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왜 무덤 속 마오주의 되살리나

유상철 2024. 7. 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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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주의
마오주의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유월서가

1980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날이자 마오쩌둥 출생 87주년 되는 날 페루의 수도 리마의 한 거리 가로등 위로 섬뜩한 모습이 펼쳐졌다. 비에 젖은 개 한 마리가 입을 벌린 채 와이어에 매달려 있었다. 이미 숨이 끊어진 개의 목엔 대문자로 ‘DENG XIAOPING’이라 쓰인 팻말이 보였다. 무슨 일인가?

마오의 정책을 위배한 덩샤오핑 타도를 위해 고의로 떠돌이 개를 죽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개의 사체에 덩의 이름을 적은 팻말을 단 건 마오가 자본주의자 등 정적을 비난할 때 흔히 주구(走狗)라는 표현을 쓴 데 착안한 거다. 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베이징에서 수만 리 떨어진 남미에서 벌어진 걸까?

영국 런던대에서 중국 현대사를 가르치는 줄리아 로벨은 이는 페루 공산당이 앞으로 마오주의식 반란을 펼치겠다는 상징적 신호탄이었다고 설명한다. 한데 의문이 든다. 마오는 1976년 사망했고 중국에선 개혁개방이 대세가 되는 등 마오주의는 안전하게 과거로 보내진 게 아니었나?

‘마오쩌둥의 붉은 깃발을 높이 들고 문화대혁명을 끝까지 완수하자’고 적힌 포스터. [사진 유월서가]
그렇지 않다고 로벨은 말한다. “마오주의는 마치 사람 몸속에 휴면 중인 바이러스처럼 끈질기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재능을 지녔다”는 거다. 마오주의는 마오의 경험과 사상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용어다. 로벨은 37년 출간된 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이 전 세계 마오주의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한다.

홍보가 절실한 중국 공산당과 출세가 필요한 스노의 어두운 거래를 통해 마오는 유머감각과 애국심으로 무장한 더할 나위 없이 인간적인 혁명가로 그려졌다. “마오의 유일한 사치품은 모기장 하나였다”는 식이다. 스노의 원고가 모두 마오의 검열을 거쳤다는 사실은 외면된 채 중국의 붉은 별 마오는 세계를 매료시켰다.

로벨은 그로부터 지난 80여 년 간 마오주의가 어떻게 세상을 누볐는지를 추적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아프리카, 베트남과 캄보디아, 서유럽과 페루, 인도와 네팔 등 마오주의 열풍이 휩쓸고 간 자리를 꼼꼼하게 살핀다. 덕분에 우리는 중국에 대한 불편하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우선 중국이 말하지 않는 ‘혁명의 수출’ 이야기다. 중국은 ‘내정 불간섭’을 외친다. 중국이 천명하는 평화공존 5원칙 중 하나다. 그러나 정말 중국이 그랬나? 마오 시대 중국은 이념과 군사훈련, 돈과 무기를 세계 곳곳의 반군에 제공하는데 열심이었다. 중국이 대기근으로 수천만 아사자를 내도 알바니아엔 필요한 곡물의 5분의 1을 원조했다.

중국은 왜 이런 일을 했나? “중국이 세계 혁명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마오의 말에 답이 있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농촌의 고통을 해방하겠다고시작했지만, 그 끝은 언제나 농민이 희생되는 것이었다. 냉전의 종말 이후 한때 마오주의는 퇴색한 것으로 여겨졌다. 한데 지금 또다시 주목을 받는다. 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의해 마오주의가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론 마오를 벗어나는 탈마오화(脫毛化)를 진행했지만, 정치 영역에선 단 한 번도 마오를 숙청한 적이 없다고 로벨은 말한다. 소련은 스탈린을 버려도 혁명의 창시자 레닌이 있지만, 중국은 오직 마오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자아비판과 군중노선, 개인숭배 강조 등을 통해 마오주의 정치문화를 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마오주의가 중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최근 ‘중국식 현대화’를 외친다.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중국식 모델을 만들어 개도국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혁명 수출에 열심이었던 마오를 다시 보는 듯하다. 로벨은 우리에게 마오주의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시진핑이 소생시킨 마오주의가 다소 변형을 거치며 한동안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겸 차이나랩 대표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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