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누명 쓴 초등생..."섣부른 얼굴 공개, 처벌 받는다"

<앵커>
최근 청주의 한 무인점포 업주가 초등학생이 아이스크림을 훔쳤다며 눈만 가린 얼굴을 사진으로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값을 제대로 치렀는데, 업주의 착각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이런 억울한 일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는 만큼, 사적 제재 방식의 대응은 문제가 있습니다.

박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초등학교 6학년 A군이 결제기를 만지더니, 휴대전화 은행 앱을 통해 돈을 입금하고 물건을 손에 쥐어 밖으로 나갑니다.

그런데 A군은 며칠 뒤 친구에게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인점포에 절도범인 것처럼 A군의 얼굴이 실린 인쇄물이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다는 것입니다.

눈만 가려놓은 채, "결제 안 하고 아이스크림 먹으니까 맛있냐?"라며 조롱하는 내용도 적혀 있었습니다.

업주가 값을 치른 사실을 모르고 착각해 벌어진 일입니다.

A군의 부모는 누명을 쓴 것보다 누군지 알 수 있게 사진이 공개돼, 아이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울분을 터트립니다.

<인터뷰> A군 어머니
"점주님들도 힘든 건 알지만 아이들이잖아요. 친구들이 봐서 이게 오해가 안 풀리는 상황이 되면, 중고등학교 때까지 쟤는 도둑질했던 아이야 이렇게 따라가요."

업주는 자질구레한 절도가 많아져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자신의 실수였다며 사과했습니다.

이처럼 최근 무인점포에서 절도 용의자나 의심 가는 사람의 얼굴을 인쇄해 붙여놓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설령 물건을 훔쳤다 해도 사진을 임의로 공개하는 것은 형사책임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3월 법원은 한 업주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하물며 오해로 얼굴을 공개했다면, 법적 책임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구 / 변호사
"형법 307조에 따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서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고요. 근데 이거는 범죄자이든 범죄자가 아니든 상관없이 모두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한편 A군의 부모는 업주의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CJB 박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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