면 바로 다이빙할 수도 있다. 바닷물과 땀의 공통점은 짜다는 것. 해변과 헬스장은 더 일찍 가까워야 했다.
한국에선 생소한 풍경, 금세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무료. 도입을 주도한 건 강문해변 근처 세인트존스호텔이다. 한때 보디빌더로도 활동한 김헌성 대표는 “보디빌더 이승철 선수와 이야기 나누다가 우리나라에는 없는 이런 문화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며 “공무원들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보니 설득하고 인허가 받는 데만 3년 정도 걸렸다”고 자신의 유튜브에서 말했다. 지난 2월 우승 상금 1000만원을 걸고 눈 쌓인 해변에서 500㎏ 모래 옮기기나 줄다리기를 겨루는 ‘피지컬 서바이벌 대회’를 여는 등 관련 행사도 기획 중이다.
강원도 양양 중광정해변에는 ‘스트롱 비치(Strong Beach)’가 있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HDEX가 지난해 7월 조성한 곳으로 덤벨 등 모든 운동 기구를 목재로 제작해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운동 좀 한다는 유명인이 앞다퉈 찾고 소셜미디어 화제몰이에 성공하며 5개월 만에 약 5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자, 대대적 리뉴얼을 진행해 지난 5월 재개장했다. 오로지 운동만 하러 가는 건 아니다. 상금 2800만원이 걸린 이곳의 ‘해머 홀드 챌린지’는 근육쟁이들을 흥분케 하는 당근. 팔꿈치를 편 채 남자는 20㎏, 여자는 10㎏짜리 나무 망치를 최대한 오래 들고 버티는 힘자랑 대회(8월 31일까지)다.
원조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 해변의 ‘머슬 비치’.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보디빌더 시절 몸을 키우던 유명 야외 헬스장으로 무려 1930년대에 생겼다. 얼핏 보면 모래 바닥 위에 헬스 기구가 놓인, 놀이터 같은 풍경이다. 운동의 일상화. 이 문화가 국내에 속속 퍼지고 있는 건 ‘헬스’가 차지하는 위상이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국갤럽이 만 13세 이상 국민 17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취미’ 설문에서 운동·헬스가 전체 2위를 차지했다. 30대 여성, 50대 여성 부문에서는 1위. 남녀 불문 확산 중인 헬스 열풍의 증거다.
이제 헬스장은 워터파크로도 진출했다. 강원도 홍천 ‘오션월드’ 내부에 최근 마련된 ‘자이언트 짐’이다. 고대 이집트를 콘셉트로 한 워터파크인 만큼, 이곳 헬스장 역시 옛 상형문자 등으로 꾸민 대형 목재 운동 기구로 꾸며놨다. 물놀이장은 본디 몸매 자랑의 장(場) 아니던가. 워터파크 헬스장은 열심히 물장구치느라 바람 빠진 몸뚱이를 잠시 재정비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달부터 9월까지 ‘자이언트 짐’을 한시 운영하는 HDEX 측은 “운동 후 ‘펌핑’된 몸으로 사진 찍으면 누구나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고 했다.
피서객을 잡아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도 ‘머슬 존(Muscle Zone)’이 들어섰다. 관광 활성화 차원의 ‘프로모션 존’ 개발을 위해 민간 사업자 공모를 지난 4월 냈는데, 채택된 아이디어 중 하나가 ‘머슬 존’이다. 예전만 못한 바다의 재미를 끌어올리려는 노력. 지난해 부산 해수욕장 7곳에 모인 피서객은 약 1780만명이었다. 코로나 이전 대비 절반, 전년보다 약 300만명 줄어든 수치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요즘 운동을 통해 자기 몸 가꾸기에 열중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해변 야외 헬스장을 만들면 모객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운동기구 회사 헤드 피트니스 등과 협업해 300평 규모에 최신 헬스 기구 20여 개를 들여놨다. 근육으로 되찾는 해변의 건강, 몸풀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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