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62] 회한과 그리움
글을 쓰다 보면 한 줄도 직진하지 못하고 머릿속이 뿌예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음악을 듣는다. 옛 노래도 종종 듣는 편인데 최근에는 정훈희와 송창식이 함께 부른 ‘안개’를 자주 들었다. 옛날 음악을 듣기 위해 유튜브에서 ‘박인희와 함께’,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같은 추억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찾았다. 음악도 좋았지만 더 흥미로운 건 밑에 달린 댓글들이었다. 만개가 넘는 댓글의 대부분은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장은 ‘눈물이 난다’는 말이었다. 이게 꼭 한국만의 정서일까 싶어 영어로 ‘Oldies But Goodies’를 검색했다. 영어로 달린 댓글 역시 오지 않을 젊은 날을 그리워하는 분위기였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동양은 ‘새가 운다’로, 서양은 ‘새가 노래한다’라고 표현하는 차이 정도였다.
회한은 주로 과거를 돌이킬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회한은 후회의 독특한 형식이기도 하다. 그것은 안개처럼 희미하지만 침습적이라 우리를 무겁게 적신다. 후회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대개 긴 시간 회한으로 남는 건 ‘해 본 것’이 아닌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다. 그녀에게 고백했더라면, 용기 내 그 일을 했더라면, 계속 그 길로 갔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후회 말이다.
정신없이 살다가 젊을 때 즐겨 듣던 노래를 들으면 즉각 소환되는 과거에 유독 사랑과 청춘이 등장하는 것도 회한이 끝이 긴 후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슴이 먹먹해 눈물이 흐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 본 것’에 대한 후회는 어떨까. 이때의 후회는 종종 교훈으로 남거나 자기 합리화라는 강력한 방어기제가 된다. 회한으로 남지 않는다는 점에선 후회의 끝이 짧다.
회한을 끝내는 방법은 일단 해 보는 것이다. 젊을 때 공부하지 못한 회한을 나이 팔십에 한글을 배우며 시로 풀어내는 할머니를 본 적이 있다. 장미는 보통 5~6월에 피지만 따뜻한 가을이면 11월에도 ‘다시’ 핀다. 환경과 조건만 맞으면 피어나는 꽃처럼 나이듦의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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