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0 코앞인데”…미국 빅테크 찬바람에 국내 대형주도 우수수
외국인 8거래인만에 매도 전환
2900 내다보던 코스피 ‘털썩’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19% 떨어진 2857에 마감했다. 전날 2890대를 웃돌며 2900선을 향해가던 코스피가 주춤하면서 한주간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긴밤 미국에 불었던 ‘빅테크 찬바람’은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3%가 넘게 끌어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0.53%)·삼성SDI(-2.44%) 등 대형 2차전지 관련주도 테슬라 급락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바이오 종목들이 선전하면서 지수 하락 폭을 좁혔다. 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0.98% 오르며 4거래일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권의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1.61% 상승한 18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한양행은 내달 폐암 치료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소식에 힘입어 7.47%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7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 우위를 보이던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 전환이 이날 코스피를 약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전날 6000억원어치를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5000억원 규모의 주식 순매도했다.
미국 시장에서 소형주로의 순환매가 일어난 것처럼 코스닥은 0.24% 하락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한 모습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대장주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부진을 떨치고 각각 3.54%와 3.15% 상승했다. 알테오젠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중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에 1.11% 올랐다. 코스닥 바이오 종목에서 HLB는 간암신약의 FDA 승인 재도전이 기대보다 멀어질 것으로 드러나면서 5.69% 하락했고, 경구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삼천당제약도 3.4% 떨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기술적 조정은 2800선 전후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증시의 순환매 흐름 등을 감안할 때 대표적인 소외주이자 성장주인 2차전지와 인터넷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내 11개 업종 중 기술·커뮤니케이션·소비재 등 4개 업종은 약세였지만 부동산·유틸리티·산업·에너지 등 7개 업종은 강세로 거래를 마쳤다. 인공지능(AI)용 반도체와 기술주 급락사태에 대해 월가 대표적 강세론자인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오늘은 중요한 날이었다”면서 “뉴욕증시 자금이 S&P500 지수에서 매그니피센트7(M7)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493개 기업과 중소형주로 흘러 순환이 이뤄지기 시작하는 장세”라고 해석했다.
샘 스토벨 CFRA 리서치 수석 전략가도 “빅테크에서 중소형주·부동산으로 옮겨가는 자금 흐름은 연준의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와 실물 경제 연착륙 예상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11일 장 마감 후 집계 기준 ‘미국판 기준금리’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이 오는 9월 올해 첫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을 84.7%로 책정해 하루 전(69.7%)에 비해 기대치를 높였다.
다만 부동산 부문과 중소형주 추격 매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이날 마이클 칸트로위츠 파이퍼샌들러 증권 최고 투자 전략가는 “특히 소형주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면서 이달 말 이후 본격화되는 어닝 시즌에 나올 실적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영화 빅 쇼트의 실존 인물로 유명한 월가 유명 투자자인 스티브 아이스먼도 같은 날 “(금리 인하가 따르더라도) 여전히 고금리 상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주택건설업체와 소비자 관련 주식은 피해야 한다”면서 “다만 앞으로 수년 간 빅테크가 증시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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