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콜 오심'이 만든 난장판, 왜 이승엽은 퇴장 불사했나…"끝까지 플레이하라면서요"

김민경 기자 2024. 7. 1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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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판진의 오심에 항의하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 두산 베어스
▲ 인정 3루타 사인을 두산 베어스 더그아웃에 보내는 심판진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끝까지 플레이하라고 하지 않았나."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올 시즌 3번째 퇴장을 당했다. 두산은 12일 잠실야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팀간 시즌 10차전을 치렀다. 두산은 경기 전까지 삼성에 상대 전적 1승8패로 절대 열세였고, 또 최근 삼성 상대 5연패에 빠져 있던 터라 1승이 절실했다.

그러나 두산의 바람대로 경기가 흘러가진 않았다. 믿었던 선발투수 곽빈이 3⅓이닝 77구 5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2탈삼진 6실점(5자책점)으로 무너진 여파로 5-9로 역전패했고, 삼성전 6연패 늪에 빠졌다. 삼성 상대 전적은 1승9패로 더 안 좋아졌다.

문제 상황은 4-8로 끌려가던 8회말에 나왔다. 삼성 불펜 김재윤이 7회부터 마운드를 계속 지킨 가운데 선두타자 양석환이 가운데 담장 쪽으로 뻗어 가는 큰 타구를 날렸다. 양석환의 타구는 가운데 담장 노란색 바 상단을 맞고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노란색 바 상단을 맞고 담장을 넘어가면 홈런으로 인정되지만, 그라운드로 튀어서 들어오면 인플레이 타구가 된다.

이때 최영주 2루심의 오심이 나왔다. 중계플레이를 하려던 중견수 이성규를 바라보며 홈런 콜을 한 것. 2루심은 이성규가 플레이를 이어 가려 하자 계속해서 팔을 돌리며 홈런이라는 사인을 보냈다. 이성규는 2루심의 계속된 콜에 결국 플레이를 멈췄고, 타자주자 양석환은 끝까지 전력질주해 홈을 밟았다.

삼성 벤치는 당연히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결과 또한 당연히 홈런이 아니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두산은 양석환은 끝까지 플레이를 했으니 인사이드더파크홈런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심판진은 인정 3루타로 결론을 내렸다. 이 감독이 비디오판독 결과에 항의하는 것은 퇴장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항의하러 나선 배경이다.

▲ 심판의 홈런 콜에도 홈으로 끝까지 전력질주한 양석환. 삼성 라이온즈 야수들이 중계 플레이를 멈춘 상황에서도 양석환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뛰었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박흥식 수석코치(왼쪽)와 이승엽 감독이 심판진에 항의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두산은 비슷한 상황에서 뼈아픈 경험을 했다. 지난해 7월 26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2-7로 패색이 짙던 9회였다. 볼카운트 2-2에서 대타 조수행이 투수 한현희의 8구째 커브에 헛스윙할 때 공이 포수 뒤로 빠진 상황. 조수행과 포수 유강남 모두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상황으로 인지하고 플레이를 하려던 차에 주심이 파울 콜을 했다.

1루로 내달리려던 조수행은 주심의 콜에 바로 멈춰 섰고, 유강남은 끝까지 1루로 공을 던지며 플레이를 이어 갔다. 롯데는 헛스윙/파울 관련 비디오판독을 신청했고, 판독 결과 파울이 아닌 헛스윙으로 번복됐다. 타석에서 기회를 이어 가려던 조수행은 그대로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삼진 처리됐다.

이 감독은 곧장 심판진에 콜 실수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그러자 심판진은 "심판 제스처와 상관없이 선수들은 끝까지 플레이를 하라고 2~3년 전에 통보했다"고 설명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이 감독은 당시 "헛스윙 판정은 당연히 수긍한다. (조)수행이가 뛰려 했는데, 파울 선언을 해서 멈칫했다. 그 점을 확인하려 했는데, 당연히 우리가 잘못된 것이다. 심판이 콜을 하더라도 플레이는 끝까지 하는 게 기본이다. 심판과 수행이가 가깝다 보니까 뛰지 않았던 것 같다. 최초의 실수는 심판이었지만, 선수가 끝까지 플레이하지 않은 것은 수긍한다"고 했고, 이후로는 선수들에게 심판 콜과 상관없이 끝까지 플레이하라고 단단히 일러뒀다.

두산의 이날 플레이만 봐도 이 감독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얼마나 강조했는지 알 수 있다. 2회말 무사 1루에서 김기연이 희생번트를 시도했을 때였다. 타구가 너무 빨리 투수 백정현에게 향해 선행주자 강승호가 2루에서 아웃될 위기였다. 강승호는 2루에서 아웃 콜이 있었지만, 유격수의 1루 악송구가 나오자 일단 3루까지 끝까지 뛰는 모습을 보여줬다. 두산 벤치가 2루 아웃/세이프 여부를 비디오판독했을 때 세이프로 번복된다면 두산은 무사 1, 3루 기회로 연결할 수 있었기 때문. 비디오판독 결과 원심인 아웃 판정이 유지되면서 두산이 원한 그림이 나오진 않았으나 코치진이 '끝까지 플레이하라'를 얼마나 강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이승엽 감독의 항의 내용과 관련해 "이승엽 감독은 끝까지 플레이했는데 왜 홈런이 아닌지 물었다. 지난해 7월 26일 롯데전에서 조수행이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 삼진을 당했는데, 조수행이 '파울'이라는 심판의 콜에 안 뛰었다. 비디오판독 결과 조수행이 아웃됐고, 당시 심판진이 '끝까지 플레이를 하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양석환이 끝까지 홈까지 뛰었는데, 비디오판독 결과 홈런이 아니라고 하고 심판 재량으로 재배치해 3루로 보냈다. 그것을 항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는 양석환이 인사이드더파크홈런으로 인정을 받아도 경기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두산이 삼성전 연패를 끊기 위해 꽤나 절박했고, 또 심판진의 당부를 어기지 않으려 노력했기에 2루심의 홈런 콜 오심은 문제가 커 보인다.

▲ 퇴장하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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