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told] 본인을 구세주라 생각하는가? 홍명보 감독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포포투=한유철]
홍명보 감독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도자가 결정됐다. 제시 마치, 세뇰 귀네슈, 다비드 바그너, 심지어 조세 무리뉴까지. 많은 외국인 감독들이 물망에 올랐고 심지어 이 중 몇몇은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KFA)의 공식 발표에 의해 정해진 감독은 언급됐던 어떤 감독도 아닌 울산 HD의 홍명보 감독이었다. KFA는 지난 7일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현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라고 깜짝 발표했고 8일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브리핑을 통해 공식적으로 임명을 완료했다. 그는 "협회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새로운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까지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임생 기술이사의 브리핑에 많은 축구 팬들이 놀랐다. 팬들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임생 기술이사의 독단적인 결정이라고밖에 설명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축했던 박주호 위원은 개인 방송 녹화를 하던 도중에 홍명보 감독의 선임을 전해들었다. 그것도 누군가를 통해 들은 것이 아닌 기사를 통해 접했다.
놀라움을 넘어 분노로 이어졌다. 이유는 당연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해임 이후 약 5개월 동안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수많은 후보를 검토했고 만남도 가졌다. 하지만 프로세스는 너무 느렸고, 3월과 6월 A매치에는 황선홍 감독과 김도훈 감독 임시 체제를 보내기도 했다. 특히 3월엔 황선홍 감독의 이중생활로 인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는 상황까지 더해졌다. 시간이란 시간은 다 잡아먹고 결정된 감독이 홍명보 감독이라는 것에 축구 팬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그 대상이 홍명보 감독이기에 비판은 더욱 거셌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수원 FC전 기자회견까지 대표팀 부임설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협회의 더딘 진전에 쓴소리를 뱉으면서 대표팀 부임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완강한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단 며칠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임생 기술이사와 만남을 가졌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팬들은 당연히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내정 기사가 나온 이후에도, 홍명보 감독이 어떠한 말 한 마디 없었기에 울산 팬들의 상처는 더욱 깊어졌다.
그렇게 침묵을 지키던 홍명보 감독은 지난 광주 FC전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결과적으로 제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실패를 했던 과정과 결과를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지만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기기도 했다", "이제 나는 나를 버렸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팬들에게 가지 않겠다고 한 말을 바꾼 이유다", "(울산 팬들에게는) 너무 죄송했다. 울산에 있는 동안 너무 좋았었다. 물론 언젠가는 떠나야할 시기가 왔겠지만, 이렇게 작별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저의 실수로 인해 이렇게 떠나게 됐다. 울산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 드릴 말씀이 없다" 등 대표팀 부임 이유와 울산 팬들을 향한 마음을 드러냈다.
설득은 되지 않았다. 이해도 안됐다. 홍명보 감독의 기자회견을 들어보면, 본인을 한국 축구의 구세주라고 생각한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본인이 저격했던, 본인이 비판했던 프로세스에 대한 질문엔 "모른다"라고 답하기까지 했다. 불과 몇 년 전, 자신이 구축한 프로세스인데도 말이다. 그런 프로세스를 저버리면서까지 대한민국 축구를 구할 인재는 자신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런 과정을 겪으면, 대한민국 축구가 병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꼭 받아들였어야만 했을까. 본인이 국제 대회에서 성과만 거둔다면, 이러한 비판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또, 자신이 국제 대회에서 족적을 남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생각이 짧았다. 홍명보 감독은 '핀트'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국내 축구 팬들 및 관계자들이 이토록 분노한 이유는 클린스만 감독이 저조한 성적을 거둬서도, 홍명보 감독이 다른 외국인 감독보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정몽규 회장이 흔들어버린 대한민국 축구의 근간을, 대한민국 축구의 영웅이자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가야 할 홍명보 감독마저 위태롭게 했기 때문이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 포포투(https://www.fourfourtw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