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승자독식 제로섬 게임, 공멸로 가는 한국 정치
게임이론으로 본 세상 〈끝〉
이런 제로섬 게임에서는 평화로운 공존과 협력이 불가능하다. 게임이론을 포함한 경제학이 보는 인간은 자신의 이득을 최대화하려고 하는데, 제로섬 게임에서는 자신의 이득을 더 높이려면 상대방의 이득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자기의 이익을 최대화한다는 말은 상대방의 이익을 최소화한다는 의미와 동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제로섬 게임의 특징인 것이다. 상대방에게 해를 끼칠수록 자신의 이득이 높아지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해치려고 하는 게임이 제로섬 게임이다.
공산주의, 제로섬 게임에 기반한 이론
그런데 이런 제로섬 게임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스포츠와 전쟁이다. 일반적인 제로섬 게임에서 영수와 철수는 55원대 45원이라는 식으로 100원을 나누어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나 전쟁에서는 이기는 쪽이 무조건 100원을 다 가져가게 되는 반면 패배한 쪽은 얻는 게 없다. 스포츠와 전쟁의 참가자들은 정말 ‘모 아니면 도’의 결과만 가지게 되므로 상대방에게 해를 가해서 자신이 모든 이익을 독식하려는 투지를 불사르게 된다.
이런 극단적인 제로섬 게임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정치인들의 선거다. 한 지역의 국회의원을 뽑을 때 갑이라는 후보가 51%를 득표하고 을이라는 후보가 49%를 득표한다고 해서 국회의원의 권력을 갑 51% 을 49%로 나누어 갖지 않는다. 비록 득표는 51%를 얻어 가까스로 당선되었더라도 갑이 국회의원이 되어 100%의 권력을 잡게 되고, 을은 49%를 득표했지만 권력은 ‘0’이 된다. 역시 극단적인 승자 독식의 제로섬 게임인 것이다.
이런 제로섬 게임의 세계관에 기반한 경제학 이론이 바로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이다. 이 세상을 부르주아라고 불리는 ‘유산계급(有産階級)’과 프롤레타리아라고 불리는 ‘무산계급(無産階級)’의 투쟁 장소라고 보는 것이 공산주의 이론이다.
한정된 경제적 부를 부르주아 유산계급이 더 가져가면 프롤레타리아 무산계급의 몫은 자동적으로 작아질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유산계급이 무산계급을 착취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산계급의 노동자는 유산계급의 자본가로부터 경제적 부를 빼앗아와야 한다는 것이 바로 공산주의의 계급투쟁 이론이라고 간단히 정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공산주의를 따랐던 국가들의 경제가 모두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공산주의 경제 시스템이 어째서 실패했는지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지만, 그 중이 한가지는 이 세상이 공산주의 사상을 만든 마르크스의 예상처럼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산계급의 자본과 무산계급의 노동이 합쳐져서 같이 일하면 경제 파이가 아주 많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에서는 이런 상황을 ‘윈-윈 게임(win-win game)’이라고 부른다. 유산계급과 무산계급이 한정된 이익을 놓고 서로 뺏고 뺏기는 상황이 아니라 이 두 계급이 협력하면 100원이 200원도 되고 300원도 된다는 것이 윈-윈 게임이다. 만일 100원이 300원이 된다면 유산계급과 무산계급은 서로 조금 더 가지려고 싸우기보다는 협력해서 300원을 만든 다음, 예를 들어 140원과 160원이라는 식으로 나누어 가질 수 있다.
나는 140원만 주고 어째서 상대방은 160원을 갖느냐고 싸울 수도 있겠지만, 협력하지 않았더라면 총량이 100원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140원을 갖게 되더라도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140원을 얻은 사람도 승리한 것이고 160원을 얻은 사람도 승리한 것이므로 협력을 통해서 모두 승리(win)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윈-윈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자유시장 경제 시스템은 경제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않고 협력을 통해서 모두가 더 나아질 수 있는 윈-윈 게임으로 파악해서 계급 간 투쟁을 하기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덕분에 계급투쟁의 제로섬 게임의 좁은 생각에 갇혀있는 공산주의 경제 시스템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국회의원 수 감축 등 벌주는 방안 고려
이렇듯 경제가 제로섬 게임이 아닌 윈-윈 게임이라는 것이 이미 명백하게 판정이 된 현재의 시점에서 국민을 대표해서 경제와 국가를 이끌어 나가라고 선출된 정치인들이 구태의연한 제로섬 게임의 마인드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지 못해서 야단이라는 것이 현재 한국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떤 면에서 윈-윈 게임인 경제와 국가 경영을 맡을 정치인들은 선거라고 하는 승자독식의 극단적 제로섬 게임을 통해서 선출한다는 것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는 정치인이 서로 협력해서 윈-윈 상황을 이끌어야 한다. 그러면 국가 경제가 100원에서 200원도 되고 300원도 될 수 있다. 협력을 통해서 100원이 300원이 된다면 거기서 내가 좀 덜 받고 상대방이 조금 더 받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100원을 혼자 다 갖더라도 100원일 뿐이지만 협력을 해서 300원을 창출한 후 나눌 때 조금 덜 받아서 130원만 받았다고 해도 이미 협력하지 않았더라면 100원을 넘지 않았을 이익보다 더 많이 갖게 되는 것이니 모두 다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라는 승자독식의 제로섬 게임을 하는 정치인들의 계산은 다를 수밖에 없다. 100원을 나눌 때 지지율이 51%라면 승리해 당선된 정치인이 100원을 모두 가져가겠지만, 협력해서 합이 300원이 되었더라도 그때 지지율이 49%라면 이득은 0원이 되고 상대방이 300원을 모두 가져갈 것이니 말이다. 따라서 정치인은 협력을 통해서 100원이 300원으로 늘어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100원이든 300원이든 상대방 정치인을 누르고 내가 선거에서 당선되어 모든 이익을 독식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제로섬 게임의 폐해는 민주주의의 선거 이전부터 존재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직전 일본이 침략 의도를 살펴보기 위해 통신사로 파견되었던 서인 황윤길과 동인 김성일은 서로 다른 보고를 했다고 한다. 서로 대립하는 서인과 동인에 속한 통신사라서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해 정확한 보고를 하기보다는 무조건 상대방의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고 전해진다. 왜군에 의해 조선이 큰 피해를 보더라도 우리 당파가 상대를 누르고 승자독식의 제로섬 게임의 승자가 되는 것만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의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현재 한국의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미움과 비난을 받더라도 상관이 없는 듯하다. 단지 내가 상대방 경쟁자보다 미움과 비난을 조금이라도 덜 받으면 선거에서 이길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현재의 대한민국이 전쟁 상황이라고 하면 이런 제로섬 게임의 마인드로 똘똘 뭉친 정치인이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쟁이라는 것이 바로 제로섬 게임이므로 제로섬 게임의 마인드를 가진 정치인들이 잘 대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전쟁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새로운 경제 발전의 기회를 잡게 된다면 국민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눈앞에 온 상황이다. 현실의 상황이 윈-윈 게임인 상황에서 머리에서 발끝까지 승자독식의 극단적 제로섬 게임 마인드로 무장한 정치인들에게 나라를 맡긴다면 국가 경영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관료들의 당파 싸움에 위기감을 느낀 영조는 탕평비를 세웠다.
“두루 원만하고 편향되지 않음이 군자의 마음이고, 편향되고 원만하지 못함이 소인의 사사로운 마음이다(周而弗比 乃君子之公心 比而弗周 寔小人之私意)”
우리 국민들도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한 법안을 모든 당이 합의해서 일정 수준 이상 통과시키지 못하면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회의원 숫자를 10%씩 줄이는 방식으로 벌을 주든지 해야 할 것이다. 21세기의 새롭고 매서운 탕평책을 마련해서 정치인들의 제로섬 게임 마인드를 고쳐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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