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더 다가온 트럼프 2.0, 더 급해진 자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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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토론 후 트럼프 집권 가능성 커져
경제·안보 환경 변화에 대처 시급
국가부채와 인구문제 등 과제 산적
포퓰리즘 버리고 성장엔진 찾아야
」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를 역임했던 두 석학의 트럼프 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경고가 눈길을 끈다.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한목소리로 트럼프 공약 중 국수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재촉발될 무역전쟁 격화를 지적한다. 관세 인상은 수입 물가 상승을 초래해 인플레를 다시 자극하면서 금리 인하가 아니라 오히려 다시 인상해야 하는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최근 골드만삭스도 트럼프 재집권 시 최대 5회에 걸친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내놓는 판이다. 그만큼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에 철저한 대비가 중요한 시기다.
“트럼프 리스크 극복이라는 시험 잘 치르려면 밀린 숙제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최근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의 말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대외 환경변화에 잘 대처하려면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부터 먼저 하라는 뜻이다. 자국 경제 펀더멘털과 국제 경쟁력 강화가 면역력 제고에 필수라는 얘기고, 미뤄놓은 개혁 과제의 실천을 통해 내부 정치·경제 시스템을 정비하라는 의미다. 각자도생 시대에 최선의 트럼프 2기 대비책은 지경학적 도전과 국제 환경변화를 감내할 국력을 키우는 구조개혁을 실천하는 데 달렸다.
현 정부의 역동적 경제 구축 방향은 옳으나 수단은 미시적 접근을 넘어 원천적 문제 해결에서 찾아야 한다. 밸류업 프로그램 등 주가 부양 노력에도 주요국 중 바닥 수준인 한국 증시의 성적표는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는 추락하는 잠재성장률 반등과 지속적인 성장, 재정 건전성 회복이 불가능하다. 하루 1500억 원씩 미래 세대 부담이 늘어나는 국민연금의 개혁 작업은 본격적 재가동이 절실하고 인공지능(AI) 경쟁에 국가 사활이 달린 지금 삼성전자 노조 파업은 노동·규제 개혁의 시급성을 일깨워준다. 향후 2년간 선거가 없는 지금이야말로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이다.
개혁 추진 동력을 높이고 경제를 살리려면 국내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거대 야당의 의회 폭주와 여야 대표 선출 과정의 저열한 정치권 행태는 절망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 국내외 투자자를 해외로 내모는 진흙탕 정치는 국가 이미지나 신인도에 있어서 걸림돌이고 자본 이탈만 부추길 뿐이다. 지난달 멕시코 선거가 보여주듯 좌파 정당이 거의 절대다수로 의회를 접수한 후, 판사 직선제 등 사법 파괴와 법치 훼손으로 빚어진 페소 폭락 사태는 민주주의보다 포퓰리즘을 택한 남미형 비극의 단면을 보여준다.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위해서라도 국내 정치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과거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이끈 혁신과 포용의 보수 재건, 신임 총리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의 과감한 친기업 실용주의 정책 등 우클릭 행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역대 최대 규모의 국가부채에다 세계 최악의 인구구조 속에 식어가는 성장 엔진을 되살리려면 현금 살포식 고당도(高糖度) 포퓰리즘 정책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쓴 약을 처방하는 리더가 대체로 진짜라는 사실도 국민 모두가 되새겨야 할 때다. 머지않아 역성장이 예고되는 역사적 변곡점에 선 오늘날, 국익을 위해서는 여야가 힘을 합쳐 구조개혁과 경제·민생 입법, 그리고 기업의 초격차 기술개발 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미국을 위시한 자유 진영과의 공조 체제 강화는 물론, 중국 등 전체주의 국가와의 건강한 외교관계도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안보·경제 분야에서 강력한 힘을 키울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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