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억] 사라진 남광주역에서
2024. 7. 13. 00:06
남광주역은 곽재구 시인의 시 “사평역에서”의 실제 배경이다. 70년간 경전선 철도역이었다가 2000년에 폐쇄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흑백 사진이나 시인의 시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또한 무거운 짐에 휘청거리던 그 시절의 어머니들, 힘들여 가져온 것들을 다 팔아도 고작 손에 쥐는 것은 몇 푼이었고 그 돈마저 당신 자신을 위해선 쓰지 못하던 어머니들도 대부분 이젠 생을 마감하고 이 세상을 떠나셨을 것이다. 사평역에서 시인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라고 시를 끝맺는다. 아무리 삶의 짐이 무거웠어도 지나가 버린 시간은 시인의 말처럼 눈물겨운 그리움으로 남는다. 기어이 호명하고 싶은 ‘그 순간들’이 되고 만다.
사진가 김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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