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도 정몽규 사퇴 촉구 "참담한 심정…회장 스스로 결단해야"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2024. 7. 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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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이 최근 대표팀 사령탑 선임과 관련된 논란에 참담함을 드러내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한 사퇴 여론에 힘을 보탰다.

박지성은 12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문화행사 'MMCA 플레이: 주니어 풋살'를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축구협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체계를 바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거라는 기대는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5개월 전이 마지막이었다. 지금은 체계 자체가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올바른 선임 절차를 밟는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체제 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결국 모든 걸 다시 새롭게 하나부터 쌓아 나가야하는 상황을 맞이했다"고 한탄했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지난 8일 브리핑을 통해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2027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새로운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5개월 만에 후임 사령탑을 선임했지만 반응은 오히려 차갑다.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하며 명망 있는 외국인 지도자를 데려오겠다고 큰소리쳤으나, 모두 무산돼 결국 돌고 돌아 국내 지도자인 홍 감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줄곧 대표팀 사령탑을 고사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던 홍 감독은 돌연 지휘봉을 잡아 팬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울산과 고별전이었던 지난 10일 광주FC전이 열린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는 '런명보', '피노키홍', '명청한 행보',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등 홍 감독을 비난하는 걸개가 여럿 걸렸다.

박지성은 "지난 5개월 동안 국내파 감독 선임론이 나올 때마다 상당히 여론과 평가가 좋지 않았다"면서 "선수들은 국내파 감독을 선임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했을 텐데,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이 시기에, (선수단을) 뒷받침할 수 없는 상황이 축구인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 가장 아쉽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선배로서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실력을 뽐낼 환경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황진환 기자

축구인으로서 현 사태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는 박지성은 "무엇 하나 확실히 답이 없다는 상황에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상당히 많이 변했고, 변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답을 이렇게 받았다는 게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기분"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후배 박주호가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내부 회의 과정을 폭로한 데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무력감이 상당히 컸을 것"이라며 "결국 행정 절차가 투명하지 않고 올바른 시스템이 없다면 좋은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계속해서 "협회에서 일한다는 게 현재는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돼 버렸다"며 "결과야 어떻든, 과정 속에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선배인 홍명보 감독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새 감독이 부임한 뒤 기대감을 갖고 시작해도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며 "감독 선임 이후 이런 상황이 지속된 적이 있었나 싶은 상황이다. 솔직히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론은 총책임자인 정몽규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박지성은 "회장이 내려와야 한다, 내려오지 말아야 한다 등 의견이 많은데,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외부 압력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협회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립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그 답이 맞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회장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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