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5개월'을 지켜본 박지성의 슬픈 직격 "한국축구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었나…참담하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 전북 테크니컬디렉터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빚어진 절차 논란 등에 대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박 디렉터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행사 'MMCA:주니어 풋살'에 참여해 "우리가 이것 밖에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다. 박지성이라는 축구선수가 갖고 있는 한국 축구에 대한 책임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 축구를 아예 배제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며 작심한 듯 대한축구협회(KFA)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박 디렉터는 KFA가 장장 5개월에 걸친 감독 선임 작업 끝에 홍명보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절차상 문제에 대해 "내가 내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결국 진실은 (협회)안에 있는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과정 속에서 이런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는 게 필요하다"며 "가장 슬픈 건 뭐 하나 확실한 답이 없다는 거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가 상당히 변했고, 앞으로 변해갈 거란 기대가 있었는데, 그때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이렇게 받았다는 것이 참담하다. 결국 사건은 이뤄졌고,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인데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5달 동안 전력강화위원 소속으로 활동한 박주호는 홍 감독 선임 후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협회의 감독 선임 절차상의 문제를 폭로했다. 이에 KFA는 박주호가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을 했다며 비밀유지서약 위반을 근거로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박 디렉터는 "(박주호가)회의 기간 내내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무력감을 느꼈을 것 같다. 좋은 사람을 데리고 와도 행정절차가 투명하지 않고 올바른 시스템이 있지 않으면 결국 그렇게 영입한 좋은 인재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제물로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부분이 가장 안타깝다"며 후배 박주호를 감쌌다.
박 디렉터는 계속해서 "새 감독이 부임했을 때는 기대감을 안고 시작을 해도 좋은 결과가 날지 안 날지 모른다. 과연 감독 선임을 한 이후 이런 상황이 지속된 적이 축구계에 있었나 싶다. 어떻게 극복할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답이 보이지 않은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대로라면 한국 대표팀을 떠나 유소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는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렸을 때가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 디렉터는 "(대표팀)선수들과 얘기를 한 적은 없지만, 얼만큼 당황하고 있을지 예상은 된다. 5개월이라는 선임 작업 동안 국내파 감독이 된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안 좋은 여론과 평가가 나왔다. 분명 그 선택은 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는데, 국내파 감독이 선임됐다는 건 선수들에게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한국 축구 역사상 이렇게 많은 외국인 감독들이 한국 대표팀 감독을 원한 적이 있었나 봤을 때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이 나서진 않겠지만, 문제의 매듭은 지어야 한다"고 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필두로 한 협회 지도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협회장이 내려와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외부의 압력이 어디까지 할 지 솔직히 모른다"며 "회장 스스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회장이 그만뒀을 때 대안이 있는지도 고민을 해야 한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협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재확립시키고 신뢰를 심어줄지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결국 감독 선임 번복을 하느냐 마느냐는 협회와 홍명보 감독의 결정에 달렸다"며 "지금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남아있다"고 했다.
끝으로 "조금이나마 좋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실력을 뽐낼 수 있게 했어야 하는데, 꼭 축구를 했던 사람이 그런 일을 맡아야 하는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력을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 좋은 영향력을 보여줬다면 일이 이렇게까지되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하고 어떻게 보면,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이 시기에, 그걸 뒷받침할 수 없는 지금 상황이 아쉽다"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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