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소·예술가의 앙상블…나무 향이 스며든다

서정민 2024. 7. 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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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촌목공소의 작은 집 프로젝트 ‘내촌셀’의 독특한 외장은 피터 줌터의 디자인에서 따왔다. 양쪽벽의 그림처럼 보이는 작품들은 허회태 작가의 이모그래피 작품이다. [사진 팔라스 파트너스]
미술관 최초로 목공소와 예술가가 협업한 전시가 열린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세상에 본 적 없는 힘과 깊이가 있는 가구”라 칭한 내촌목공소, 베니스 비엔날레 단독 초청 남희조 작가, ‘이모그래피’ 창시자 허회태 작가가 함께한 전시 ‘나무의 시간’이다. 전시 명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이 함께 한 이유는 ‘자연’이 보내는 메시지를 다시 들어보자는 것.

자연에서 얻은 ‘삼베’를 조각조각 이어붙인 남희조 작가의 작품 앞에선 인간이 나고 죽기까지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하는 옷은 결국 삼베 서너 필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친환경적인 삶과 더불어 욕심 없이 자연에 감사하며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글씨인 듯 그림인 듯, 붓질 한 획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해내는 ‘이모그래피(emography·감정과 서법의 합성어)’의 창시자 허회태 작가의 작품에선 초록 숲에 들어온 듯 활기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자연이 인간에게 선물한 아름다운 존재 ‘나무’를 직접 다듬어 가구부터 집까지 만들어내는 내촌목공소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식탁, 의자, 책꽂이, 씽크대 등 내촌목공소의 가구들은 안도 타다오의 표현처럼 묵직하고 담백해서 어느 공간이든 한 번 들여놓으면 아주 오랫동안 좋은 벗이 돼줄 것 같다. 그밖에도 세계적인 건축가 그룹 그라프톤이 참여한 강원도 홍천군 ‘두내원 프로젝트(소전문화재단 문학인 레지던스)’에서 완성한 목재구조 디자인은 아름답고, 꾸븐낭개(태운 나무)로 만든 긴 벤치와 수십 개의 의자들은 종교 예술품을 만났을 때처럼 성스럽다.

내촌목공소 고문이자 2022년 녹색문학상 수상작 『나무의 시간』을 쓴 김민식 작가가 쓴 글이 실내 곳곳에 적혀 있으니 잠시 발길을 멈추고 읽어봐도 좋겠다. 인간의 시간 속에 함께하는 나무 이야기들이다.

기간 7월 3일~9월 29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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