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예능 공략 통했다…토종 OTT, 넷플릭스 독주 '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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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장 지각변동 조짐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서 철옹성 같던 넷플릭스가 흔들리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넷플릭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096만 명으로 전년 동기(1274만 명)보다 16.2% 감소했다. 올해 4월 1129만 명, 5월 1118만 명 등으로 감소세가 역력하다. 이와 달리 토종 OTT의 약진은 돋보인다. 티빙은 4월 706만 명, 5월 731만 명에 이어 6월 740만 명으로 1년 전(574만 명)보다 2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쿠팡플레이(531만 명→663만 명)의 약진, 웨이브(433만 명→432만 명)의 꾸준함도 눈에 띈다. 특히 티빙과 웨이브의 지난달 MAU를 합하면 1172만 명으로 넷플릭스의 1096만 명을 앞선다. 이 숫자가 의미 있는 이유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절차가 진행 중인 때문이다. 앞서 티빙과 웨이브의 최대주주인 CJ ENM과 SK스퀘어는 지난해 12월 두 OTT 자회사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연내로 예상되는 본계약이 체결되면 처음으로 넷플릭스보다 이용자가 많은 토종 OTT가 탄생한다.
쿠팡플레이, K리그 전 경기 중계 유치
토종 OTT가 콘텐트 차별화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했던 게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막강한 자본력과 콘텐트 기획력을 앞세워 ‘옥자’(2017년)와 ‘킹덤’(2019년), ‘오징어게임’(2021년) 같은 웰메이드 오리지널 드라마를 차례로 선보여 지속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그러면서 유지한 OTT 시장 선점 효과도 컸다. 티빙은 2010년 출시돼 국내에서 넷플릭스보다 역사가 깊지만,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 나선 것은 2021년 무렵부터다. 쿠팡플레이는 2020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만큼 시장 진입이 늦었다.
그러나 쿠팡플레이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으로 신뢰를 쌓고, K리그 기반의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도 힘쓰면서 여론은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이후 쿠팡플레이는 올 3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의 독점 중계로도 신규 이용자 유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에 맞선 티빙은 올 3월 한국프로야구(KBO리그) 독점 중계권을 따내는 데 성공, 스포츠 중계 전쟁에 본격 가세했다. 국내 스포츠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KBO리그라는 점을 고려해도 2027년까지 3년간 135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모험이다.
이 같은 투자로 두 달간 MAU 34만 명 증가라는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스포츠 중계라는 게 (중계권 확보가) 3~5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기회이다 보니 그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 수 있을지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티빙은 예능 ‘환승연애3’ ‘크라임씬 리턴즈’로도 기세를 더하고 있다. 올 6월 넷플릭스와 티빙의 MAU 격차는 356만 명인데 이는 지난해 4월(700만 명)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숫자다. 웨이브 역시 예능에서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연애남매’ 등이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JTBC와 합작한 연애남매는 올해 약 넉 달간 방영에서 웨이브 예능 중 가장 많은 신규 유료 가입자를 모았다.
웨이브 예능 ‘연애남매’ 등 꾸준한 인기
보편적 감성으로 승부할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문화 코드에 부합하는 것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장르다. 이 때문에 예능에선 넷플릭스보다 토종 OTT가 국내 시장 확장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예능은 대부분 서양 시청자 취향에 더 맞는 포맷과 내용인 반면, 토종 OTT 예능은 국내 시청자에게 친숙하면서 더 많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맞춤형 콘텐트라 국내에서 경쟁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토종 OTT는 넷플릭스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도 얻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을 시행했다. 당초 넷플릭스는 계정 하나당 최대 4인까지 공유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팬데믹 특수가 사라지면서 실적이 나빠지자, 같은 가구가 아닌 계정의 공유를 유지하려면 추가요금을 내도록 정책을 바꾼 것이다. 여기서 실망감을 느낀 기존 이용자의 이탈이 늘면서 MAU 감소세도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토종 OTT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토종 OTT가 외형 성장에 걸맞은 콘텐트 품질 개선 노력을 더해야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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