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오시카츠
사실 덕질은 원래 서브 컬쳐의 열정적인 팬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가 ‘덕후’로 변해 만들어진 말이다. 일본도 예전엔 ‘오타카츠’라는 말을 많이 썼지만, 요즘에는 좀 더 밝은 이미지인 오시카츠를 주로 쓴다. ‘카츠’가 붙는 말은 많다. 취직 활동은 ‘슈카츠(就活)’, 결혼 활동은 ‘콘카츠(婚活)’라고 한다.
오시라는 말이 널리 퍼진 것은 2010년대 아이돌 그룹 AKB48의 멤버들에 대한 총선거(인기투표)가 계기가 됐다. 이 그룹은 멤버 수가 무려 130명에 달해 일부만이 대중 앞에 나설 수 있었는데 이를 투표로 정했다고 한다. 따라서 팬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멤버(오시)가 많은 표를 얻도록 응원했다. 이 행사는 한때 TV로 중계되고 시청률이 20%를 넘을 정도 큰 관심을 끌었다.
2021년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소설 제목은 ‘오시, 모유(推し, 燃ゆ)’, 한국 제목은 ‘최애, 타오르다’였다. 이 소설의 영향도 있었는지 2021년 말에 발표하는 유행어 대상 후보에 오시카츠가 오르기도 했다. 또한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일본 만화 ‘최애의 아이’의 일본 원제는 ‘오시노코(推しの子)’다. 일본에서는 K-POP 아이돌의 오시카츠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다.
일본에서 한국어능력시험(TOPIK) 지원자 수는 처음 시작한 1997년엔 1529명에 불과했지만 2023년엔 4만1059명에 달했다. 무려 27배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 6월 29일 오사카에서 열린 ‘제3회 TOPIK 포럼’에 참가했었다. 한국 콘텐트를 한국어 학습에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주제였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K-POP 팬이었다. “오시카츠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오시카츠 때문에 바빠서 한국어를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참가자도 있었다.
포럼 뒤풀이 때 한국어 전공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요즘 MBTI가 주변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한다. 오시의 MBTI를 듣고 자기들도 해봤다는 것이다. 오시카츠가 한국과 일본을 좀 더 가깝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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