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박지성,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미안해…정몽규 회장 결단내려야"
[STN뉴스] 이형주 기자 =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이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황선홍, 김도훈 두 명의 임시 감독을 썼다. 중간에는 올림픽 탈락 참사까지 맞이하면서도 감독 선임에 실패했다.
지난 28일에는 감독 선임을 위해 구성된 전력강화위원회의 위원장인 정해성 위원장이 사퇴했다. 그 업무를 이어받은 이임생 KFA 총괄이사가 7일 절차와 별개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며 파장이 일었다. 이후 박주호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의 폭로까지 이어지며 KFA와 정몽규 회장에 대한 여론은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축구의 전설이자 전북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박지성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교육동에서 열린 '박지성과 함께하는 미래세대 토크·주니어 풋살'에 참여한 뒤 취재진과 마주했다. 박지성은 참아왔던 말들을 쏟아냈다.
이를 전한 JTBC에 따르면 박지성은 "지금은 어떤 체계 자체가 완전히 무너졌지 않나. 결국 그 체계를 바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는 5개월 전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그 상황에서 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를 만들고 제대로 된 선임을 한다는 행정적 절차를 밟는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무언가 변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팬들에게 심어줬던 것 같다. 결국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팬들에게도 충격이지만 협회 자체 안에서도 상당히 큰 충격이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체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고 결국 모든 것을 다시 하나부터 쌓아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 같다"라고 냉정히 진단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첫 번째 드는 감정은 슬픔인 것 같다. 한국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아직도 축구라는 분야에 있지만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둘째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나 커서 축구인으로서 너무 슬픈 상황을 맞이하고 있고 마음이 상당히 아픈 상태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드는 감정에 대해 "가장 큰 생각은 미안하다라는 것이다. 선배로서 조금이나마 좋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실력을 뽐낼 수 있게 만들어줬어야 하는데, 꼭 축구를 했던 사람이 그런 일을 맡아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력을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 좋은 영향력을 보여줬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어떻게 보면,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로 구성돼있는 이 시기에 그걸 뒷받침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저희 축구인들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도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생각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관련 전문이다.
Q. 오늘 행사 내용에 대해 간략히 말해준다면.
▶미술관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 소외 계층 아이들하고. 축구 관련해서. 미술 작품 관련해서 문화 폭을 넓히고 (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이 중요하다. 이런 좋은 미술관에서 좋은 취지의 일을 한다고 해서 동참을 하게 됐다. 축구와 예술이라는 다른 분야지만. 하나로 묶어서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항상 이렇게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내게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오늘 역시 내게는 뜻깊었다.
Q. 대표팀 감독 선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축구인으로서 어떤 심정인지?
▶첫 번째 드는 감정은 슬픔인 것 같다. 한국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아직도 축구라는 분야에 있지만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둘째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나 커서 축구인으로서 너무 슬픈 상황을 맞이하고 있고 마음이 상당히 아픈 상태인 것 같다.
Q. 무엇이 마음을 가장 슬프게 하는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것? 결과?
▶가장 슬픈 건 뭐 하나 확실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인해서 한국 축구는 상당히 변했고, 앞으로 상당히 많이 변해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때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이렇게 받았다는 것이.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한다. 나 역시도 이런 상황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맞이하는 축구인들이 다 가슴아플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과연 어디까지 이래야 하는 것인가. 이 상황에서 좀 더 명확하게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라도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협회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고,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현재는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되어가고 있고. 안에 들어가면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Q. 여러 가지 문제점에 가슴이 아프다. 그 중 가장 큰 문제점을 짚어줄 수 있겠나.
▶나 역시 내부에 있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내막을 자세히 모르지만, 결국 진실은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는 설명할 필요가 있지 않나. 결과야 어쨌든 간에, 그 과정 속에서 이런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어느 정도의 이유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나온 얘기들로만 봤을 때는 도무지 나올 수 없는 답을 안고 있기 때문에,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내부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문제고.
문제는 지금 맞닥뜨린 이 상황을 아무런 해결책 없이 넘어가면 안 되는데. 언제 어떻게 이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지에 대한 것들을 우리는 받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멈춰서 한국 축구가 끝나는 걸 모두가 바라볼 수는 없을 테니까.
결국 사건은 이뤄졌고,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인데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혹시 생각하는 대안이 있나?
▶결과적으로는 진실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진실을 알아야지만 해결책을 가질 수 있고, 이미 대한축구협회의 신뢰는 떨어졌고,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하는데, 그 회복의 시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진실을 말하고, 사실대로 말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되지 않을까. 어쨌든 절차대로 밟아서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약속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에 당장 사실을 말하더라도 받아들일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앞으로라도 사실에 입각해서 일을 진행하고. (물론) 사실에 입각한다고 결과가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하지만 적어도 그 과정 속에서 투명한 것을 사람들이 지켜보고 그것이 이뤄지고 나아가고 있다는 그런 믿음을 앞으로는 쌓여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박주호의 폭로에 협회는 징계를 얘기했는데?
▶가장 먼저 느끼는 건 그 회의 기간 내내 (박주호 위원이) 상당히 많은 무력감을 느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의견이 100% 회의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건 사실이지만, 결국 안에서 얘기했던 절차대로 진행되지 안 됐던 것에 대해, (그러면)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는 무력감은 상당히 컸을 거라고 생각해서. 기본적으로 그 부분이 가장 아쉽지 않나 생각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와도 결국 그 행정절차가 투명하지 않고 올바른 시스템이 있지 않으면 결국 그렇게 들어온 좋은 인재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 인재들을 제물로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결과인 것 같다.
Q. 홍명보 감독도 비판을 받고 있다. K리그 종사자로서 생각은?
▶대표팀 감독을 떠나서 어떤 감독이든 새 감독이 부임했을 때는 기대감을 갖고, 그 기대감 속에서 시작을 해도 좋은 결과가 날지 안 날지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감독 선임을 한 이후 이런 상황이 지속된 적이 축구계에 있었나 싶을 정도의 상황이기 때문에 이 상황을 솔직히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협회 규정이 결국 사라지게 될 것이고. 이번을 통해 사라져야되지 않겠나? 당연히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결국 한국 축구의 위기라고 말하는데 그 위기가 대표팀이 위기기 때문에 위기는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렸을 때가 진짜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부분이 우려스럽다.
Q. 홍명보 감독과 통화하거나 연락을 한 적은 있나?
▶전혀 이야기를 나눈 건 없었다. 지금 현 상황에 대해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 것만은 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기서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고 그 해결책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제시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대로라면 한국 축구 대표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떠나서 유소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어서 그렇게까지 가면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Q. 선수들과 가깝지 않나. 현재 선수들 심정은 어떨까? 들은 부분은 있나.
▶선수들한테 직접 들은 얘기는 없다. 너무나 큰 상황이어서 선수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선수들이 얼마만큼 당황하고 있을지 어느 정도 예상은 되는 부분이기는 하다. 5개월이라는 선임 작업 동안 국내파 감독이 된다는 상황이 나올 때마다 안 좋은 여론이나 평가가 나왔기 때문에, 분명 그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국내파 감독이 선임됐다는 것은 선수들에게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수들이 나설 수 있는 상황은 분명히 아니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자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문제의 매듭을 짓지 않고 나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협회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정몽규) 협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데, 회장부터 아예 지도 체계가 바뀌어야 하지 않나?
▶지금은 어떤 체계 자체가 완전히 무너졌지 않나. 결국 그 체계를 바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는 5개월 전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그 상황에서 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를 만들고 제대로 된 선임을 한다는 행정적 절차를 밟는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무언가 변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팬들에게 심어줬던 것 같다. 결국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팬들에게도 충격이지만 협회 자체 안에서도 상당히 큰 충격이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체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고 결국 모든 것을 다시 하나부터 쌓아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 같다.
Q. 협회장 사퇴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겠지만 어떤 생각인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인 건 사실인 것 같다. (그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협회장이 내려와야 한다, 내려 오지 않아야 한다' 외부의 압력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회장이 스스로 선택을 하셔야 하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렇다면 회장이 그만둔다 했을 때 대안이 있는지도 고민을 해봐야 하는 부분이어서.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야하는 것보다 결국 어떻게 장기적으로 협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재확립시키고 신뢰를 심어줄지가 우선시돼야 되는 부분이고 그 상황에서 그 답이 맞는 거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홍명보 감독 체제로 대표팀이 나아갈 수 있겠나. 선임 번복 가능성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당연히 아까도 말했지만 새 감독이 왔을 때 기대감,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큰 상황에서 시작하는 감독이 대부분인데 이런 상황에서 시작하는 감독은 솔직히 처음이어서 이것이 어떤 결과를 맞을지는 모른다.
더군다나 프로 스포츠에서는 결과가 상당히 중요하다. 결과가 과정을 이기는 때가 너무나 많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너무 커서 결과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결국 감독 선임을 (그대로) 하느냐 마느냐. 번복을 하느냐 마느냐는 협회와 홍명보 감독님의 결정이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지만 쉽사리 지금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남아 있다.
Q. 과거 외국인 감독과 함께 하며 좋은 성적을 냈다. 이렇게 외국인 감독을 찾지 못하는건 이해가 안 되는 면이 있다. 제시 마시 감독도 있고 한데 왜 일까?
그건 진짜 내부자가 아닌 이상 모르는 일인데, 나도 그 부분이 가장 아쉽지 않나. 기간이 짧았던 것도 아니고, 지금 한국 축구 역사상 이렇게 많은 외국인 감독들이 한국대표팀 감독을 원한 적이 있었나라는 것을 봤을 때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결과를 받아들었다고 생각한다.
Q. 오늘 길게 이야기를 했는데. 책임감을 느껴서 그런건지.
그렇다. 박지성이라는 전 축구선수가 갖고 있는, 한국 축구에 대한 책임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상황을 맞이했는데. 더군다나 내가 아무런 일도 안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어쨌든 언론을 맞닥뜨리는 상황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것은. 아예 한국 축구를 배제한다는 것과 같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바뀔 거란 기대는 갖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각은 전달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Q. 훌륭한 선수들이 많은 대표팀을 두고 (운영이) 엉망인 상황인 것 같은데. 후배 선수들이 괴로울 것 같다. 후배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가장 큰 생각은 미안하다라는 것이다. 선배로서 조금이나마 좋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실력을 뽐낼 수 있게 만들어줬어야 하는데, 꼭 축구를 했던 사람이 그런 일을 맡아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력을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 좋은 영향력을 보여줬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어떻게 보면,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로 구성돼있는 이 시기에 그걸 뒷받침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저희 축구인들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도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생각할 것 같다.
STN뉴스=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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