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한의 소년문고] ‘새드엔딩’이라 우리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네
‘플랜더스의 개’(A Dog of Flanders, 1872)를 읽노라면 작가 위다(Ouida)가 왜 이 이야기의 결말을 이렇게도 슬프게 썼는지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넬로와 파트라슈가 죽음을 맞는 대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결말을 쓸 수는 없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말 유럽의 현실, 특히 벨기에 플랜더스(플랑드르) 지방의 빈곤한 현실을 반영한 이 작품은 단순한 소년과 개의 우정 이야기가 아니다. 당시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순수한 영혼들의 아픔을 그린 사회 비판적 이야기다.
넬로와 파트라슈는 육체적으로는 죽었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우정은 죽음을 초월해 영원히 기억된다. 넬로가 죽기 직전 보았던 루벤스의 ‘십자가에 올려지는 그리스도’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는 지금도 안트베르펜 대성당에 소장되어 있는데, 이 두 작품과 함께 연작을 이루는 또 다른 성화가 바로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사실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하다.
만약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플랜더스의 개’는 다른 ‘좋은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쉽사리 잊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린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길 정도로 비극적인 작품의 결말은 그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사회 부조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진정한 우정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결국 ‘플랜더스의 개’의 슬픈 결말은 작가의 사려 깊은 선택이었던 셈이다.
‘플랜더스의 개’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육당 최남선이 손수 번역하여 ‘불상한 동무’(넬로와 파트라슈는 각각 ‘호월이’와 ‘바둑이’로 개명했다)라는 제목으로 1912년 처음 소개한 이래 읽히기 시작했고, 일본 후지TV에서 1975년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국내 방영되며 널리 알려졌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애니메이션 영상에 시청자들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쓴 댓글은 ‘플랜더스의 개’가 그들 삶에 끼친 영향을 증언한다. ‘넬로를 살려달라고 방송국에 엽서를 보냈다.’ ‘마지막 화를 보면서 누나들과 대성통곡했다.’ ‘이 이야기를 보고서 화가의 꿈을 꾸었다. 후에 미술대회 심사할 때 넬로를 생각하며 공정하게 심사했다.’ 결말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위다가 옳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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